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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렁 May 29. 2022

성미산 마을, 연희동과 연남동

공동체를 이루는 힘과 자본

마을 공동체 수업의 두번째 답사로 성미산 마을과 연남동 세모길&연희동 카페거리를 다녀왔다.

공동체를 이루는 힘과 자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성미산 마을의 중심이 되어주는 마을회관

마포구 서부지역을 아우르는 성미산 마을은 크고 작은 커뮤니티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답사에서 방문한 시골 마을공동체인 홍동, 장곡마을과는 비슷하면서도 차이점이 느껴졌다. 홍동마을에서는 농업이라는 공통적인 경제 활동이 중심이 되어서 그것을 기반으로 어르신, 여성농업인등이 가지를 쳐나가는 하나의 결속된 공동체 느낌이었다. 반면 성미산 마을 활동이 좀 더 다양하고 독립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미산 마을은 현재 약 1000~1500가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30~50대 가족 중심 커뮤니티이지만 최근에는 2,30대 비혼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약 70개 단체, 가게, 모임 등의 각 단위 모두 독립된 커뮤니티로 느슨한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다. 전국 최초 공동육아협동조합(우리 어린이집, 나는 어린이집)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성미산 지키기 운동의 성공 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의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마포구청에서 성산근린공원 재정비 등으로 개발의 압력이 있는 지역이다.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성미산 마을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소행주 였다. 주민들의 공동주택인 소행주는 커뮤니티 공간, 옥상, 공동현관 등 공동주거공간을 통해 이웃간 소통가능한 곳이다. 가족 중심의 공동주택에서 출발하여 독립생활자들의 공동거주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성산동의 1호 주택 씨실로 시작하여, 2호 망원동 무지개하우스는 퀴어 공동하우스이다. 3,4호또한 성산동에 있으며, 5호는 은평구 구산동에 모집중이라고 한다. 주택 내부의 공동공간 뿐 아니라 건물 외부에도 평상을 두어 지나가는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한 점이 독특했다.

 이처럼 공동체 공동의 활동과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철마다 함께 하는 문화예술 행사들도 많이 있었다. 2월 정월대보름에는 지신밟기를  4월 식목일 시즌에는 골목 정원 가꾸기를 진행한다. 5월에는 마을축제와 성인식이 있으며 10월에는 마을 운동회를 개최하여 마을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많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자체 분담 중심이며 외부 지원으로 보조하여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즐기는 축제를 추구하였다. 자원활동가들이 어르신들의 이동을 지원하여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한 점도 인상깊었다. 이러한 활동이 많이 일어나는 마을극장 “향”은 주거권 내 복합문화예술 공간을 지향하는 곳이다. 처음에는 큰 방석을 놓고 연극과 축제를 하던 곳이었지만 요즘은 좌석과 음향 시설을 갖추고 공간 임대로 수익창출까지 하고 있다. 

성미산 마을극장 "향"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의 자립을 돕는 커뮤니티도 많았다. 성미산공방은 학교를 졸업한 장애청년의 자립을 위한 곳으로 천연 밀랍 초, 양모 펠팅, 발도르프 인형을 생산한다. 좋은날 협동조합은 발달장애 청년의 일자리 지원 공간으로 좋은날 유기농 커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사부작 옹호가게스티커를 붙혀 발달장애 청년을 환영한다는 표시를 해두기도 하는 등 공동체 구성원들이 다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많은 공간들이 있었다.

되살림가게

 환경과 지구를 위한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마을을 추구하는 점도 특징이었다. 되살림 가게는 마을의 유일한 비영리, 재활용(중고물품) 가게로 지역화폐인 '두루'를 사용하는 곳이다. 기증받은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며 저소득층도 부담없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재활용을 통해 버려지는 물건을 줄이고 자원을 재생하는 역할도 하고있다. 

울림두레생협

울림두레 생협앞의 종이팩 수거함 등 순환거점을 통해 물건들을 모아 마을 사람들이 재사용 할 수 있는 점도 독특했다. 특히 울림두레 생협 앞의 많은 스티커들을 통해 성미산 마을에서 지향하는 차이와 공존, 배려와 협동이라는 가치들을 엿볼 수 있었다. 재활용과 재사용을 통한 환경보호, 옹호가게 스티커와 장애물 없는 건물 인증을 통한 장애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반려견 목줄걸이를 통해 동물들도 함께 할 수 있는 동네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느슨한 공동체가 유지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길눈이 '사슴'님께 성미산 마을에 대해 설명 하며 대화와 싸움과 술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서로 끊임없이 대화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싸움이 많다는 것은 조금 더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였다.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며 남녀노소를 떠나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의견을 내는데에도 거리낌이 없는 모습에서 건강한 공동체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어떤 활동을 할 때 장을 정하고 이끌려 가는게 아니라 그냥 마을 주민1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공동체에 임할 때 조금 더 ‘내 일’로 느껴지게 할 것이다.


오후에는 건물들의 벽을 허물고 길을 만든 이종석 대표, ‘골목 재생 전문가’ 김종석 대표와 함께 연남동 세모길과 연희동의 카페거리를 살펴보았다. 연남동 세모길은 건물 사이의 담장을 없애고 골목길을 만들어 공동체를 형성한 곳이었다. 한옥의 좁은 방과 넓은 마당에서 착안하여 낮은 건물을 개방성 있게 리모델링 한 것이 특징이었다. 

담장을 허물고 건물들 끼리 연결하여 만든 골목길

담장을 허물고 남은 자투리 공간에 텃밭을 일구기도 하고, 건물 내부에 조경을 하고 천장과 벽을 개방하여 지나가는 사람도 함께 누릴 수 있게 하는 등 사유지를 공공에 제공하였다. 

조경 뿐 아니라 미술품을 전시하여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갤러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내 공간을 지나가는 주민들과 나누고 있었다.

내 공간을 나누어 공공에 제공하는 방법들

리모델링을 할때에도 기존 건물을 살려 마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게 하였다. 유리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기존 주택을 살리고 외부만 감싸는 건물을 지어 카페로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존 경관을 살렸다. 이러한 재생건물을 통해 새로운 사업이 지역에 잘 녹아들게 하고 공동체를 해치지 않았다고 한다.

기존 건물을 살려 리모델링한 장소들

또한 전체 건물을 리모델링할때 공간을 쪼개서 작은 사업공간을 임대하고 마당을 공유하게 하였다. 이를 통해 좁은 공간을 넓게 활용가능하게 하고, 소자본 창업가들의 유입을 촉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점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이 들어와야 직원들이 함께 들어오고 고정적으로 밥먹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들어온다며 지역 내부의 소비를 통해 경제가 활성화 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도시 재생은 지역활동가와 함께 일해야한다고 한다. 그 사람이 주민들의 의견을 잘 모을 수 있고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석 대표 또한 연희동에 오래 살았던 주민이기 때문에 지역의 건물주들을 설득하여 2000년부터 카페거리를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신뢰와 대화를 통해 연희동의 건물주 다수는 고유한 골목문화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익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지 않은 성공적인 지역재생을 이룰 수 있었.



오전에 살펴본 성미산 마을과 오후에 방문한 연남동, 연희동을 비교하며 공동체의 가치와 자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성미산 마을은 공동육아 협동조합으로 시작하여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동해 공동의 정체성을 가진 공동체를 이루고, 살림과 순환에 기반을 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청년, 노인, 장애인, 소수자, 동물등 다양성을 확보하고 공공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여 작은 단체와 가게들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성미산 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많은 가게들과 골목 상권이 위협을 받고 있었으며 공동체가 커짐에 따라 주거문제도 발생하고 있었다.     

  반면 연남동과 연희동에서는 벽을 허물어 골목을 만들고 기존 건물을 살리는 재개발을 통해 지역색을 지키고 공동체를 추구하는 지역재생에 성공하였다. 연남동에서는 세모길 일대의 건물주가 사유지를 내어 놓는 의지가 있어서, 연희동에서는 큰길 주변의 임대료를 높히지 않아 뒷골목들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할 수 있었다. 

  성미산에서는 가치 중심으로 모여서 자본의 문제로 떠밀리고 있는 모습, 세모길에서는 자본 중심이지만 공공을 위한 배려라는 의식의 공유를 통해 오히려 지역 공동체가 잘 유지되는 아이러니를 느꼈다. 내가 창업을 하고 생태교육 키트를 만들었을때에도 지원사업에서 항상 의도도 좋고 추구하는 가치도 좋으니 비즈니스 모델을 잘 개발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리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좋아도 자본에 문제가 있으면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지역 공동체를 이룰 때에도 공공의 가치라는 것이 자본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느끼기 쉬운데, 결국은 사회에서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본과 함께해야 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주민과 함께 일하며 지역의 특색이 살아있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살아남 수 있는 전략이라 느꼈다. 물론 이러한 공동체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미산 마을 주민처럼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수평적인 대화를 통해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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