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대학원생의 정신건강에 대한 콘텐츠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헤매다가 브런치 스토리에 이르렀다.
그저 읽고 지나가면 되었을텐데...굳이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서울 소재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을 재학 중인 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대학원생의 삶을 살아가는 내가 가지는 오만가지 생각들, 일상들, 심리적 스트레스들, 경험들을
글을 통해 풀어간다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희망을 갖고 말이다.
굳이 '게으른 대학원생'이라는 타이틀을 선택한 이유는 말 그대로 게으르기 때문이다.
중고딩부터 대학생까지 공부에 그닥 흥미를 갖지 못했고 적당히, 대충 사는 인생이었다.
그래서 대학도 그냥 지방국립대를 들어갔고, 그나마 관심있는 생명공학을 선택했다.
그런 시절을 보내다가, 대학교 3, 4학년 때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적어도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그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 욕심이 게을렀던 나를 조금씩 움직이게 했다(참고로 나는 게으름의 탑티어에 있는 INTP이다).
그러다가 과학기술정책컨설팅 회사에서 1년을 인턴으로 근무하고
현재는 과학기술사회학이라는 세부전공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 되었다.
대학원생의 삶은, 사실 게으르고 싶어도 게으를 수 없는 삶이다.
그럼에도 대학생때 까지 공부에 게을렀던 나에게 여전히 공부는 힘들기만 하다.
새벽까지 깨어서 공부하는 그런 독기가 남보다 없고,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게으름을 좀 이겨보고자 월, 화, 수, 목, 금, 토는 매일 학교에 나가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
남들 눈에는 부지런해 보이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닥 그렇지도 않다.
박사과정을 보내고 있는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공부를 한다.
이것 보다 더 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렇지 않으면 뒤떨어질 거라는 불안감 그런 스트레스들에 자유롭기 어렵다. 그래서 늘, 나의 본성과도 같은 '게으름'과 내면적으로 부딪히고, 싸워가며 공부를 한다.
요즘 그 싸움이 좀 힘이 들고,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지친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글을 써보려 한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부딪히는 공부에 대한 벽들,
대학원생이 겪는 자존감과 자신감의 문제들,
공부에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대인관계가 어려워지고,
때로는 자신의 이기적인 모습에 실망하는 심리적 문제들,
박사과정 논문을 뭘 쓰면 좋으며, 쓸 수 있을까,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 진로의 문제들,
이런 문제들과 씨름하는 '게으른 대학원생'의 삶과 경험을
앞으로 이 곳에서, 조금씩 풀어가고자 한다.
2024.04.26.금. 오전11:12
학과 사무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