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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Jan 18. 2023

팔자주름 필러, 맞을까 말까

용하다는 의원 네 곳에 찾아가 보았다.

"니 팔자주름 시술 좀 받아라."


엄마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는 내 머릿속 한편에 자리 잡아 '진짜 시술을 받아야 하나' 하는 고민에 이르게 되었다. 아빠 판박이라고 불렸던 나는 실제로 아빠를 많이 닮았다. 아빠의 성격부터 시작해서 아빠의 여드름, 아빠의 시력, 아빠의 팔자주름까지 고대로 물려받은 나는 웃을 때마다 도드라져 보이는 팔자주름을 신경 쓸 나이가 되었다. 자그마치 서른넷, 아니다 만 나이니까 서른셋이라 해야 할까. 불혹인 마흔을 앞두고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 좀 신경을 써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 흔한 보톡스 한 번 받지 않았지만 이제는 보톡스를 맞아야 할 것 같고 필러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팔자주름을 옅게 해 준다는 필러도 맞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실제로 시술을 하는 의원 네 곳에 가서 의사 선생님 상담도 받아보고 언니들 상담도 받아보았다. 중론인즉슨, 팔자주름이 그리 심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제일 솔직하게 말해준 곳에서는 주름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들었다. 주름이 있어 보이는 것은 다 여드름 자국 때문이라나.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하얗고 말끔했던 내 피부가 지저분해진 것은 바로 여드름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활화산처럼 나는 여드름을 자꾸만 짜고 또 짠 나머지 여드름 흉터가 양 볼 쪽을 뒤덮고 있다. 대학생이 되기 직전에 박피를 받고, 대학을 다니면서 경희대 한방병원에도 가 보고, 피부과 가서 프락셀을 받는가 하면 직장인이 되어서도 매트릭셀을 받고 피코프락셀을 받았지만 내 피부는 여전히 좋지 않다. 여드름 왕국인 내 피부에 비하면 내 동생은 거무잡잡하지만 깨끗한 연예인 피부를 지니고 있다. 엄마 피부가 백옥 같은데 엄마 피부 유전이 동생에게 몰빵이 된 모양이다. 화장 하나 하지 않아도 깔끔한 내 동생 피부를 볼 때면 부러울 때가 많다. 나도 짜고 긁지만 않았다면 백옥 같은 이전의 피부를 되찾을 수 있었을까.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하는 법이지만 피부가 좋지 않은 나는 종종 그런 상상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장이 잘 되는 사람들이 부럽다. 지금 내 피부는 여드름 흉터가 남아있는 데다 모공도 넓어서 화장이 잘 먹지도 않는다. 평소 화장을 즐겨하는 편도 아니지만 피카소 붓으로 슉슉 칠하면 메워지는 피부 좋은 사람들의 피부를 보면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만약 피부가 아주 좋았더라면 나도 코덕 친구처럼 화장품을 사 모으고 화장에 심혈을 기울이며 살았을는지도 모르겠다.


여드름 얘기가 길었다. 다시 팔자주름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면 필러를 맞되 국산필러를 맞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수입산은 너무 비쌌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내 입장에서는 국산필러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팔자주름 필러가 더욱 효과가 좋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혹했다. 네 곳에 견적을 문의해본 결과, 가격대는 30만 원대였다. 엄마의 말 한마디에 귀가 팔랑거린 나는 필러를 잘 놓는다는 곳을 수소문해서 시술 날짜까지 잡았으나 사흘 후에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왜냐고? 일단 필러를 맞고 나면 땀 흘리는 운동을 일주일 동안 할 수 없는 것도 걸리고(나는 헬스를 하루에 1시간씩 꾸준히 하고 있는 헬스 러버다.) 필러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결국 녹아 없어져버리면 다시 맞아야 하는 것도 너무 번거롭다고 생각했다. 그냥 시술을 하지 말고 생긴 대로 살자는 결론을 얻었다. 이러다 6개월 후에 마음이 바뀌어서 생긴대로 살지 말고 필러를 맞겠다는 글을 올리면 어떡하나. 서유석의 '너 늙어봤냐 나 젊어봤단다' 라는 노래의 일부를 남기며 팔자주름 없애기 프로젝트에 일주일간 돌입했던 나의 웃픈 시술탐방기를 그만 마무리하고자 한다.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세상 나이 구십 살에 돋보기도 안 쓰고 보청기도 안 낀다 틀니도 하나 없이 생고기를 씹는다 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하게 했는가 세상은 삼십 년간 나를 속였다


덧, 아직 서른넷이란 나이는 무궁무진한 나이인 거겠죠? 주름이 하나둘 늘어가겠지만 젊어봤으니 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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