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3 시즌 EFL챔피언쉽 1라운드, 컴파니의 번리 대 허더즈필드
이번 시즌, 번리의 새 감독, 빈센트 컴파니
지난 시즌 EPL에서의 강등과 함께 10년간 함께한 션 다이치와 헤어진 번리. 올시즌 챔피언쉽에서의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며, 안더레흐트에서 감독을 역임하고 있던 맨시티의 레전드 빈센트 컴퍼니를 새로운 감독으로 맞이했다. 번리를 상징하는 잉글랜드 스러운 4-4-2 전술과 그에 걸맞는 벤미, 타르코프스키 같은 튼튼한 수비수들, 전방에서 단단하게 버텨주는 우드와 반스같은 듬직한 공격수들, 그 사이 넓은 활동량으로 이곳저곳 웨스트우드 같은 선수들이 있었지만 전형도, 전술도, 선수 라인업도 꽤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반스, 브라운힐, 잭콕 등 번리의 베테랑 일부는 여전히 팀에 남았고, 주로 벨기에 리그로부터 새로운 피들을 수혈했다.
1R 당시 허더즈필드 감독, 대니 스코필드
한편, 지난 해 챔피언쉽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노팅엄에게 아쉽게 패해 잔류하고 만 허더즈필드는 토폴로와 오브라이언같은 주전급 선수들을 노팅엄으로 떠나보냈고 우풀백 피파는 이전 감독 코르베란과 함께 올림피아코스로 떠났다. 시나니, 콜윌, 나비 사르 등도 이적해 라인업의 변경이 마찬가지로 적지 않았다. 허더즈필드는 잭 루도니나 카수무 같은 선수들을 하부리그로부터 영입하며 보강을 했으나 미진한 편이었고, 새 감독은 2020년 팀에서 유소년팀 코치로 있다 아주 짧게 감독대행을 맡았던 대니 스코필드를 선임했다. 정식 감독으로썬 처음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그였다. (안타깝게도 이후 8경기동안 1승만을 거두며, 일찍이 경질되었고 같은 해 4부리그 돈캐스터 로버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22-23시즌 EFL챔피언쉽 개막전에 만난 허더즈필드 타운과 번리의 라인업]
경기 시작부터 두 팀의 색깔이 명확히 드러났다. 빈센트 컴퍼니는 자신의 스승인 과르디올라의 영향을 받은 듯, 4-3-3 전형에 포지션 플레이에 입각한 전술을 보였고, 대니 포서필드는 상당히 잉글랜드스러운 4-4-2 전형에 두줄 수비, 철저한 빌드업보다는 정석적인 방식으로 볼을 끊으면 중앙 미드필더가 윙에 공을 건네주거나 롱볼을 투입하는 공격을 주로 시도했다.
허더즈필드 타운은 홈 개막 경기인만큼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밀어붙이기도 하고, 최대한 라인을 내리지 않으며 물러서지 않는 태도였지만 번리는 초반의 몸이 덜 풀린 모습 그리고 이후의 자잘한 기술적인 실수들 외에는 잘 잡힌 체계로 공격을 해나갔다.
번리는 기본적으로 두 명의 CB, 3번 LCB 찰리 테일러와 5번 RCB 하우드벨리스 그리고 14번 RB 코너 로버츠가 최후방에 앞 3선에는 24번 LCM 큘런과 4번 DM 잭콕이, 3-2 대형으로 빌드업 대형을 지켰고 포지션 상 LW에 가까운 26번 바스티엔은 안으로 들어와 빌드업 보조를 하거나 중앙을 향해 사선 침투를 하며, 주로 중앙지향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대신 왼쪽 터치라인은 29번 LB 맛슨이 높이 올라가 점유했고, 오른쪽 과부하 이후 넓은 왼쪽 공간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눈에 띄었다.
허더즈필드는 압박을 하긴 했으나 투톱(왼쪽톱 19번 홈즈, 오른쪽톱 25번 워드)은 잠시간의 압박이 끝나면 어설픈 지역방어로 전방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고, 양쪽 윙의 LW 10번 코로마나 RW 7번 토마스는 수비적인 의식이 부족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맨마킹은 거의 없이 지역방어 형태로 수비를 펼치다 보니 빌드업 줄기인 잭콕은 전혀 제어가 되지 않았고, RCM 8번 브라운힐은 전술적 마크맨 6번 LCM 호그의 마크를 거의 받지 않고 그의 등뒤로 여유있게 가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RCM 5번 러셀이 마크맨 큘런에개 간혹 붙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러셀과 브라운힐의 원터치 패스의 정확도는 상당히 높아, 그렇게 유효하진 못했다. 특히 왼쪽 중앙 미드필더 큘런은 정확한 원터치 패스로 10번 FW 애슐리 반스에게는 1:1 찬스를 제공했고, 브라운힐 역시 큘런과 번갈아가며 맛슨에게도 공간을 열어주는 등 중원에서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반스는 초반 오프사이드에 자주 걸렸으나 15분이 지난 즈음부터는 측면으로도 빠지기도 하면서 라인을 잘 타며 침투했고, 장기인 공중볼 경합도 경기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졌다. 오른쪽의 과부하, 왼쪽의 맛슨이 여유롭게 열리는 이 전술은 전반 18분만에 반스를 맞고 흘러나온 볼을 맛슨이 패널티 박스 선상에서의 정교한 슛으로 골을 터뜨리며 일찍 성과를 보았다. 허더즈필드는 전반 내내 대비가 잘되어있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2선-3선이 어설픈 압박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자주 나왔다. 간혹 허더스필드가 압박의 기세를 올릴 참이면 왼쪽 LCB 테일러의 롱패스가 주효했고, 주로 반스나 오른쪽의 RW 44번 코스텔로로 향했다. 코스텔로 역시 좋은 경합으로 볼을 종종 따냈고, 중요한 타이밍들에서의 선택과 기술적인 실수로 찬스를 날리기도 했지만 수비 경합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며 큰 도움이 되었다. 한편, 로버츠/브라운힐/코스텔로의 오른쪽에서의 유려한 스위칭과 패스워크는 돋보였고 로버츠는 어느새 박스안까지 침투해 잭콕의 패스를 받아 기회를 잡기도 했다. 로버츠의 왕성한 스태미너가 돋보였다. 경기 막판엔 브라운힐이 오버래핑하는 맛슨에게 패스를 정확히 전달했고, 맛슨 역시 코스텔로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선사했으나 코스텔로가 치명적인 터치 실수를 범하며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후반전엔 허더즈필드가 기세를 올리려 하면, 번리가 계속해서 템포를 늦추며 숨을 돌리려는 흐름이 이어졌다. 먼저 후반 초반, 허더즈필드가 전반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방에 있던 홈즈가 조금 더 내려와 수비가담을 했고, 양 윙인 코로마와 토마스 역시 두 줄 수비 형성에 더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맛슨의 공격가담에도 의식한 듯, 토마스가 중앙가담을 하고 RB 2번 터튼이 최대한 공격가담을 하려는 변화가 드러났다. 후반 초반 스로인 상황에서 순간 번리 수비 밸런스가 흐트러진 틈을 타 토마스가 코로마에게 좋은 패스를 건네주기도 했지만 코로마가 정말 좋지 않은 터치로 공격권을 날리고 말았다. 이날 내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코로마는 일찍이 교체되었다. 번리도 허더즈필드의 변화를 의식해 오른쪽 과부하는 지속해서 시도는 했으나 맛슨이 덜 올라오고, 큘런이 빌드업 가담에도 임하며 왼쪽에 치우쳐 공격적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바스티엔 역시 중앙에서 보다 왼쪽으로 포지셔닝을 하는 모습이었다.
허더즈필드는 후반 10분까지 계속해서 기세를 올렸고, 토마스의 중앙가담과 터튼의 상승된 위치가 어느정도 효과를 보는 모습이었지만 중앙 미드필더 러셀은 포지셔닝에서 아쉬웠고, 코로마 역시 잦은 실수를 범했다. 홈즈의 경기 영향력은 거의 제로였다. 결국 후반 15분 만에 홈즈과 코로마를 첼시의 임대생 AMC 8번 포스티노 안조린과 LW 22번 잭 루도니로 교체했다.
들어오자마자 왕성한 에너지를 보여준 안조린은 토마스와 좋은 호흡으로 공격을 전개해 나갔고, 러셀도 한 차례 좋은 위치 선정으로 번리의 크로스 시도를 차단해냈다. 번리도 종종 힐과 큘런의 원터치 패스, 콕의 안정적인 패스를 바탕으로 탈압박을 이따금 잘해냈지만, 허더즈필드 역시 보다 나아진 수비 밸런스 및 번리의 오른쪽 과부하에 대항한 왼쪽에서의 나아진 압박을 수행했고, 롱패스를 의식했는지 테일러를 향한 압박도 거세어졌다. 결국 시간 지연 때문이긴 하지만 경고까지 받은 테일러였다. 하지만 볼소유도 괜찮은 루도니도 종종 눈에 띄었지만 코스텔로가 수바복귀를 빠르게 해내어 밸런스를 지켰다. 번리는 후반 25분 바스티엔을 빼고 MK돈스로부터 적지 않은 금액을 주고 영입한 LW 11번 스콧 트와인을 투입했다. 맛슨은 후반엔 확실히 수비쪽으로 내려왔고, 트와인이 주로 터치라인을 점유했다. 한편, 번리의 롱패스 시도도 늘어났는데 터튼까지 올라가 비어있는 상대 오른쪽 공간을 반스가 테일러의 롱패스를 받아 돌아나가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반스는 빠르게 플레이 하기보다 동료들의 박스 가담을 기다리다 여유있게 크로스를 했다.
한편, 허더즈필드는 안조린이 좋은 개인기량으로 탈압박을 해내기도 했지만 서포트 부족으로 번번히 끊겼고, 왼쪽 트와인-큘런-맛슨의 호흡이 서서히 좋아지면서 일순간 번리가 상대 진영에서 5vs5 숫적 동위를 만들기도 했다. 후반 27분 큘런과 교체 투입된 RCM 18번 카수무는 맛슨의 개인기량에 당하는 모습까지 보이다 부상으로 재교체 되었다.. 후반 35분 벨기에 세르큘러에서 영입한 RW 22번 비티뉴를 코스텔로와 교체 투입한 번리, 브라질리언다운 순간순간 번뜩이는 개인기량이 짧은 시간에도 눈에 띄었고, 카수무의 거친 태클을 유도해 경고도 이끌어내고 아주 좋은 위치에서의 프리킥도 얻었다. 트와인의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나간 것은 후반전 양팀 통틀어 가장 좋은 공격 장면이었다.
허더즈필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머지 후반 정규시간 종료 직전 센터백 RCB 23번 에드먼즈그린을 빼고 호그를 CB로 내리면서 FW 9번 조던 로즈를 투입하고, 부상인 카수무를 빼고 새로운 영입생 RCM 33번 나카야마까지 투입해 높은 크로스로 공격을 계속 시도했다. 로즈와 워드가 사실상 트윈 타워같은 역할을 하고, 주로 왼쪽에서 그나마 폼이 좋았던 루도니와 안조린이 지속해서 세컨볼 탈취 및 침투를 시도했지만 유효한 장면은 거의 없었고, 마지막에 오히려 코너킥까지 따낸 번리가 여유있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반만 보았을 때는 리그 1R가 아닌 조금 더 뒤에 만났다면 번리가 대승을 거둘 수도 있겠다 싶은 내용이었지만 후반에는 번리의 선수들이 패스미스가 잦아졌고, 테일러의 롱패스나 로버츠의 오른쪽에서의 짧은 패스가 특히 빗나가는 모습들이 있었다. 또, 경기 내내 GK 49번 무리치의 발밑이 불안한 듯한 모습이 노출되었다. 허더즈필드의 공격이 무디지만 않았다면 번리도 후반에는 실점할 수 있는 흐름이 분명히 있었다.
다만, 라인업이 꽤 바뀌긴 했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전형적인 잉글랜드 축구에 길들여져 있던 번리의 선수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사실 아주 급진적이었는데, 시즌 첫경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전술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도 다행히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으며 시즌을 시작했다.
앞서 말한 실수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잭콕을 중심으로 한 3-2 빌드업을 바탕으로 양 측면에서의 유기적인 스위칭을 통한 패스워크와 큘런 그리고 브라운힐의 원터치 등 포지션 플레이에 충실한 움직임들이 돋보인만큼 번리가 생각보다 빠른 체질 개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경기였다.
승리팀 번리의 최고의 선수: 조쉬 큘런
패배팀 허더즈필드의 최고의 선수: 포스티노 안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