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표현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 '아이의 자서전'을 써서 보내달라는 숙제를 부모들에게 내 주셨다. 조금 당황했다. 아이가 기껏 살아온 시간이 10년도 안 되는데 자서전을 써 오라니. 그리고 자서전은 직접 써야 하는 게 아닌가. 뭐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좀 독특하기도 하고 아이가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을 통해서 어떤 아이가 되었고 앞으로 이 아이를 위해 선생님으로써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무엇에 집중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 이런 숙제를 내 주신 듯 하여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우선 아이를 중심에 놓은 인포그래픽을 그려보았다. 이 아이의 아빠와 엄마는 어떠한 특성이 있고,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아이가 되어 가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세상에, ... 우리 아이는 그야말로 아빠와 엄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그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물려받고 있었다. 이 아이의 삶에 우리가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느끼면서 새삼 조심스러운 마음이 생겨 나왔다.
십여년 전에 우연찮게 '프레네 교육'이라는 워크샵에 참여한 적이 있다. 프레네 교육은 '아이들은 흰 도화지가 아니라 꽉 찬 덩어리다.' 라며 주입식 교육보다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교육이었다. 그 때 페다고지(초등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했었는데, 이제 정말 부모가 되어 아이들에게 얼마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주말에 짜장면을 먹을지, 피자를 먹을지를, 아이에게 물어본다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혹시 피자를 좋아하지 않는 아빠의 눈치를 본다거나, 비용에 민감한 엄마의 눈치를 보지는 않을까? 다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자신의 온전한 주장과 선택을 존중받았다면, 그런 경험을 다양한 곳에서 최대한 끌어내 주는 게 좋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창의성도 발현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지, 아이의 표현에 은연중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주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 내 주신 '아이의 자서전'은 그야말로 우리 부모들을 위한 숙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담임선생님을 만난 우리 아이가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이런 선생님을 만나서 아이들의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 그림 등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경험을 자주 할 수 있도록 시도해봐야겠다.
언젠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