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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나 Jun 26. 2023

장마를 알리기라도 하듯 비가 오기 시작했다

생각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핸드폰 메모장만 켜도 갈 곳 없는 글들이 빼곡하다. 하지만 왜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운지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나는 글들을 '분류'하는 것과 '제목'을 정하는 일에 부담을 갖고 있었다. 기록하기 위해서 자유롭게 올리는 글들이 점점 너무 흩트러져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 정리 안된 상태를 마주하기가 싫어서 분류를 하고자 했다. 분류를 하려고 하니까,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어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시간만 흘렀다. 매거진도 있고, 브런치북도 있는데 두개를 어떤 기준으로 어떤 목적으로 이용해야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는 그냥 쓰는 게 좋은가보다. 쓰기 전에 이 글을 어디에 넣어야할지, 어떤 제목을 붙여줘야할지 생각하는 것보다. 그러면 글을 쓸 마음이 사라진다. 


  그래서 매거진도 시작해보고 분류도 시도했다가, 그냥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앞으로는 제목을 날짜로 적어서 그냥 쓸래.


  어렸을 때는 나에게 부족한 부분, 멋진 사람이 되려면 필요할 것 같은 능력인데 나는 유독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이대로 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놓아버리면 그건 포기가 되는 것 같고, 나태함을 합리화시키는 것 같았고, 도태될 것만 같았다. 늘 갖지 못한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채우려고 애를 썼다. 능력적으로, 성격적으로, 매력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물질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크진 않은데 비물질적인 것에 대한 욕심이 굉장히 컸다. 그게 내 자신을 괴롭게 하고 쉬지 못하게 하고 늘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부족한 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든 노력해서 조금은 얻은 게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체로, 속으로만 '아, 경제신문 읽어야 하는데', '주식 공부해야하는데', '웹소설 써봐야하는데', '내가 세운 (굉장히 빡빡한) 계획에 맞춰 살아가야하는데' 등등 무거운 짐처럼 안고 살아갔을 뿐, 지속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것들이 아니더라도 내 삶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굉장히 많았고, 그것을 할 시간에 잠을 자거나 누워서 휴식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게으르다고 여기면서 살았다. 사실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음에도.

  

  내려놓음. 사람마다 집착하고 욕심부리는 대상이 다르다. 나는 명품이나 인맥, 입고 먹고 걸치는 것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다. 그런데 경험에 대해서 부리는 욕심이 굉장히 크다. 왜 그럴까? 왜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으면 불안하지? 왜 주말마다 일정을 하루에 세개씩 잡아야 직성이 풀릴까? 하지만 누구보다 쉬고 싶어하고 누구보다 떠나고 싶어하고 아무 약속도 없는 주말에 깊은 평안을 느끼는데. 약속이 하나 있는 것보다 세개를 한번에 해치우는 게 좋고, 아니면 아예 아무 일정도 없는 것이 좋다. 들여다봐야할 부분이다. 오래도록 궁금했던 것. 그러나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것. 그 안에 무엇이 있을까. 정말로 내가 해야할 일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고, 이유모를 의무감과 책임감도 있고, 어떠한 씨앗에서 자라났는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다. 


  아,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쏟아졌다. 앞으로 줄곧 비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한다. 한동안 출퇴근 때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 이동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좀더 길게 계산해야한다. 레인부츠도 아직 사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로 필요할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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