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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브 Jul 09. 2018

#5. 워킹맘이 인정해야 할 회사 생활 3가지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시 걸어가는 시간도 필요하다.(&정신승리)


출퇴근 시간 조절에 성공해서 나의 워킹+독박육아의 삶의 질은 조금 나아졌고 많은 사람들은 회사가 나에게 해주는 배려를 정말 부러워했다. 그러나 내가 받는 배려는 절대로 공짜가 아니였고, 일 욕심이 많은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몇 가지 (불편한) 사실이 생겼다.








1. 나는 더이상 회사의 최애 인재가 아니기때문에 중요한 일에서 배제된다.



 어떻게 보면 바쁜 워킹맘+프로독박러를 위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회사에서는 왠만해선 나에게 중요한 일거리를 맡기지 않는다. 예전에는 꽤나 국내/해외 출장 많았고 이런일을 좋아했지만, 더 이상 그 쪽 일은 맡기시지 않는다. 출산전에는 회사의 중요한 제품과 관련한 일을 했었지만, 이제는 그 일과는 멀어졌다.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독박육아라 야근은 커녕 일 끝난 후 가벼운 회식자리에도 잘 참여하기가 힘든 나에게 아기를 두고 국내/해외 출장을 가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업무가 많아지고 일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일 끝나자마자 집으로 다시 출근해야 하는 나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무엇보다 그런일을 맡겨도 바쁜 내가 잘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며, 차라리 회사에 조금 더 전념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굳이 출퇴근 시간을 늦추고 칼퇴하는 나를 회사의 중요한 인재로 쓸 이유는 없다. 


 머리로는 인정하지만, 가슴으로는 쿨하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늘 자기 잘난맛에 살아오던 내가 무능해보이고, 회사에 필요없는 존재같다는 느낌에 열등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성향을 잘 아는 팀장님께서 해주신 말, '회사 짧게 다니고 말 거 아니잖아? 길게 봐 길게' 이 말을 떠올리며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해야 했다.





2. 승진과 연봉 인상은 무슨, 성과가 없으면 짤린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



 나는 팀장님을 매우 잘 만났다. 성격과 일하는 스타일도 잘 맞으며, 갑작스레 워킹맘+프로독박러가 된 나를 잘 보듬어주시고 내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하셨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나에게 그닥 호의적이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위 상황처럼 나에게 일을 한정적으로 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미래 가치가 떨어지고, 게다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출퇴근 시간 배려도 해줘야 하는 핸디캡이 있는 존재였다.


 무엇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가 거의 없었다. 회사에서도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나이 30에 두 돌도 안된 아기가 딸린 독박육아맘이 어느 회사에 쉽게 이직할 수 있을까? 


 그렇다보니 이번 해 승진과 연봉 협상은 그야말로 폭망이었다. 회사에서는 내가 연봉을 올려 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을 했는제 올려주는것을 거부했고, 승진은 전체적으로 미뤄져서 빠른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팀장님께서는 승진 얘기가 나올때마다 나에게 '혹시 결과나도 너무 맘상해하지마, 내가 너 회사 잘 다닐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줄께'라는 말을 하신걸로 봐선 승진 역시 배제당한것 같았다. 


내 입지를 위해서는 '출퇴근 시간 배려도 받고 야근을 하지 않고 육아도 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인재'라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 상반기 성과를 내기 위해서, 아기를 재운 후 집에서 일을 했고, 필요하면 남편이 오는 주말, 아기를 맡겨놓고 출근해서 일하기도 했다. 


 다행히 상반기 결과가 좋게 나왔고,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팀장님께서 어필해주셔서 승진에 성공했다. 그러나 만약 이번 상반기 결과가 나빴으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 팀장님의 배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내가 배려받는 만큼 성과를 확실하게 보여줘야만 했다.






3. 짧게 일하고 그만둘 것이 아니면 긴 호흡을 이어가자



 직장에서 승승장구 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좌절하진 말자. 이런 상황은 내가 또 다른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 회사에서 잠깐 일하고 그만둘 것이 아니지 않는가? 


 '에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일해서 뭐해'라고 생각해서 그만두게 된다면 아마 나는 다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직종 자체가 트렌드와 흐름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한 번 감을 잃으면 쫓아가기 힘들게 되며,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대체자도 많기 때문이다. 조금 주제를 벗어나긴 했지만 내가 일하는 것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은 내 월급을 시터이모님을 고용하는 등 육아하는데 다 쓰더라도 나중을 생각해서 계속 일하는 것이 좋다고 응원해주신다. 



 좋게 좋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지금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에 참가했다. 잠깐 반짝 남들보다 앞서고자 아등바등 열심히 달리다가는 얼마 못가서 지쳐버린다. 마라톤은 초반에 러쉬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의 호흡을 가지고 길게 이어나가서 완주를 해야 비로소 승리하는 것이다.


 언제나 내가 아기에게 매여있는것은 아니다. 엄마를 애타게 찾는 나의 조그만 아들은 시간이 흐르면 엄마보다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이고, 나의 도움을 받지않고 스스로 많은것을 해나갈 것이다. 만약 내가 지금 좀 더 잘나가고자 아등바등 일과 육아를 죽어라고 열심히한다면 지쳐서 금방 떨어져나갈 것 같으니,그 때 일을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긴 호흡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이렇게 적고 정신승리라고 읽는다)





 


육아와 일을 피터지게 한 지난 한 주, 결국 몸살이 나서 난생 처음으로 링겔을 맞았다



나 말고도 많은 워킹맘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 일 것 같다. 회사에서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다니고 싶지만, 아이 때문에 칼퇴를 하거나(근데 워킹맘이 칼퇴 가능한 회사가 많을까?) 또는 갑작스레 연차를 쓰는 등 다른 직원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사정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는 본인일만 잘하면 그런 상황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한국 회사에서는 그런 근태가 연봉과 승진 등에 영향을 끼치곤 하니 눈치를 안 볼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한국와 외국 모두 동일한 것은, 단지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특혜를 받을 순 없다. 회사는 공평해야 한다. 내가 받는 배려만큼 나는 그만큼의 성과를 더 보여야 하며, 조금 일하는 나보다 많은 일을 해서 큰 성과를 보인 사람이 승진하는 것이 맞다. 


 나는 더이상 바꿀 수 없는 이 현실을 인정하고, 혼자서 아기를 케어하면서 일도 다닐 수 있는 상황을 감사하게 여기기로 했다. 지금 좀 눈치받으면 어때, 지금 좀 승진못하면 어때 평생 이럴것도 아닌데. 육아도 일도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애매한 상황,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일은 혼자서 정신 승리하는것이 마음 편하다. 그래 내가 위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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