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브 Jun 27. 2018

#4. 죄송합니다, 출퇴근 시간 배려 부탁드리겠습니다

독박육아의 좌절 대신, 스스로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첫 걸음을 떼다


 가장 내가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는 아침 출근시간이었다. 


 아무리 큰 마음을 먹고 서둘러 준비하지만 3~4분씩 지각은 물론, 돌발상황까지 발생해버리면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다. 몇 시에 일어나던간에 아침시간은 너무나 바쁘고 변수가 많이 생긴다. 왜 울 아들은 하필 나가기 직전에 응아를 하고, 바쁠 때 골라서 유모차 탑승 거부를 하고, 신경이 예민할 때 빙글빙글 웃으면서 엄마말을 안듣는걸까?(풀리지않는 Mystery..)



 독박육아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나보다 늦게 출근을 해서 여유롭게 준비를 하고, 심지어 아침밥도 챙겨먹었는데 지금은 온전한 정신에 현관문을 나서는 것만 해도 다행인, 아침전쟁은 나의 일상이 되었다.






 

 지하철역까지 서둘러 가고 회사까지 다시 서둘러 걸어가면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그러나 아침 9시인데 마치 이미 야근마저 한 듯한 나의 정신상태 때문에 10분이상 멍하게 앉아서 숨을 고르고 집나갈뻔한 정신을 되찾아온다. 출근 시간만 여유로워도 삶의 질이 달라질텐데...




남편이랑 번갈아 가며 어린이집 데려다 주는 사람이 부럽다
친정/시댁부모님이 등원시켜주는 사람이 부럽다
.
.
나는 왜...


 '다른집처럼 남편이랑 서로 번갈아가며 어린이집 데려다 주면 얼마나 좋을까? 바쁜 아침시간 친정이나 시댁부모님이 등원시켜주는 집은 얼마나 좋을까?' 예전에는 다른집과 비교하며 그렇지못한 나의 현실에 우울해하며 분노가 생기면 남편과 부모님탓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하원 이후에만 이모님을 쓰는것도 남편과 합의된 내 선택이지 않은가, 내 현실을 원망하며 누굴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해보기로 했다.




 유연근무제가 실행되고 있지 않은 나의 회사, 팀장님과 출근시간 Deal을 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팀장님, 드릴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주저주저) 혹시 출퇴근 시간 조정이 안될까요... 혼자서 어린이집 보내려니 아침 시간이 너무 정신이 없어요. 출근시간을 30분정도 늦추는 대신 그만큼 퇴근시간을 늦추면 안될까요?

"응, 그렇게 해"(쿨내진동)

"네...(이게 끝?) 어휴 저는 어린이집에 보내는게 이렇게 %^&(*^&%& ~~~~~ (괜히 횡설수설)"






이 말을 꺼내기 결심한뒤로 팀장님께 허락을 받을때까지 약 2주가 걸렸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요구를 꺼내는 직장인과 이런 요구를 흔쾌히 받아주는 팀장님 또는 회사가 잘 있을까?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회사라고 해도 사실상 잘 이루어지지 않다는 말도 있다. 그렇기때문에 혼자서 수백번 고민하고서도 입을 차마 열지 못한것이다.



 물론 내가 회사에서 받는 배려는 절대로 공짜는 아니었다.  우리 팀장님의 경우 팀원이 최대한 일하기 편한 환경을 제공해주시고 싶어 하셔서 허락해주셨지만, 회사측에서의 연봉과 승진,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나에 대한 잣대가 더 엄격해졌기 때문에 그만큼의 열과 성을 보여서 내가 월급 루팡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해야 했다. 




 "xx야, 길게 봐, 짧게 회사 다닐 거 아니잖아?"



  길게 보라는 우리 팀장님의 한 마디에는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었다. 나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당장의 처우에 괜히 불만을 품고 나의 커리어를 포기하기 보다는, 나의 '독박육아+워킹맘'의 상황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이니 그 때를 생각해서 버티기에 들어가라는 말씀이셨다.(그렇게 나는 이해를 했다) 




 그러나 나는 만족스럽다. 더 이상 아침시간에 쫓기지 않고, 부담감이 줄어서 회사를 그만두니 마니 하는 생각은 사라졌다. 워킹맘+프로독박러에게는 회사 생활을 유지하려면, 당장의 승진과 연봉보다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나에겐 중요했다. 



 하나의 큰 문제를 해결하니, 처음으로 독박육아에 대해 좌절감 대신 자신감이 붙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3. 엄마,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