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장이 사랑하게 된 브랜드, 당근마켓
우리 아버지는 은퇴를 하시고 여유시간이 많아지셨다. 그래서 그런걸까. 요즘 아빠가 당근마켓에 엄청 빠지셨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족족 당근마켓에 다 팔고 계신듯하다. 맥시멀리스트였던 아빠가 앱 하나로 바뀌었다니 정말 기쁜 뉴스이기도 하다.
아버지 혼자서 지방에서 계셔서 그런지 적적하셨던 것 같은데, 그런 시간을 매꿔주는 게 당근마켓인 것 같다. 당근마켓 자체가 지향하는 목표가 '더 가까운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세상이라고 한다. 같은 아파트안에서도 이웃을 만나도 인사를 하지 않은 세상에서 당근마켓은 우리가 예전에 알고 있던 '따뜻한 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조금 특별한 어플인 것 같다.
그런 당근마켓은 참 이상하게도 MAU가 엄청 높다. 중고나라랑은 특성이 다르다. 커뮤니티 그 자체이다. 동네 인증을 통해서 그 사람이 그 지역에 정말 거주를 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커뮤니티안에서 팔고 사고 하는 행위들로 스스로가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예전에 회사 여자부장님께서 한밥중에 아이가 아팠는데 당근을 통해 같은 아파트사시는 분이 온도계가 필요하다는 걸 보고, 앞동으로 가서 그 밤중에 건네주었다는 아주 따뜻한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동네 아주머니들도 카톡보다 당근마켓을 더 잘 이용한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우리 아버지께서 heavy user가 되셨으니 말 다했다. 정말로.
그렇게 아끼시던 골프 물건들을 파시기 시작했고, 온갖 물건을 다 팔기 시작하셨다.
그나저나... 다른 물건을 사고 계신건 아니시겠지? 라는 생각도 든다.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파셨는지 모르겠지만 현금이 오고가면서 이슈가 있으셨던 것 같다. 당근마켓으로 요즘 롤렉스 시계, 샤넬백같이 엄청 고가의 제품들이 판매중인데 아버지는 워낙 제품을 싸게 팔고 계셔서 새로운 어플이 필요하다고 느끼셨던 것 같다. '오이지'라는 말은 정말 웃겨서 푸하하 웃음이 터졌던 것 같다. 새로운 당근마켓을 모방한 어플을 만들어보라고 강요도 하셨다. 늘 빠짐없이 건내시는 '도전' 메세지와 함께 말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당근마켓을 매일 사용하고 계신다! 끝으로, 오이지를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ㅋㅋㅋ 시니어 고객들이 잘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당근마켓이 더 확장될 수 있길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