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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렁 May 29. 2022

리버마켓

느슨하지만 끈끈하게 모여 있는 곳

 리버마켓은 9년전 양평 문호리에서 농부들과 작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생산품을 판매하며 시작되었다. 시골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살게 되었지만 노인 문화뿐, 젊은 사람과 아이들은 즐길 문화가 없었다. 그리고 작가들은 땅값이 싼 곳에 살기위해 산속에 살고 주로 혼자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점점 고립되었다. 그래서 소통을 위해 강변에 모였다가 이것이 리버마켓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것이, 매주 토요일, 매주 주말 열리다 이제 '매일 마켓'이라 하여 양평에서 매일 열리고 있으며 온라인 마켓도 오픈하게 되었다. 장소도 양평, 곤지암, 양양, 철원 등을 옮겨다니고 있으며 공통점으로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잊혀지는 곳을 찾아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예품뿐만 아니라 직접 만든 모든 것들을 만날 수 있다.

 리버마켓에는 다양한 규칙들이 있다. 판매하는 물품에 제약은 없지만 반드시 직접 만들고 생산한 것이어야 한다. 작물을 직접 기른 농부와 작품을 직접 만든 작가가 판매하고 있어서 손님들의 질문에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있고, 작가와 농부도 자신의 생산품에 대한 의견을 구매자로 부터 직접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간판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 현수막을 쓰지 않고 자신들의 공예품과 연관된 간판 제작하여 사용한다.

간판 또한 작가들의 작품이다.

 리버마켓은 단체가 아니고 구성원도 갖지 않는다. 감독, 총무 등 직책도 없이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교통안내, 마켓 설치 등을 직접 하며, 쓰레기통과 화장실의 휴지도 각자 가져온다. 판매되는 옷과 수품들을 활용한 패션쇼도 개최하는데 이때도 무대설치, 모델 등 각자 역할을 나누어 맡는다. "지원 받으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어떤일이든 직접 하고 있으며, 각자 '모이통'에 원하는 만큼 넣은 돈으로 공동의 경비를 충당한다. 지원이 없으니 자유롭게 모일 수 있고 개최 장소도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  또한 마켓 내에서 작가는 작품을 팔아서 농산물 사고, 농부는 농산물 팔아서 앞치마를 사는 등 서로 사고 팔며 어울리고 독립적으로 마켓을 유지할 수 있다. 소상공인 지원이나 예술가 지원 사업을 받았다면 어떠한 곳에 선택되기 위해 자신의 것을 포기하거나 남에게 맞추어야 하는 일이 생기는데, 스스로 모여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며 리버마켓의 고유성을 지켜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물건 판매 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보통 마켓이 넓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부스를 배치하기 위해 격자구조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리버마켓은 일렬로 부스들이 늘어져 있다. 아이들의 손을 놓아도 길이 하나이기 때문에 엇갈리지 않도록 배치 한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어른들이 함께 돌보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는 안완배 감독의 말이 잘 느껴졌다. 그리고 작가와 농부들은 어디 살고 어디서 왔는지 등등 개인적인 것을 물어보지 않는다. 먼저 말할때까지 기다리고 파고 들지 않는 문화를 위해서이다. 또한 작가와 농부들은 리버마켓의 상징인 병아리를 가슴에 달고 서로 유대감을 느낀다. 옮기기 무거운 농산물을 판매하는 부스는 주차장과 가까이, 커피를 판매하는 부스는 마켓 중앙에 배치하여 마켓에 방문한 사람들이 중간에 쉬어 갈 수 있도록 했다. 매출을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마켓이라는 하나의 공동체가 조화로울 수 있는 공간구성이었다. 리버마켓은 이렇게 다양한 규칙들을 통해 누구나 접근 할 수 있고, 각자의 역할을 맡아 어울릴 수 있는 느슨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영국 그리니치 마켓 부스

나는 청계천 도깨비야시장과, 영국 그리니치 마켓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함께 마켓에 있는 사람들이 공동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리버마켓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구성원들과 인터뷰 하면서 어떤 차이가 이들을 공동체로 묶을 수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먼저 중앙 운영조직이 없고, 참여비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밤도깨비야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품목 조정을 위해서 선택되어야했다. 그리니치 마켓에서도 처음 참여할때는 평일에만 부스를 열 수 있고 주말에도 부스를 열기 위해서는 인기가 있어야 한다. 또한 부스비 참여비를 내면 최소한의 몫을 남겨야해서 약간의 경쟁이 있고 공동체라는 느낌 없었다.

 리버마켓은 참여비가 없다. 장소를 옮기는데 필요한 돈이나 텐트와 테이블 구입비 등 최소한의 운영비는 '모이통'이라는 성금함에 마켓 참여자들이 마음 내키는 만큼 넣은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또한 품목제한 없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손님들이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은 자동적으로 걸러지게 한다. 지역제한이나 품목제한이 없어서 검수하고 확인할 일이 없고 인력도 필요 없고 인건비도 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켓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경쟁자나 물품 판매자보다는 각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동료 작가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마켓운영에 문제가 있으면 운영 위원회에 이야기 해서 해결을 했었다. 그래서 중앙과의 1대1 대화만 존재했으며 판매자간의 교류는 적었다. 그러나 리버마켓에는 끝장토론이라는 제도가 있다. 지나가는 사람도 참여할 만큼 경계없고 틀 없는 회의로 다음 마켓은 어떻게 바뀔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문제점이나 갈등상황등이 공유되고 모두 확인될 때 까지 끝나지 않는 회의를 통해 항상 다음을 준비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운영본부나 안내소가 없어 각자의 부스에서 사람들의 질문에 직접 답해주고, 부스 설치도 다같이 한다. 이를 통해 마켓 구성원 모두가 마켓의 일을 자신의 일로 여기고, 공동의 활동의 통해 유대감을 쌓는다고 한다. 중앙 조직이 없어 모든 것이 내 일이라는 공통의 자세를 갖출 수 있고 공동체라는 유대감도 기를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마켓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그러나 수평적인 리버마켓에도 구심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안완배 감독은 리버마켓에 대해 설명하며 작가들이 처음에 모일때 어쩌다가 섞여서 일을 하다보니 아이들과 동물들 작가들이 모여 노는게 보기 좋고 이렇게 살아도 좋다고 생각이 들었고, 어른으로 할일이라는 소명으로 마켓에서 총감독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마켓의 대표가 되거나 자신이 일을 이끌지는 않으며, 어른이라고 나서서 일을 하면 생색을 내게 되므로 각자의 일은 참여자들이 나누어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참여자 분들을 인터뷰 하면 다른 지역에 갔을때 감독님 덕분에 반겨준다고 하거나, 감독님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를 통해서 굳이 나서거나 의도하지는 않아도 이 공동체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감독님의 이끌지 않는 리더쉽을 느꼈다.



리버마켓에 판매하고 있는 음식들

두번째 특징은 먹거리를 많이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리버마켓에서는 직접 기른 농산물로 만든 제품들이나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하는 부스들은 있었지만, 음식만을 주력으로 하는 푸드트럭은 아이스크림 트럭 하나 뿐이었다. 먹을 것을 팔면 주변이 복잡해지고 민원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문제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방문객들의 걸음이 빨라져 공예품에 대한 관심 줄어드는 문제점이 있어 푸드트럭은 지양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먹거리는 잘 팔려서 음식을 판매하려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돈이 많이 벌리자 힘이 세지게 되고 다툼이 생겨 떠나면서 자동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내가 참여한 마켓들은 푸드트럭존을 따로 배치하여 마켓에 구경온 사람들 음식도 먹을 수 있게 하였다. 구경하다가 배고플때 마켓을 떠나지 않고 내부에 머무르게 하는 역할도 했지만, 주로 음식을 먹으면서 물건들을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리버마켓은 직접 농사지은것을 팔기 때문에 음식을 파는 사람과 작가, 농부들이 분리 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를 통해 푸드트럭 판매자와 부스 판매자가 나뉘지 않고 하나의 공동체로 섞일 수 있었다는 것이 다른 마켓과의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했다.


 수평적이고 자발적인 구성원들의 느슨하고도 끈끈한 공동체를 느낄 수 있는 제3의 장소 "리버마켓"에 또 한 번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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