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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Aug 15. 2022

당신은 가짜입니까?

https://artlecture.com/article/2853



진짜 같다. 이 말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진짜 같다는 말은 사실 관찰자가 대상이 가짜(진짜와 대응되는 의미에서의 가짜)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말이다. 대체로 대상과 대상이 1대 1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명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만일 내가 박제된 동물을 본다고 생각한다면, 진짜 나는 진짜 같은 가짜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진짜와 가짜가 한 공간에 뒤섞여 있다면? 그것도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꾸민 가짜와 진짜를 타인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3인칭 관찰자 시점, 다시 말해 사물 밖의 밖에서 보는 시선에서 우리는 그 경계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일명 시선의 놀이다.



<임준영, Museum Project>_0



임준영 작가의 <Museum Project> 연작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시선의 놀이다. 감상하는 주체에서 감상되는 객체로 변화하는 일련의 액자식 구성. 또 누군가에게 나는 관찰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서 오는 묘한 긴장감과 생경함은 이 작품의 묘미다.




<임준영, Museum Project>_1



이 연작의 핵심 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액자식 구성,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종의 마트료시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구도에서 우리는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없다. 무한히 반복되는 주체와 객체의 전이는 누가 관찰자고 누가 대상인지를 흐리게 만들고, 그 흐려진 시선 안에서 관람객은 최종적으로 자연사 박물관 속 일부가 된다.



<임준영, Museum Project>_2



이렇듯 시선의 놀이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선에 의해 생긴다. 이 속에서 누가 술래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새로운 술래가 나타날 때마다 새롭게 시작되는 놀이는 꽤 재밌다. 최종적으로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자연사 박물관의 일부로 편입된 각각의 객체들은 주체에 의해 자연사 박물관의 의도된 자연과 똑같은 형태를 하기 때문이다.



<임준영, Museum Project>_3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또는 ‘인셉션’이 생각난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감각을 이렇게나마 간접적으로 경험하면 일상의 지루함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 같다. 물론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섬뜩하기도 하지만, 나의 삶에 주는 적당한 긴장감은 오히려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글 아트렉처 에디터_쇼코는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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