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4 작성
깡깡이 예술마을, 삼진어묵 답사에 이은 부산 일정 둘째 날. 부산역 앞 초평동을 방문했다가 아는 형님을 만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늦잠을 자버리면서 오전 일정 생략. 점심시간에 돼지국밥을 먹고 부산 사람들에게 제법 유명한 신기카페에 방문하기로 했다.
어느 날, 언덕배기에 갑자기 멋진 카페가 생겼다. 신기산업이라는 회사가 준공한 사옥을 '신기카페'라는 이름의 대시민 공간으로 오픈한 것. 공간 일부에는 신기산업의 사무실이 있다. 신기산업은 제조업/반도체 생산 등 공업을 위주로 하는 기업으로, 기업의 가치관과 제품을 민간에 공개하기 위해 이 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신기카페는 총 4층짜리 공간이고, 모든 층에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곳이다.
신기카페, 1층
1층에는 기념품 판매/물품 홍보관이 있다. 추후에는 지하에 신기잡화라는 이름으로 새 공간을 냈다.
신기카페, 2-3층
2층과 3층은 카운터와 카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방이 뚫여 있고 부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쾌적한 공간. 오래 머무르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있고, 방문 당시에는 음료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전망이 좋으니까 모두 용서.
신기카페, 4층
4층에는 대관이 가능한 파티룸과 펍이 있다. 신기산업의 사무실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던 시간은 낮이라 펍이 어떤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신기카페, 옥상
옥상은 루프탑 카페다. 아직 쓰임새를 찾지 못해 어수선한 모습이었으나, 루프톱 트렌드를 꽤 일찍 선도했다. 옥상에서 바다와 부산 시내가 가장 잘 보이지만, 아래층에서도 충분히 좋은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부산 영도에 가면 신기산업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지역민들에게 알려진 곳.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영도 주민들의 자랑거리가 된 듯하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공간이다. 2층과 3층, 루프톱이 있어 다양한 공간을 즐길 수 있고 전망도 훌륭하다. 인테리어도 꽤 신경쓰는데다 기업에서 만든 상품 또한 판매하니 정말 할 거리가 많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도시재생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이 공간은 낙후된 지역을 의식하지도, 도시재생 예산을 따서 만든 것도 아니다. 그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행동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공간이 생김으로 인해서 지역엔 자랑거리가 생겼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생겼다. 조금 비약해서 말하면, 이런 공간들이 각 지역에 생긴다면 수 년 동안 몇십억을 들여서 운영주체도 분명하지 않은 앵커시설을 지을 필요가 없을지도. 그런 점에서 인사이트가 됐다.
잉여공간 활용과 브랜드 홍보, 부가가치 창출 등 세 가지 토끼를 한 번에 잡은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