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의 마지막 직군이다
취업준비를 할 때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첫 직장이 다음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에 다들 그런 말을 했던 거겠지만 그땐 이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직접 회사를 다닐 때도 이 말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회사야 다녀보고 별로면 이직하면 그만이다.라고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보니 알겠다. 첫 직장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할 수도 있다는 걸.
직장을 옮기는 건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직군을 옮기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이 직무가 나랑 맞지 않는 일이구나 깨달을 수도 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분야가 내가 일해오던 것과 완전히 상반된 일이라면 나는 다시 신입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 이전에 하던 일과 새롭게 도전에 보려는 분야를 연결시키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지금껏 내가 쌓아온 경력과 연봉이 아무 소용없어질 수도 있다. 그럼 나는 바라는 연봉만 높아져버린 중고신입이 된다.
조금 더 어렸을 땐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니까. 세상엔 연봉이나 경력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한 직무에서 쌓아온 경험과 연봉이라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며 무시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 자꾸만 나를 뒷걸음질 치게 만든다.
나는 이제 아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직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지금 내가 선택하는 이 직무가 앞으로 나와 평생을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더 고민을 하게 된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없지만 평생 직무는 있을 수도 있다. 경력직으로 이직하기 위해선 경력으로서 내가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통일된 포트폴리오가 필요할 테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겁 많은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