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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파리지앵의 사랑을 받아온 뤽상부르 정원의 한 켠에는 뤽상부르 미술관(Muséé de Louxembourg)이 위치하고 있다. 이 뤽상부르 미술관은 20세기의 사진 작품들과 여성 예술가를 조명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1750년대, 개관한 이래 지금까지 대중에게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뤽상부르 미술관은 올 겨울, 여성 사진 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시선을 담았다.
비비안 마이어는 1926년 생의 프랑스 태생의 여성 사진작가이다. 그녀는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와 시카고, 뉴욕 등 대도시의 거리에서 만나는 우리네의 삶을 필름에 담아왔다. 비비안 마이어의 존재는 2007년, 우연히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 존 말루프(John Maloof)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역사책을 쓰고 있던 그는 옛 시카고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찾다 우연히 필름 경매장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비비안 마이어의 필름이 든 박스들을 발견했다. 바로,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사진의 가치를 알아봤던 그는 인화한 몇몇 필름의 스캔본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하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를 계기로 비비안 마이어는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또한, 존 말루프는 미스테리로 남았던 사진 작가, 비비안 마이어를, 그리고 그녀의 작품을 세상에 전달하는 여정을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상세히 보여주었다.
인물 사진은 기본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피사체를 바라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비비안 마이어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좋은 작가였다. 비비안의 사진 안에는 인간에 대한 다정함과 인간의 비극에 대한 즉각적인 경계심이 상충하고 있다. 그리고 비비안은 그 순간 순간을 주의 깊고, 사려 깊게 담아낼 줄 아는 좋은 눈을 가진 작가였다.
또한, 비비안 마이어는 기본적으로 피사체에 가까이 접근하여 사진을 찍는 작가였다. 그녀는 낯선 이의 공간에 거침없이 들어갔던 것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롤라이 플렉스라는 위에서 내려다 보는 구조로 생긴 카메라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카메라의 보디가 기존의 카메라보다 낮다. 이는 피사체의 시야로부터 조금 자유롭도록 한다. 그리고 카메라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한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시선의 방향은 비비안 마이어 특유의 가깝고도 미묘한 거리감과 잘 어우러진다. 이렇게 물리적 거리감이 가까운 것도 매력적이지만, 그녀가 렌즈 너머 피사체를 보면서 이끌어내는 감정선 역시 굉장히 독특하다.
타인의 공간에 들어가 그 안에서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는 순간, 그리고 서로의 존재가 맞닿는 순간, 비비안 마이어는 셔터를 눌렀다. 이렇게 그녀는 피사체와의 미묘하게 가깝고 또 먼 거리감을 유려하게 다룰 줄 아는 작가였다.
존 말루프의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에 등장한 미국의 유명한 사진 작가 매리 엘런 마크(Mary Ellen Mark)는 “눈이 아주 훌륭해요. 프레이밍 감각도 좋고, 유머 감각도 있네요. 비극도 볼 줄 알고, 특히 아이들의 사진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삶과 환경에 대한 감각까지 전부 갖춘 작가 군요.” 라고 비비안을 평했다.[1] 그렇다. 비비안 마이어는 시각적 매력을 자극할 뿐 아니라, 그 안의 비극과 유머를 함께 담아내는 작가다. 그녀의 시선, 그녀가 만들어내는 세상과의 거리감 속에는 그녀의 다정함과 경계심, 유머와 비극, 이 모든 것이 상충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그녀의 사진을 보며 웃고, 감동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1] Maloof, John, Charlie Siskel, Aaron Wickenden, J Ralph, and Jeff Garlin. Finding Vivian Maier. , 2014. Internet resource.
글 아트렉처 에디터_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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