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생소함

내 감정을 마주 대하는 지극히 생소함.

by 젤루나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박신양의 전시쑈 <제 4의 벽>을 보고 왔다.

연기자로 잘 알려진 배우가 이렇게 화가가 되어서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지 몰랐는데,

전시를 보면서 꽤 심오하고 깊은 작가의 의도와 생각이 잘 느껴져서 여운이 남았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연기로, 그림으로 표현해 내려는 작가의 섬세한 마음이 잘 느껴졌다.

나는 그저 어렸을 적 연기를 잘하고 뭔가 진지하면서 반듯하게 생긴 배우로만 알고 있었던 분이었지만

사실은 굉장히 섬세하고 조심스러우면서 배움과 표현에 진심인 사람이었고 그런 마음이 와닿았다.


창작을 하고 표현해 내는 것은 나와 타자, 삶과 죽음,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밝고 어두움 그리고 아름다움과 추함.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내는 일이라고 한다.

그 문구에 굉장히 공감하면서 그동안 생각하고 고민하고 표현에 이르는 그 열망이 조금 시들했던 것도 같아 조금은 반성하면서 나 자신을 느껴보고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직접 우러나온 마음에서 책을 읽고, 고민하고, 글이나 그림으로 쏟아내는 그 일련의 과정에는 그 사람만이 토해낸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어서 나는 글이 좋고 그림이 좋다.


무언가 쏟아내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는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좌절하거나 그로 인해 무언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던 것 같다. 나는 혼란스러움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해서 그림을 그렸었지.

지금도 때때로 혼란스러울 때가 있지만, 그래도 그 당시보다는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인지 그동안은 표현 욕구가 덜했었다. 그저 감상하는 것에도 만족했다.


그런데 박신양의 전시를 보고 오랜만에 무언가 뜨거운 마음이 느껴졌던 것 같다.

어쩌면 그동안 편안하다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나와 마주하길 조금은 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스스로를 약간 의심해 보고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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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색상과 붓 터치는 거칠고 솔직한 듯하지만, 보고 있으면 잔잔한 느낌이 올라오는 그림들이 많았다.

그런 잔잔함이 은근하게 보는 사람을 스스로 돌아보게 만들고, 감동시키는 듯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연극적 전시'라는 생소한 개념의 전시라 어떤 것일지 궁금했는데

정말 연기를 하는 피에로가 전시장을 돌아다닌다던가, 공간에 향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던가,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였기에 더 인상이 깊었다.

그림 하나하나 표현해 내고자 하는 마음을 처음부터 해석하고 스스로 써 내려가려고 한 작가의 마음이 숨김없이 잘 드러나있어서 해석하기에 어렵지 않았고,

그랬기에 시선은 더 쉽게 나의 내면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시를 보면서 느꼈던 감흥과 즐거움, 내 감정을 마주하게 되었던 순간을 기억하고

그 기억은 또 나중의 생소함이 되어 나의 순간순간을 계속해서 그려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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