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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박사는 어렵겠어요, 10만 달러 취업비자

높아진 비자 장벽, 미국 H-1B 비자 수수료

by 실비아

MIT 미디어랩, 박사를 꿈꾸며


2016년 말, MIT 이상원 박사님을 찾아갔던 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MIT 미디어랩에서 계셨던 박사님께서는 미디어랩 곳곳을 투어 해주시면서 로봇을 구동시켜 주시고, 설명해 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정말 압도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거의 10년 전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었고요. 그날 이후, Physical AI,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미련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지금은 코넬대 교수님으로 계시지만, 2016 당시에는 MIT 대학원 지원서를 시간을 할애해 주시면서, 지원서 글 수정도 도와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분할 정도로 후배 양성에 신경 써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제게도 연구에 대한 열정을 더 만들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디지털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저의 철학이 더 똘똘 뭉치게 되었던 시기였습니다.


아무튼, MIT 미디어랩에서의 잔상들이 Physical AI에 대한 미련으로 남았고, 언젠가 미국에서 박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했습니다.



연구를 위한 미국


늘 연구를 위해서라면 미국 박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국 디자인 대학원 교수님들 중에는 박사 학위 없이도, 이미 현장에서 탁월한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시던 분들이었고, 공통적으로는 모두 미국 아이비리그나 명문 대학 출신분들이셨습니다.


경험 자체가 하나의 신뢰와 상징처럼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위의 유무가 아니라 어디서, 어떤 환경에서 연구하고 배워왔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했어요. 그래서 저 역시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박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테크 연구자의 드림 어메리카


특히 테크 분야 연구를 하고 싶었던 제게, 국제 학계에서 인정받으려면 미국 박사 과정이 가장 확실한 길처럼 보였습니다. SCI 논문을 더 많이 기고하고, 글로벌 학회에서 네임밸류 있는 연구자들과 교류하려면 미국 대학의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죠.


SCI 미국 박사 어드미션 경우의 수도 정말 많이 따지면서 생각했던 것 같고, 추천서나 학점, 논문실적들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SCI 논문을 더 많이 기고하고, 글로벌 학회에서 네임밸류 있는 연구자들과 교류하려면 미국대학의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령 미국 박사를 하지 못하더라도, 한국에서 박사 학위 이후에 해외 포닥을 꿈꿨던 것 같습니다.



취업비자 리스크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마음이 복잡합니다. 이제는 연구의 꿈보다,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비자와 정책이 현실적인 벽에 부딪힙니다. H-1B 취업비자나 NIW 영주권 이야기를 보면, 기회가 아니고 리스크 그 자체로 느껴질 만큼요.


J-1 연구비자는 당장 연구 기회를 얻을 수는 있지만, 이것 조차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 포닥 자리는 J-1 비자 활용이 점차 줄고, 채용기관들은 H-1B를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최근 채용 사례에서도 포닥이라도 언제든 비자가 취소되고 추방위험이 될 수 있다 보니, H-1B를 요구한다고 합니다.

10만 달러,

Early Career에게는 너무 큰 비용


특히 이번에 나온 H-1B 신규 신청 수수료 10만 달러조항은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신규 신청자 한정이긴 하지만, 이건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H-1B 스폰서 비용이 보통 10만 달러 내외였다면, 이번 변화는 100배 인상이나 마찬가지인데요. 기존 1천 달러 수준에서 100배 인상이라니. 외국인 채용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시그널로 보입니다.


물론 연봉 300k를 받는 시니어급 직군이나 경력직이라면, 이 수수료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석사나 박사를 막 졸업하고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early career 연구자나 엔지니어에게는, 이 금액이 정말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죠.


솔직히 CS나 AI 쪽을 제외하면 초봉 30만 달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공대라 하더라도 RSU를 모두 포함해야 20만 달러 수준이 평균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기업이 외국인을 채용하면서 추가로 10만 달러 스폰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면, 결국 현실적인 선택지는 뻔합니다. 안 뽑게 되는 거죠.



미국 기업 입장에선 채용 취소가 합리적


비자 신청을 이유로 연봉을 삭감하는 건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자체를 포기하거나, 애초에 외국인 지원자를 걸러내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나은 옵션은 연봉을 덜 주는 방식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OPT, H-1B 전환도 막힘


H-1B는 원래 미국 외부에서 입국할 때 발급되는 비자인데, OPT로 이미 미국 내에서 체류 중인 사람들에게는 change of status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죠. 즉,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사람조차 정식 취업비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공대 유학 테크도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OPT 3년을 마친 뒤 연장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업도 애초에 뽑지 않습니다. 심지어 10년 이상 경력자조차 NIW 승인까지 1년 넘게 대기 중인 경우가 많고, 통과되더라도 그건영주권 신청과는 별개라 완전한 체류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설령 통과된다 해도, 그건 영주권 신청과는 별개의 절차이기 때문에 완전한 체류 안정성을 보장해주지 못하죠. 이제는 R1급 (최상위 연구중심) 대학들조차공식 채용 공고에 H-1B 지원 불가를 명시하고 있어요. 즉, 아예 외국인 지원서를 검토조차 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그 결과, 서류 전형 리뷰조차 받지 못하는 외국인 연구자들이 수두룩한 현실이 되어버렸죠.


예전엔 박사 졸업 후 포닥으로라도 미국에 남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이제는 포닥 자리조차 대부분 H-1B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 그조차도 쉽지 않게 변했습니다.


떠나는 연구자들, 바뀌는 선택지


캐나다, 유럽, 싱가포르.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정책이 안정적이고, 비자 리스크가 적으며, 연구 환경도 괜찮은 곳들이죠.



한국이 연구자들을 품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 혼란이 한국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을 떠나야 하는 한국인 연구자들, 미국행을 포기한인재들을 한국이 품을 수 있다면요.


이공계 두뇌 유출을 걱정하던 우리에게,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정책 실패가 인재 유입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연구 환경, 급여 수준, 커리어 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다른 나라로 많은 분들이 떠나실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기도 합니다.



마무리.

언젠가 정책이 다시 바뀔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비자 문제 하나로, 오랜 시간 쌓아온 계획이 무너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 현실이 씁쓸하지만, 그렇기에 더 이상 멈춰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각자의 자리에서 연구하고, 쓰고, 만들어가는 일뿐입니다. 그냥 그 시간을 기다림이 아니라 움직임으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게, 이 시대 연구자에게 주어진 가장 현실적인 연구의 지속성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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