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의 섬
인구수 뒤에서 2등
인구 밀도 최하위
전국에서 유일하게 4차선 도로, 고속도로, 철도가 없는 교통 오지
내가 살고 있는 경북 영양이라는 지역을 수식하는 말이다.
어디든 붙여만 주시면 열심히 일하겠다던 취준생 시절,
"경북? 부산사람이니까 경상도면 다 가깝지 뭐"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근무지는 생각보다 더 오지였다.
어디서 일하냐는 질문에 “영양이요~” 하고 답하면
백이면 백 “오~ 양양~ 좋은데 사네”하는 답이 돌아온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강원도 아니고 경북이고요, 안동이랑 영덕 사이에,, 혹시 봉화 아시나요? 봉화 밑인데.. 아 봉하마을은 경남이고요~ 하는 식의 설명을 줄줄 뱉어낸다.
후기를 읽어가며 고르는 병원 대신 고민 없이 보건소로 가야 하고,
선물 받은 기프티콘을 쓸 수가 없어 도시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고속도로 IC에서 30분을 더 달려야 집이 나오는 불편함에 점차 익숙해지고 나니
영양의 아름다움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청송IC에서 영양읍을 향해 달려오면 퇴적층이 잘 보이는 절벽이 함께한다. 가장 먼저 나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수려한 계곡 풍경이다.
바로 옆에 붙은 청송 지역이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영양 역시 멋진 계곡과 절벽들이 많아 운전 하다 시선을 빼앗기곤 한다.
특히 취직 초반에는 영양에 집이 없어 진보에 집을 구해 왕복 50분의 출퇴근을 했는데,
출근길 옆으로 펼쳐지는 풍경 덕분에 지루하지 않은 길이었다.
(물론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퇴근길을 더 좋아하긴 했지만..)
도시의 빌딩 숲 속에서도 변화하는 4계절을 느끼고 셔터를 눌렀지만,
진짜 숲에서는 매일매일 펼쳐지는 다른 풍경에 핸드폰을 내릴 수가 없었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빛, 물빛을 보면 혼자 운전 중이라 사진으로 남길 수 없는 게 아쉬운 날들이 많다.
영양을 세상으로 부터 고립시켜놓는 것 같았던 높은 산들도 지금은 멋있게 느껴진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영양에 3년간 살며 느낀 아름다움과 역사, 문화들
그리고 영양 주변 지역의 볼거리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언젠가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 육지의 섬 양양 아니고 영양에 올지도 모를 여러분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