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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우 Nov 13. 2018

직무 경험을 쌓아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경력자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경력자의 경우 회사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겠지만, 업무에 바로 투입해서 일하기를 원한다. 경력사원은 당연히 그렇게 일할 수 있고 그렇게 일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는 신입사원에게도 경력사원 같기를 바란다. 신입사원은 입사 후 회사나 팀 단위의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회사는 채용공고에 지원할 때부터 일할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가진 지원자를 선호한다. 이것은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기업은 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인 조직이다. 직무 경험이 있는 신입사원이라면 아무래도 실무를 빨리 익혀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 회사는 교육비를 줄일 수 있거나 아예 교육비가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처음 직업상담 분야에서 일했던 곳은 4년제 사립대학이었다. 이 분야에 첫발을 들이기 쉽지 않았다. 취업진로 교육을 받았던 선생님으로부터 직업상담 분야에서 한번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받았다. 그때 나는 공무원 공부를 했지만 두 번의 시험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방황하고 있었다. 생각을 해보다가 일해 보겠다고 연락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일하려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 사무실이 있는 서울로 면접을 보러가야 했다. 토요일에 집에서 서울로 가서 회사 사장님과 면접을 봤다. 면접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면접 때 이야기가 잘 돼서 근무지인 부산의 한 대학에서 다음 주부터 바로 출근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는 몇 개월 되지 않는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이 없어서 하루빨리 일을 시작해야하는 입장이었다. 


부산에 있는 한 대학에서 성격유형검사(MBTI), 학습전략검사(MLST), 학습유형검사(U&I) 등을 진행 후 학생들과 상담했다. 가끔 취업과 진로에 대해 상담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학습 관련 검사에 대한 결과와 해석에 대해 상담했다. 이곳에서 일한 기간은 반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경험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후 다른 대학으로 전직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약 반년 후 다른 대학의 취업지원센터에 지원했다. 때는 여름으로 더운 날씨였다. 당시 대학은 방학이었다. 인터넷으로 서류지원을 했다. 열흘 정도 지난 후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이었다. 이전에 일한 곳이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원한 곳과 같은 대학이라는 경험이 우대받았던 것 같다. 이전 직장에서 비슷한 직무에 대한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만약 이전 직장이 근무 기간도 짧고 업무도 취업지원이나 진로상담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그 다음 직장에 이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이직하는데 같은 분야의 직무 경험이 결정적이다. 



올해 여름 국내 대표적인 취업포털 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사람인은 취업에서 ‘직무 경험’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통계를 발표했다. 사람인은 지난 7월 10일부터 13일까지 기업 인사담당자 6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인사 담당자들이 이력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은 ‘직무관련 경험’(84.5%, 복수응답)이라고 24일 발표했다. ‘전공’(36.9%), ‘나이’(33.5%), ‘보유 기술 및 교육이수 사항’(28.8%), ‘보유 자격증’(24.3%)이 뒤를 이었다. 또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도 ‘직무관련 경험’(71.8%, 복수응답)이었다. ‘회사 인재상과의 적합성’(46.4%), ‘지원동기’(42.2%), ‘성격의 장단점’(30.3%)의 순이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이어 면접에서도 ‘직무 관련 경험’이 가장 가중치가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람인은 신입사원을 채용한 기업 642개사를 대상으로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평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지난 7월 26일에 발표했다. 면접에서 중요하게 평가한 항목으로는 ‘직무 관련 경험’(68.4%, 복수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성실성과 책임감’(60.6%), ‘입사 의지 및 열정’(41.7%), ‘인성 및 가치관’(36.8%), ‘조직 융화력’(24.9%) 등의 의견이었다.



대학생은 학교를 다니며 취업하려고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이다. 다른 활동보다도 직무 관련 경험을 최 우선순위에 두라. 학점, 자격증, 어학연수, 봉사활동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1순위는 ‘직무 관련 경험’이다. 입사는 회사에서 일하기 위한 절차다.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제 1덕목은 무엇일까? 다른 것도 있겠지만 일을 잘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회사의 기대대로 충분히 해내는 것. 때로는 그 수준이상으로 해내는 것이다. 그럴려면 일을 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방학 때 하는 아르바이트를 취업하려는 직무와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다. 현대자동차 생산직으로 취업하려는 목표를 가진 학생이, 방학 때 같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것은 아주 현명하다. 영업, 회계, 서비스, 운동 등 본인이 취업하려는 직무와 같은 직무에서 경험을 많이 쌓기 바란다. 경험만큼 확실한 스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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