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에 이탈리아 비행기를 끊은 후, 일주일 동안은 숙박정보를 찾는 데에 시간을 할애했다. 대략 20일 정도에는 모든 숙소를 에어비앤비, 아고다, 익스피디아로 예약 완료했다. 로마, 피렌체, 베니스, 돌로미티 순으로 차례대로 숙소를 구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곳이 돌로미티였다. 로마와 피렌체, 베니스의 경우 에어비앤비를 구하기 쉬웠으나 돌로미티는 지역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에어비앤비를 구하기 어려웠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내가 직접 집 내부 사진, 평점, 후기를 꼼꼼히 보면서 정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터라 돌로미티에서도 가급적이면 에어비앤비를 구하고 싶었다. 물론 내가 지리를 깊이 숙지하고 동선을 따져가면서 찾아볼 수는 있었으리라. 하지만 계획형 J가 아닌 즉흥파 P였던 나는 일주일 내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인 이탈리아에 대한 정보를 눈알이 빠지도록 들여다보니 여행을 하기도 전에 진절머리가 날 것만 같았다. 에어비앤비를 포기하고 호텔 위주로 찾아보면서 돌로미티 호텔 블로그 후기들을 참고했지만 평이 좋은 곳은 이미 매진이었다.
일단 돌로미티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여행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 내렸다. 코르티나 담페초, 오르티세이. 두 지역은 돌로미티의 동쪽 중심, 서쪽 중심에 있는 지역이었다. 실제로 코르티나 담페초 마을과 오르티세이 마을은 정말 예뻤다. 하지만 마을 중심부에 있는 호텔은 비쌌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렌터카가 있었기에 굳이 숙소를 거점에 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랜 검색 끝에 2박 머무를 장소로 고른 호텔은 코르티나 담페초 근처에 있고 미수리나 호수와 가까운 B&B Hotel Passo Tre Croci Cortina였다. 처음에는 미수리나 호수 근처에 있는 그랜드 호텔 미수리 나를 선택하려고 했으나 B&B Hotel Passo Tre Croci Cortina가 평이 정말 좋아서 연박하기로 했다. 평 중에는 이탈리아 여행 중 머무른 숙소 중 제일 깨끗했다는 평이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그러했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여행 중 엄마, 아빠가 제일 좋아하신 숙소였다. 조식 제공도 푸짐했고 호텔 창문으로 보이는 전망도 좋았다. 가격이 그리 저렴한 것은 아니었으나 푸짐한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던 터라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밤에는 별이 보이고 새벽에는 어스름한 기운이 산자락을 둘러싸고 있어서 장관이었다. 아빠가 새벽에 감탄사를 내뱉으시며 숙소 너무 좋다고 연신 외치셨던 기억이 있다.
6월 18일, 일요일 6시 40분 무렵에 B&B Hotel Passo Tre Croci Cortina에 도착한 우리는 체크인을 하기 전에 Conad City에 가서 장을 봤다. 마트가 생각보다 문을 빨리 닫는다고 해서 마트에 가서 장을 잔뜩 봤다. 장을 보고 체크인을 할 때 부가적으로 도시세를 지불해야 했다. 리셉션의 직원은 친절하게 등산로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기도 했다. 나는 내가 세웠던 등산 계획을 확인 차원에서 물어보았고 리셉션 직원은 행운을 빈다고 했다. 실제로 돌로미티는 비가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날씨 운이 좋지 않으면 원하는 그림을 카메라에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게다가 우리가 갔을 무렵에는 세체다 케이블카 한 곳이 얼마 전에 고장이 나서 한동안 점검을 한다고 했다. 세체다를 오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케이블카 대신 콜라이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가 잡은 세 번째 날의 숙소의 위치가 세체다행 콜라이저 근처에 있어서 시간을 적게 들여서 이동할 수 있었다.
동쪽의 거점 지역인 코르티나 담페초 못지않게 서쪽의 오르티세이 숙소는 비쌌던 터라 '셀바 디 발 가르디나'에 위치한 숙소를 찾아냈다.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에 달린 각종 후기들을 보다가 '굳이 오르티세이에 숙소를 잡을 필요 없고 셀바, 산타크리스티나 등등의 지역에 좋은 숙소가 많으니 구글 지도로 좋은 숙소를 찾길 바란다.'는 후기를 보고는 셀바에 있는 '레지던스 안테라스'로 예약했다. 이곳은 안타레스 호텔과 레지던스를 같이 운영했는데 나는 취사가 가능한 레지던스를 택했다. 다만 특이했던 것은 부엌을 쓰고 나서 깔끔하게 치워놓아야만 했다. 리셉션에서도 언급받은 사항인데 깨끗하게 치워놓지 않으면 55유로를 후불제로 부과한다고 했다. 실제로 레지던스의 부엌에 그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러한 특이사항을 제외하고는 돌로미티의 두 번째 숙소도 나쁘지 않았다. 연박했던 첫 번째 숙소보다도 저렴했다. 무엇보다도 첫 번째 숙소와 다르게 마트와 가까워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인종차별이 있다는 후기를 보고 좀 걱정했는데 리셉션이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차별한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돌로미티 숙소를 어디 정할지 망설이는 분들이 계시다면 두 곳을 정말 강력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