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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H Mar 12. 2024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3

열정페이에 대하여

열정페이

열정+페이(Pay)의 합성어로 돈은 주지 않으려 하면서 일은 고되게 시키려 드는 행위를 비꼬는 뜻.


열정페이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너희들을 이 일이 처음이니 배우면서 돈까지 받는 거야.', '이 일에 인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너는 일도 하고 인맥을 쌓는 거야.'라는 말들로 돈은 최저에 가깝게 주면서 일은 고되게 시키는. 그리고 이 문제는 언제까지나 완벽하게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다. 인맥이 중요한 사회이니까.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인맥과 연줄이 중요한 분야가 있다.


주 6일 점심시간 포함 11시간 근무를 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원래는 9 to 6가 지켜졌었는데 일의 양이 많아지며 함께 일하는 모두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할 만했다. 일이 많아지면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이었기에 갑작스럽게 늘어난 근무시간이 엄청 당황스럽고 그런 것도 아니었다. 조금만 이렇게 고생하면 금방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침에 나가 밤에 들어오니 운동은 고사하고 빨래, 청소 등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들이 금세 밀려버렸다. 일주일 중 쉬는 단 하루도 다른 일정을 위해 집을 비우니 온전히 하루를 쉴 수 있는 날이 없었다. 


피로는 금방 쌓여버렸고 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매일 같이 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해야 할 것들은 점점 늘어만 갔다.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 말을 꺼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이 일을 그만둠으로써 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어질지가 불 보듯이 뻔했다. 이렇게 책임감 없게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에는 인맥이 있었다. 이곳도 인맥이 중요한 곳이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 일을 하며 쌓은 인맥들을 고작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스스로를 보며 그동안 열정페이를 선택했던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열정페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인맥은 어떤 분야에서든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일 테니까. 그리고 그 인맥을 인질 삼아 제대로 된 페이를 주지 않는 곳이 한 두 곳이겠는가. 이것을 없애는 방법은 일하는 사람이 알아서 잘 도망치는 방법뿐이겠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면 이 마저도 쉽지 않다.


물론 도망치더라도 평생 이 바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오히려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들은 그렇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내게 새로운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불안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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