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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체결한 계약서, 정말 안전한가요?

[스플X법무법인수오재]

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전단지를 받게 됩니다. 올해 여름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여름을 앞두고 있는 봄에는 피트니스센터 광고 전단지를 보면 큰 유혹에 빠지기도 하죠. '12개월 36만원', 'PT 36회 등록 시 6개월 무료' 등의 문구를 보면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앞서는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전단지를 받고 혹한 마음에 바로 “저 등록할게요.”라고 하면 피트니스센터와 등록 계약이 성립한 것일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계약'은 반드시 일정한 형식과 내용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어서 서면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구두에 의한 계약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례와 같이 길을 가다 전단지를 받고 덜컥 등록한다고 할 경우에도 얼마든지 계약이 성립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론을 말씀드리면 위 사례의 경우에는 '계약'이 성립된 것이 아닙니다. 전단지를 받은 사람이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전단지에 나온 PT36회를 등록하고 싶습니다."라고 하고 피트니스센터에서 그 제안을 받아 “그럽시다.”라고 해야만 계약이 성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당연해 보이는 이런 행위 속에 중요한 법률행위의 해석에 대한 문제가 들어가 있는데요, 오늘은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청약”과 “청약의 유인” 그리고 “승낙”


우리 민법에 따르면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계약의 '청약'과 상대방의 '승낙'이 있어야 합니다. 위 전단지 사례에서 전단지를 받고 그 자리에서 등록하겠다고 한 행위 만으로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피트니스센터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행위가 '청약'이 아니라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청약'이란 상대방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면서 계약을 체결하자고 하는 제안으로 상대방이 '승낙'을 할 경우 바로 계약이 체결하겠다는 의사표시를 의미합니다. 반면, '청약의 유인'은 전단지를 나눠주는 행위같이 상대방을 유혹해 이런 조건으로 판매점에게 청약을 하도록 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청약'은 내가 상대방에게 상대방이 승낙을 하면 계약을 성립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이고, '청약의 유인'은 상대방에게 "내가 이런 물건을 팔고 있는데 관심 있으면 나에게 청약을 하시오."라는 불확정적 의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위 전단지 사례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행위는 '청약의 유인'이고, 내가 전단지를 받고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전단지에 나온 PT36회를 등록하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행위는 '청약'이며, 피트니스센터에서 “그럽시다.”라고 하는 행위는 바로 '청약'에 대응하여 계약을 성립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승낙'에 해당하여 최종적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청약'과 '청약의 유인'을 구분하는 것은 계약의 성립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는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전단지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PT 36회 등록 시 6개월 무료'의 광고 문구를 보고 피트니스에 등록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 내용 그대로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계약이 성립된 것 아닙니까?


'청약'과 '청약의 유인'은 계약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너무도 큰 차이가 있는데요. 실제로 계약과 관련한 법률 분쟁에서도 이 행위의 구분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A가 B에게 대략의 용역대금을 정하여 용역을 의뢰하면서 견적서와 이행 각서의 제공을 요청하였고 B는 이 요청에 성실히 응하여 견적서와 더불어 용역이행각서 등 계약 체결에 필요한 구체적인 서류를 제출한 경우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A는 B의 견적서, 이행 각서 등을 믿고 계약 이행 준비에 비용을 지출하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견적서를 제출하는 행위는 '청약'이 아닌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므로 비록 견적서와 더불어 용역이행각서까지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A는 다시 B의 '청약의 유인'에 대한 '청약'행위를 하여야 하고 이 '청약'에 대한 B의 '승낙'행위까지 존재하여야만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가 B의 견적서와 이행 각서를 받고 계약 체결이 되었다고 생각해 어떤 비용을 지출을 하였다 하더라도 B에게 계약의 이행을 구하거나, 비용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 계약을 체결할 때 명시적으로 기재된 서면에 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종종 서면 계약서 없이 서로 교섭(청약의 유인)의 내용만을 가지고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착각하고 업무가 진행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위 사례와 같이 추후 계약의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이 발생할 경우 계약의 성립을 주장하는 측에 상당히 불리할 수 있으므로 '청약의 유인'과 '청약'행위를 잘 구분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계약을 합니다.


'청약', '청약의 유인' 그리고 '승낙'은 비단 거창한 사업상의 계약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기재된 가격표를 보고 물건을 사는 행위도, 길거리에서 접하는 수많은 광고 전단지도 그 이면에는 이러한 법률행위가 전제된 것으로 하루에도 수많은 계약과 관련된 법률행위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몇 번의 계약행위를 했나요?






여러분은 계약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계약의 주체가 되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일을 하다 보면 계약한 내용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고 이를 암묵적으로 계약서의 수정 없이 진행하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계약서를 작성할 때만큼은 항목마다 꽤 공들여 확인을 하곤 합니다. 계약 관계에서 계약된 기간 동안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정말 좋겠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계약서만큼 증빙 자료로써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여기서 계약서는 '너의 잘못, 나의 잘못'을 따지기 위한 증거라기보다는 서로가 정한 범위에서 계약 당사자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중요한 계약 관계를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청약의 유인'이 아닌 '청약'과 '승낙'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초반에는 조금 귀찮을 수 있겠으나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챙겨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스파크플러스와 법무법인 수오재가 전해드리는 꼭 알아야 하는 법률 지식, 다음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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