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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즈킴 May 09. 2022

‘고딩엄빠’가 불편한 이유

올해 3월 방영을 시작한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가 화제다. 제목만으로도 쉽게 유추해낼 수 있듯 10대에 아이를 출산한 어린 부모의 일상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이런 소재를 다룰 수 있다니! 소재의 참신성을 넘어 어떻게 출연진을 섭외하고 촬영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 일었다.   

   

2020년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한 해 출산하는 10대 수는 918명, 그중 15세 미만은 11명이라고 한다. 성경험을 시작하는 나이가 점점 빨라지고 가정 및 학교에서 받는 성교육은 여전히 미진한 오늘날 이와 같은 수치는 그리 놀랍지 않은 결과다. 그런 측면에서 ‘고딩엄빠’는 우리가 쉬쉬하는 10대 출산의 단면을 드러내고 청소년 성교육 및 복지 제도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방송을 보는 게 너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친 출연자 대다수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10대들이다.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케어를 받는 어린 엄마도 있지만 대부분이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갈곳 없는 소녀들이다. 누군가는 비행 청소년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들은 “돈이 부족해서” 출연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고딩엄빠'의 기획 의도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10대 엄마 아빠의 일상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하여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본 프로그램은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돈을 대가로 출연한 10대 부모의 불행과 미성숙한 모습을 너무 불필요하게 활용하는 것 같다. 촬영 도중 부부간 다툼이라든지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특집 보도마냥 자극적으로 연출하며 파급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10대 부모의 현실이 이해된다기보다 이들의 불행한 과거와 현재의 미성숙한 행동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과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린 부모는 방송을 계기로 그들의 기대처럼 사회적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돈을 대가로 출연했으니 과거의 아픔을 이렇게까지 대중 앞에 까발려도 괜찮은 걸까? 우리는 그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팔기로 했으니 사회적 비난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애초에 이들이 아직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청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했더라면 제작진은 좀 더 조심스러운 시선으로 고딩엄빠를 조명했어야 했다.      


칼부림과 SNS 으로 논란을 낳은 서현-택개 부부의 상황이 악으로 치닫으면서 10대 부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더욱 견고해질까 우려스럽다. 청소년의 성경험 나이가 점점 빨라지는 오늘날 10대 출산은 비단 어려운 환경에 놓인 비행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도 한 순간의 호기심으로 부모가 될 수도 있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고딩엄빠’는 유인하기 쉬운 청소년들의 불행과 미숙함을 소비하기보다 10대 출산의 진짜 현실에 초점을 맞추는 기획 의도에 충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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