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서 실패해도 괜찮은 걸까요?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대학에서도 최대한 많은 걸 배우려 했고 많은 걸 경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전공에 복수전공에 부전공까지 선택했고 졸업유예를 선택하면서까지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매년 꼭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대구에 살면서도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주말마다 서울이나 부산을 통학하며 학원을 다니기도 했었다. 그렇게 공부하고 싶은 걸 공부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최근, 친구와 이런 얘기를 나눴다. 첫 직장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일단 취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이 일이 적성에 맞는 건지 또는 회사가 괜찮은 회사인 건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직장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내가 그랬다.
나의 취준생 기간과 코로나 시국은 거의 완전히 일치했다. 금방 끝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시국에 내 마음은 초조해져 갔다. 시간은 가는데 이러다 평생 취업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평생 취업을 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잠 못 드는 날들이 길어졌다. 그래서 그때의 나는 거의 이력서를 난사하다시피 이곳저곳에 냈다. 회사가 어떤 곳인지는 상관없었다. 그냥 직무만 대충 맞으면 됐다.
여러 곳에 이력서를 낸 만큼 여러 곳에서 면접을 봤다. 그리고 나는 나를 합격시킨 곳들 중 나에게 대구에서 서울로 이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더 주는 곳을 선택했다. 그리고 회사에 적응하느라 그리고 혼자 하는 서울 살이에 적응하느라 내가 학생 때 진짜 뭘 하고 싶었는지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 채 살았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나도 함께 흘러갔다. 이 삶에 크게 만족하지도 크게 불만족하지도 않은 채 그렇게 살아갔다.
그런데 요즘 자기 공부를 하겠다며, 자기 사업을 하겠다며 또는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하겠다며 회사를 그만두는 동료들이 많아지면서 '나는 원래 뭐를 하고 싶었더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나중에는 꼭 이걸 할 거야'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일단 지금은 돈이 없으니까, 돈을 모아야 하니까 여기 남아있을래'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맞는가 밤마다 또 일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얼마 전, 혼자 대학로에 공연을 보러 다녀왔다. 내가 서울에 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문화생활을 마음껏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것들마저 잊고 살았던 요즘이었다. 그리고 공연장에 앉아 공연을 보며 맞아 내가 하고 싶은 게 이런 거였었지 공연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고 또는 드라마를 쓰고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었지 생각했다.
나는 이직을 할 것이다. 일단 취업을 해야 하니까 회사를 선택했던 그때와 다르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갈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첫 직장에서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 누군가는 첫 직장, 첫 단추를 꿰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넘어지고 경험하며 그렇게 다들 자기의 흥미와 적성을 찾아간다. 그러니까 현재 자기가 있는 곳에 그렇게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내 옆자리의 사람을 보며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모두 각자의 속도가 있는 것뿐이다.
우리 불안해하지 말자.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고 도전하기 전까지 포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