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는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그는 피델 카스트로 형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이끌었다. 의사이자 고고학자였고 작가이며 시인이었다. 또한 혁명에 성공한 이후에는 국립은행 총재, 장관 등 정치적 행로를 걷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직업은 혁명가라 할 수 있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사회주의를 이상 사회로 간주하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많은 실천을 했다. 농민을 위한 토지 개혁, 노동자를 위한 주택 공여, 임금 제도 개선 등 국민의 실질적 삶의 향상을 위해 혁명에 뛰어들었다. 반세기도 훨씬 전에 현재 우리의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하고자 했던 것이다.
쿠바혁명에 성공하면서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지위와 조건이 제시되었지만 그는 남미의 불합리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또다시 직업혁명가의 삶을 위해 볼리비아로 떠났다.
그의 혁명정신은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책을 통해 자본주의 모순을 직시했고, 농부, 노동자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정신과 육체는 더 이상 편안한 의사의 직업을 거부하며 세상을 바꾸고자 혁명가의 길로 들어서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당시 그에게는 낡은 오토바이와 책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앞에는 끝없는 투쟁이 있음을 기억하거라.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너 역시 투쟁의 대열에 끼어야 할 것이다. 어른이 될 때까지 가장 혁명적인 사람이 되도록 준비하여라. 이 말은 네 나이에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단다. 가능하다면 정의를 지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거라. 나는 네 나이에 그러지를 못했단다. 그 시대에는 인간의 적이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네게는 다른 시대를 살 권리가 있다. 그러니 시대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_ 장 코르미에의 『체 게바라 평전』
체 게바라가 열 살 난 딸 일디타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어렸을 때는 오직 공부와 책을 통해 정의로움을 깨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불의에 저항할 수 있음을 암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엄청난 양의 독서로 혁명가적 기질을 갖게 되었으므로 경험과 체험에서 나온 조언이라 할 수 있겠다.
그에게 있어서 책은 쿠바나 남미의 밀림 속에서도 심지어 전장 속에서도 총기 이상의 무기였다. 책이란 무기가 없었다면 그의 사전에 혁명은 없었을 것이다. 책은 혁명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혁명가의 삶은 목숨을 건 선택을 하는 것이다. 국가의 혁명이 아니더라도 작은 사회와 집단을 바꾸는 데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권력의 속성은 부정이나 모순을 바로 잡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많이 배워야 정의를 올바르게 실천할 수 있다. 체 게바라는 학교가 아닌 혁명이 필요한 농촌과 밀림에서 책을 통해 배우고 정의를 실천했다.
서거 5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위대한 혁명가의 삶을 조명하였다. 비록 불가리아에서는 그의 주도적인 혁명이 미완으로 그쳤지만 정의를 위한 그의 불굴의 의지는 세계인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었다.
체 게바라가 생애를 통해 보여주었듯 책 읽기는 혁명이다.
기존의 자아를 변화시키기보다는 새로운 자아로 바꿔주는 자아혁명이다. 책을 읽으면, 서서히 생각과 의식이 변화되고 어느 순간 폭발적인 의식혁명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읽는 동시에 자신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보여주는 지식과 정의, 이상 사회가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지극히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독서에서 서서히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게 되는 이해력을 키워간다.
독서는 생각하는 사람을 만든다. 생각하는 사람은 사물의 본질을 먼저 알려고 노력한다. 자신도 바로 서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된다. 진정한 독서는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독서는 자신도 모르게 혁명가가 되도록 이끈다. 경영전략가이며 『꿀벌과 게릴라』의 저자인 게리 하멜 교수는 독서가 어떻게 혁명이 되는지를 말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평생을 똑같은 수준으로 부지런히 꿀벌처 럼 일할 수는 있지만 게릴라처럼 갑자기 출세하거나 사업에 성공하지는 못한다. 평소에 책 읽기를 통해 놀라운 지식과 능력, 그리고 자신감을 얻은 자만이 혁명적인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앞으로는 개선 정도로는 안 된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혁명적인 발상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게릴라처럼.
그가 말한 “게릴라처럼 갑자기 출세하거나 사업에 성공한다”는 말은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 어느 날 낚아채 듯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이 겹겹이 쌓여 머리에서 넘쳐흐를 때 한순간에 폭발하는 빅뱅과 같다. 이것을 우리는 ‘자기혁명’이라고 말한다. 혁신은 서서히 일어나지만 혁명은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독자가 시대의 혁명가다. 자신이 사는 시대에 진리를 밝히고 이상사회를 추구하는 혁명가가 될 수 있다. 자아혁명을 위해 부단히 책을 읽자. 책만이 줄 수 있는 혁명적인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성장해 보자. 삶에서 만족하지 못했던 것을 게걸스럽게 포식하는 과정에서 자아혁명이 찾아온다. 정신의 배고픔이 해결되고 자신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순간이 다가온다. 세상은 어제나 오늘이나 다름없지만 자신이 바뀌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그제야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발견한다. 세상의 모순, 부조리, 불합리에 대해 깨닫는다. 그 과정을 미국의 사회학자인 버티스 베리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독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혁명적인 행위다. 독서는 나의 마음을 넓혀주며 영혼의 혁명, 정신의 혁명, 사회의 혁명 등에 필요한 도구들을 제공한다. 독서하고, 배우고, 꿈꿔라.
지식인은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한다. 책을 통해 배운 사람이, 책으로 인류의 지혜를 전수받은 독자가 어리석은 시민에게 베푸는 최고의 선이기 때문이다. 혁명에는 고통과 불이익이 반드시 따른다. 이는 책을 통하여, 체험을 통해서 배운 진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의 발전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전진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의는 장롱 속에 들어가고 불법과 불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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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망치다
저자 황민규
출판 미디어숲
발매 2018.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