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의 힘
이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크리스마스 지나 12월 마지막 주 회사에 복귀했다.
승진에의 염원을 표시한지 13주 되는 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에 없는 조용한 기간, 지난 이주 밀려있던 일들을 처리하고, 시간이 없어서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일도 조금 더 캐치업했다.
갑작스런 온도 변화 때문인지, 긴장이 풀려서인지 주말엔 감기기운이 몰려와서 새해 바로 전 주말은 집에서 잠만 자면서 보냈다. 다행히 아이들도 남편도 오랫만에 (?) 싱가폴에 와서인지, 수영하고 집에서 책 읽으며 시간을 잘 보내더라.
승진에의 염원을 표시한지 14주 되는 주 (2024년 첫주),
슬슬 바빠지기 시작한다. 연말에 volatility 가 좀 있는 마켓이 있었다, 회사에도 임팩이 좀 있어서, 그거 팔로업하는데 시간이 좀 소요됬다. 지금까지 많이 관여하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많이 따라 잡았고 나도 많이 배웠다. 동시에, 특정 팀원을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숫자 하나하나 따져가며 다시 체크해라 다시 해라 하면서 숫자를 확실히 알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결론적으로는 팀원의 업데이트에 의구심을 갖고 확실히 그 팀원과 align 하지 못하는것보다, 약간의 불편한 커뮤니케이션이지만 (메일이 한 5번 이상 왔다 갔다 했다. 숫자 업데이트 하기까지) 내가 확실히 이해해서 확실히 팀원과 align 해서 같은 보이스를 낼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그 팀원이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속 목소리를 이겨내고, 싫어해도 어쩔 수 없다 귀찮아해도 어쩔 수 없다 이건 해야하는 일이다. 하며 엑셀 숫자 하나하나 다따져가며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다. 다행히, 나의 개입으로 숫자의 정확성이 현저히 늘어났고, 나의 도움으로 관계된 부서 사람들도 챌린징하며 그 팀원에게도 자기가 만드는 숫자의 의미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약 3일의 불편한 커뮤니 케이션 끝에는 우리 둘 다 후련하다 라는 감정이 더 크게 들었다. 또 하나의 매니징 경험..
그리고 승진에의 염원을 표시한지 15주 되는 주 (2024년 둘째 주),
원래 12월에 마치려고 했지만, 밀렸던 일을 후련하게 끝냈다. 이번엔 다이내믹이 좀 바뀌어서, 매일 6시면 칼퇴하는 친구를 7시까지 잡아둬야 하는 일이 있었다. 6시 좀 치자마자 "내일하면 안되요?" 라며 싫음을 온몸으로 표시하는 직원에게, "이건 반나절은 걸리는 아주 매뉴얼한 일이라고요!" 라며 오늘 절대 끝낼 수 없음을 온 얼굴로 표시하는 직원에게 "그렇지 않다 이건 1-2시간이면 끝나는 일이다. 매일 6시에 칼퇴할 수는 없다. 굉장히 time sensitive 한 특별한 상황이 있고 오늘이 그 날이다" 라며, 20분을 실랑이 했고, 6시 20분이 되어서야 입을 내밀고 일을 시작한 직원을 앉혀놓고 "일단 7시까지만 해봐, 7시에 다시 만나자" 라며 난 내 자리로 돌아갔다.
왠걸? 7시에 되니, 약 30분 만에 일이 다 끝난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그냥 하기 싫으니까 그런 것이다. 본인도 좀 쑥스러워하며 "계산 다 끝났어요" 그래서 "아이구 역시 너 superpower! 계산 한번 검증해보자 우쭈쭈" 하니.. 나도 바쁘니 내 일 하라며 자기가 스스로 검증하겠단다. 그러더니 7시 30분에 다시 와서 자기가 틀린거 발견해서 고쳤고, 이게 써머리요. 하기에 그래그래 이제 어서 집에 가, 나머지는 내가 할께
그 다음날 계산 가정 바꾸고, 계산을 여러번 바꿀 일이 있었는데, 실무자에겐 매우 귀찮은 일이지만, 전날 이렇게 그 아이와 잘 넘긴 탓에 마저 더 팔로업해서 업무를 시간내에 잘 끝낼 수 있었다. 내가 한번 대신 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이렇게 되면 모든 일을 내가 대신하게 된다. 좀 힘들어도 팀원이 일을 더 해야할 땐, 강제로라도 하게 해야한다. 이번 이틀간의 이벤트로 이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러더니 이 주 말엔 한 팀원의 사직 발표.
사실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이었고, 개선시키려는 많은 노력에도 변화가 너무 느려서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여러 경로로 미리 예상했던 (좋은) 뉴스였다. 그러나, 지금이 그에게는 "승리" 를 최대한 맛볼 순간이 아닌가. 나 역시 비슷한 경험들이 있던 프로이직러로서 이런 상황에 그에게 가장 반가울 액션을 취해주었다.
엄청 충격받고, 허탈하고 어쩌면 좋을지 하는 모습 "너가 떠남이 너무 슬프고 아쉬워" + "너 가서 무슨 일하니? 아 그 일, 넌 잘할 수 있다. 너의 이런이런 강점이 새로운 일에 엄청 도움이 될거야 넌 잘할게 분명해" 응원 + "그 전에 이 회사에서 우린 너의 도움이 더 필요해, 너 마지막날까지 이런이런거 잘 끝내자" 부탁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상사와의 1-1.
저 승진은 어떻게 되어 가나요? 제가 제 업무에서 더 보충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그러자,
솔직히 올해 (2023) 승진은 안 된다, 내년을 목표로 하자.
지난 3-4달 내가 보기에, 너가 다른 부서나, 팀과의 미팅에서 목소리를 내는 방식 너의 영향력이 massively improve 했어.
나는 새해에, 너가 다른 부서의 부서장들과 더 협업하고, 너 목소리를 낼 기회를 최대한 많이 줄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가 ED로서 역량이 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나도 널 도와줄게.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알겠다. 올해 꾸준히 이 토픽에 대해 너와 캐치업하면서, 내가 ED로서의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꾸준히 발전해 나가고 싶다. 너가 도와주면 좋겠다.
라며 훈훈히 끝났다.
이 대화에서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나는 ED 라는 타이틀의 확득보다, 나의 시니어매니저로서의 성장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저 대화가 생각보다 실망스럽지 않았고, 내가 정치력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내 상사로부터 그런 정치력 측면을 내가 올해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더 신이 나는 것으로 보니, 나는 타이틀의 획들보다는 나의 소프트스킬의 성장에 더 관심이 있더라. 물론, 성장 뒤에 그에 맞는 타이틀을 받지 못하면, 그 타이틀을 제공하는 곳으로 떠날 것임은 확실하다.
이처럼, 우리는 그 상황에 놓이기 전까지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나에게 닥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나의 반응을 볼 수 있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더라. 하지만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닥친 / 닥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마음대로 가정해 버린다. ("승진시켜주겠지". "승진 안 시켜 주겠지". "내가 이러면 관계가 틀어지겠지". "내가 이러면 쟤가 좋아하겠지")
나에게 닥친/ 닥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보려는 노력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상사이든, 동료이든, 밑의 직원이든, 질문하고 정보를 얻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피드백의 힘이 아닐까.
내가 부족함을 자주 깨닫고, 스스로 "난 부족해" 라는 인식이 나를 무겁게 짇누른다. 아주 때때로 월요일 회사 가는 길에 그 인식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 어떤 누구보다, 바로 나 자신이 "난 부족해" 라며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걸 구제하는 방법은, 스스로 느끼는 "나는 나아지고 있다" 라는 인정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더 많은 걸 깨달았다, 더 많은 걸 스스로 실험했다, 더 많은 것에 스스로의 가치판단이 있다.
그러므로 어제 살아남은 나는 오늘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래서, 올해 나의 성장을 위해 나는 두가지를 결심했다.
1) 나는 평균 (점심 시간 포함) 하루에 약 11시간을 일한다. 새해에는 이것을 10시간 30분으로 줄일 것이다.
2) 그리고 회사일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나의 개인적 성장을 위해 30분씩 이용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리더쉽 / 인간관리 등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있을 것이다.
2024 년도 화이팅 :)
나 자신아, 너는 잘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