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먼저 시험하는 미래 도시, 부산, 유니버설디자인
요약 3줄
1. 부산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고령화 테스트베드 도시다.
2. 부산에서 일자리를 늘리려면 고령테크 산업을 키워야 한다. 돌봄 로봇, 스마트 케어가 성장하면 로봇 분야 인재와 기업이 부산으로 모이고, 지역에 머무르는 인력도 더 많아진다.
3. 기술, 지역, 커뮤니티가 함께 진화하는 돌봄 생태계야말로 부산을 '떠나는 도시'가 아닌 '머무는 도시'로 바꿀 것이다.
2024년 12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었습니다. 불과 16년 전인 2008년 494만 명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죠. 지금 우리 사회에는 약 1,000만 명의 고령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특히 독거노인 문제는 훨씬 심각합니다. 현재 약 219만 명인 독거노인 수는 2050년 493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입니다. 건강, 영양, 정서 모든 영역에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지만, 돌봄 인력은 빠르게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요양보호사는 7만 5천 명에 불과합니다.
돌봄 격차는 빠르게 벌어지고 있고, 그 부담은 앞으로 도시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문제입니다.
2038년, 인구의 1/3 이상이 65세 이상이 될 도시가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오히려 기회라구!!! 해외에서 눈독 들이고 있는 부산...!) 해외에서도 한국의 급격한 인구 소멸 문제를 주목하고 있고, 이 도시를 고령화 테스트베드 도시로 지목하고 있는데 어디일지 예측이 가능하실까요?
바로 부산입니다. 이미 광역시 중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38년이면 고령인구가 100만 명을 돌파합니다. 부산은 노인과 바다'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사회적 고립, 돌봄 인력 부족, 정서적 빈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고령화 도시입니다
여러 지역에서 실제로 보급되고 있는 대표적인 고령테크 사례가 AI 돌봄 로봇 '효돌'입니다. 이미 전국에 수만 대가 배치되어 있으며, 단순한 말벗을 넘어 실제 응급 대응 시스템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입니다.
효돌의 핵심은 3단계 응급대응 체계입니다.
먼저 360도 레이더 센서가 24시간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며 이상 징후를 감지합니다. 일정 시간 정적이 지속되면 즉시 이상 신호를 포착하는 거죠. "할머니, 괜찮으세요?"라고 직접 물어보며 응답 여부를 확인합니다.
만약 응답이 없으면 구청 관제센터로 자동 연결되고,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즉시 출동 조치가 이루어집니다. 실제로 한 달에 30건 가까운 응급 상황이 발견되고 있으며, 고독사 예방과 발견 지연 시간 단축에 큰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기술적 성과만이 아닙니다. AI 돌봄 로봇은 노인의 우울지수를 46% 낮추는 성과를 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인사이트가 발견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돌봄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를 돌보는 존재'일 때 삶의 의미가 회복된다는 점입니다.
효돌에 '손자' 페르소나를 부여하는 실험에서 효과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로봇도 할머니에게 의지하고, 할머니도 로봇을 보살피는 정서적 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죠.
그러나 UX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문제도 나타났습니다. 바로 과도한 애착과 의존입니다. 일부 어르신의 경우 로봇이 회수되거나 고장 났을 때 심한 상실감을 경험하거나, 실제 인간관계가 줄어드는 역효과도 관찰되었습니다.
따라서 돌봄 로봇은 정서적 지지는 제공하되, 과의존을 유발하지 않는 균형 잡힌 설계가 필요합니다. 기술이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도록 설계해야 하는 거죠.
지금까지 고령테크는 취약 계층을 위한 복지 도구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부산의 현실은 이 해석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고령테크는 도시의 존속과 정주성, 사람이 떠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고령화 도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돌봄 공백이 아닙니다. 사람이 도시를 떠나고, 남아 있던 경제, 커뮤니티 기반까지 붕괴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도시 전략입니다.
부산은 이미 고령화 테스트베드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도시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자산입니다.
이 강점을 기반으로 부산은 고령테크 연구개발의 중심지로 진화해야 합니다. 대학, 연구소, 스타트업, 글로벌 기업이 부산에서 실증 연구를 하고, 실제 사용자 데이터와 현장 피드백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며, 효돌 같은 성공 사례를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야 합니다.
로봇이나 고령테크를 만들고 싶다면 부산에 가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즉, 부산은 고령사회 문제를 ‘가장 먼저 겪는 도시’가 아니라 가장 먼저 해결해 내는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부산에서 이미 축적되고 있는 수만 건의 응급 대응 사례, 이용 패턴, 정서 분석 데이터는 그 자체로 도시 혁신의 자원입니다.
돌봄 로봇 표준 모델, 스마트 케어 운영 매뉴얼, 지역 기반 AI 서비스 프로토콜, 윤리, 보안,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등을 부산형 표준으로 만들어 전국 지방 도시와 소멸 위험 지역이 참고할 수 있는 확산 가능한 모델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 표준이 해외 도시로 수출될 설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부산의 고령화 경험이 곧 부산의 기술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돌봄 로봇, 스마트 케어 등 고령테크 산업이 확장되면서 부산에는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로봇 분야 진입을 희망하는 인력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지역 정주 정착을 촉진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로봇 개발자, UX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케어 매니저 등 다양한 직군이 필요하고, 이들이 부산에서 일하고 살아갈 이유가 생기는 거죠. 기술, 지역, 커뮤니티가 함께 진화하는 돌봄 생태계야말로 부산을 '떠나는 도시'가 아닌 '머무는 도시'로 바꾸는 핵심 동력입니다.
고령테크 R&D가 활성화되면, 중장년층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중요한 건 전문성 보단, 지역을 깊이 아는 감각과 인간적 연결성입니다. 50~69세의 ‘능력은 있는데 은퇴한 세대’가 있습니다. 고령테크는 이들을 다시 사회로 끌어내는 트리거가 됩니다.
부산이 고령테크 연구개발 허브가 되는 순간, 이 도시는 고령화 문제를 오히려 새로운 산업,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고령사회는 부산의 약점이 아니라, 부산만이 가진 유일한 미래 자산입니다.
이제 부산은 고령테크를 ‘복지’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 경쟁력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그 전략적 전환이 부산을 떠나는 도시에서 머무르는 도시, 머무르는 도시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 바꾸게 될 것입니다.
마무리
대학–의료-복지기관–부산광역시–AI 테크기업이 힘을 모을 때,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도시 혁신의 출발점이 됩니다. 부산이 만들어갈 고령테크 생태계에 함께 관심을 갖고 계시거나 협업을 고민하신다면, 편하게 연락 주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