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안 좋으면서 자주 나오는 말이 수저계급론이다. 누구는 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나와 호강하며 사는데 반해 자신의 인생은 흙수저 인생이라며 탄식한다. 신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 망각, 아무리 고결해도 자신의 배엔 항상 똥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 등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주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부모의 선택 결정 시에는 기회 평등의 신이 잠시 볼일을 보러 간 모양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나 지위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이다. 갓 결혼한 젊은 신혼부부의 경제력으로는 서울의 변두리 집도 사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수저 부부는 버젓한 집을 장만하고 집들이를 한다. 흙수저들은 적은 월급에 맞벌이까지 하지만 월세에, 은행 이자에, 학비 융자 등 빠져나가는 돈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다는 삼포시대라는 말이, 비단 젊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짐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부모의 능력이 곧 자식의 능력으로 대물림되는 세상인 것이다. 부모의 능력이란 대단한 이점으로 영어로 표현하면 Advantage가 된다.
그렇다면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들이 인생을 사는 데 이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봐도 딱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인류의 선각자들은 공평한 기회를 찾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그들이 내린 최고의 기회는 ‘배움’에 있다는 결론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꿈을 이루는 최고의 방법으로 내린 결정이다. 겨우 200여 년 전에 권력자와 기득권층으로부터 가져왔다. 값비싼 희생을 감수하고 얻은 귀중한 기회이다. 배움에는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받는 교육과 평생교육으로서의 배움이 있다. 교육열이 대단한 한국의 부모들은 체험과 학습을 통해서 진리를 깨달았던 것이다. 공교육이 끝난 사람들은 평생교육으로 자신을 갈고 닦으며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노력을 한다지만 그래도 최고의 배움은 책에서 얻어야 한다.
『자유론』을 쓴 영국의 공리주의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평범한 두뇌를 가진 아이였다. 그의 아버지는 평범한 자녀를 천재의 두뇌로 변화시키고 싶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인문고전의 바다에 아들을 빠뜨려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깨닫고 스스로 인생의 길을 찾을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기로 작정하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키케로, 호메로스에 이르는 인류의 거성들이 쓴 책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체험을 시켰다. 그로 인해 존 스튜어트 밀은 당대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인류의 지성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존 스튜 어트 밀 자서전』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나는 지적인 영역에서 평균 이하였지 이상은 결코 아니었다. 평범한 지적 능력, 평범한 신체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받았던 고전 독서 교육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의 어떤 아버지도 기울이지 못할 정도의 노력과 주의와 인내를 나에게 쏟았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고전 독서교육 덕분에 내 또래들보다 25년 이상 빨리 출발할 수 있었다.
물리적인 태어남은 같았을지라도 부모의 영향력에 의해 성인이 되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때는 전혀 다른 출발선에 설 수 있었다. 존 스튜어트의 아버지가 선택한 독서법은 탁월했다.
책을 읽는 사람의 출발점은 책을 안 읽는 사람들보다 50m 전방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책이 주는 유익함과 자신에게 끼치는 깨달음을 알면서도 막상 독서하는 인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독서하는 인구는 54%라고 한다. 더 나아가 한 달에 1권씩 일 년에 12권을 읽는 사람은 10%밖에 안 된다.
만약 하루에 1권씩 읽어 일 년에 365권을 읽는다면 바둑 9단처럼 독서의 신이 되지 않겠는가.
바둑의 신이 바둑의 모든 길을 아는 것처럼 독서의 신은 삶의 본질과 세상의 이치를 정확히 꿰뚫는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다. 간접경험으로 정신이 단련되었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그의 앞길은 탄탄대로가 될 것이다. 독서는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다. 혹시 책을 읽고 아무런 변화나 느낌이 없는 사람은 이 책을 처음부터 다시 정독하기를 바란다.
책 읽는 사람의 50m 가산점은 우리의 일상에서 효력을 나타낸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인생에서 실력이나 능력을 인정받기 쉽다. 하지만 직장에서 극소수의 사람만이 독서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성인이 되면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거의 완성된 인생에 책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치부한다. 그래서 책을 읽기보다 사람을 만나고 순간적인 쾌락만을 좇고 사람들과 맺은 유대관계 속에서 알량한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고자 하는 어리석은 우 를 범한다.
이 시점에서 “이봐! 해봤어?”라는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촌철살인을 들려주고 싶다. 해보지도 않고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여러분을 위해 “이봐! 읽어 봤어?”라는 말로 바꿔서 말해 주고 싶다.
지금 당장 서점으로 가서 자기 관련 분야 10권의 책을 사와서 정독해 보길 바란다. 이 정도면 웬만한 직장에선 직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양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를 꿈꾼다면 50여 권이며 족하다. 혹시 그 이상을 바란다면 150권 정도를 읽어라. 한 분야의 박사가 될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도 인정받을 테니까.
공자는 『논어』에서 40세를 불혹이라고 했다. 어느 조건에서도 유혹되지 않는다는 말로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40대 이전에 세상의 온갖 고난을 다 겪어 더 이상 방황하지 않는 나이라는 것이다. 삶의 지혜는 경험을 필요로 한다. 그것도 수십 년의 산전수전을 겪어야 인생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책은 이런 값비싼 경험이 무한히 제공되는 유일한 곳이다. 대신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 착한 심성까지 가지고 있다. 게다가 책이 주는 지혜는 엄청나다.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을 바꾼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세계이다. 책은 그렇게 힘이 되어 준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부모 덕을 입은 사람의 이점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독서는 기회의 평등을 넘어서 특권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금수저를 부러워하기보다 자신만의 금수저를
가질 수 있도록 책을 읽자.
인간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독서로부터
흙수저를 금수저를 바꾸는 마법을 부려보자.
무슨 일이든 어느 영역이든 시작은 있다.
이제부터라도 독서를 통해 50m 가산점을 받고 출발하자.
여러분이 어디서든 당당하게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는 힘에서 나온다.
책 외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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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망치다
저자 황민규
출판 미디어숲
발매 2018.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