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콘텐츠 산업은 매출, 수출, 고용 등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이런 성장세는 개선된 근무 여건과 변화된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개인 여가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연간 1인당 평일 여가시간은 2016년 3.1시간에서 2019년 3.5시간으로 12.9%가 성장하였다. 콘텐츠 매출액은 2014년 94.9조 원에서 2019년에는 125.4조 원 규모로 4.9% 증가하였다. 특히 콘텐츠 수출액은 지난해 103.9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그 중심에는 BTS가 전 세계에 팬덤을 견고히 다지며 K-POP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BTS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다시 한번 문화적 영향력을 보여주었고, BTS 공모주 청약에서는 약 58조 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상품 100달러 수출 시 소비재 수출액은 284달러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바, 연관 산업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영상 콘텐츠 분야는 주로 드라마를 위주로 해외 시장에 알려졌지만, 영화 ‘기생충’이 2020 오스카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판로를 더 넓히게 되었다. 콘텐츠 관련 고용 규모도 68만 명으로 집계되며 2.2% 증가하였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콘텐츠 점유율은 2.6조 원 수준으로 글로벌 역량은 이제 막 시작한 셈이지만, 콘텐츠 산업의 성장 추세는 위축된 경기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정부는 콘텐츠 산업의 전방위적 육성 방안으로써 이른바 ‘콘텐츠 산업 3대 혁신 전략’을 발표하였다. 콘텐츠 산업 3대 혁신 전략은 크게 1) 정책 금융 확충, 2) 실감 콘텐츠 육성, 3) 신한류 연관 산업 견인 등에 중점을 둔다. 이 정책의 골자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콘텐츠 산업을 육성시키고,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을 통해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장기화된 코로나 일상과 한국판 뉴딜이 발표되며 콘텐츠 산업 3대 혁신 전략은 ‘디지털 뉴딜 비대면 콘텐츠 산업 전략’으로 항로를 수정하였다. 주요 내용은 코로나 일상과 디지털 뉴딜과 접목된 1) 비대면 콘텐츠 집중 육성, 2) 차세대 콘텐츠 시장 개척, 3) K 콘텐츠 세계 경쟁력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정책 금융은 연간 1조 7000억 원 규모인데, 올해부터는 총 800억 원 규모의 ‘모험투자펀드’가 추가로 신설되어 지원된다(정부 출자 75%). 주로 초기 단계 콘텐츠(기획, 개발, 제작 등에서 초기 수준)와 소외분야 콘텐츠에 대한 자원 조달이 가능하다. 또한 ‘콘텐츠 특화 기업 보증’을 확대·시행하여 콘텐츠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정책적 자원 지원은 그동안 투자가 어려웠던 콘텐츠와 중소 및 영세 기업에게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마련하고, 콘텐츠 산업 환경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극장, 공연, 전시 등을 비롯한 오프라인 콘텐츠 수익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오프라인 콘텐츠 이용은 공간 중심으로 살펴보면, 코로나 이전에 11.7%에서 현재 3.6% 수준으로 대폭 감소하였다. 이는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여 현장 중심의 오프라인 콘텐츠 이용을 회피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물론, 코로나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는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는데, 12.7%로 조금 높은 수준으로 전망된다. 장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의 피로감으로 인해 오프라인 공간에서 콘텐츠 이용 비율이 약간 상승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오프라인 콘텐츠는 디지털 전환이 필수 불가결한 입장이다. 일부 오프라인 콘텐츠가 비대면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지만, 인프라, 콘텐츠 제작지원, 제도 등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새로운 콘텐츠 전략을 제시하며 비대면 환경의 온라인 공연 제작과 유통을 지원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동안 비대면 상황에서 대형 사업자들이 주도했던 실감기술접목, 쌍방향 소통을 실현시키고, 대형 공연을 중계하여 전송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비대면 공간에서도 K콘텐츠의 중심인 K-POP 공연을 더욱 실감 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온라인 전용 K-POP 공연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비대면 공연 환경 조성에서도 역시 K-POP을 주축으로 K 컬처 생태계를 구현하는 모습이다. 이는 K 콘텐츠 영역에서 견고한 팬덤으로 형성되는 ‘팬더스트리’를 염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팬더스트리는 팬덤(fandom)과 산업(industry)의 합성어로써 공연, 굿즈(goods) 등이 팬들을 중심으로 점차 시장에서 확대되는 콘텐츠 연관 산업의 일종이다. BTS 사례로 팬더스트리 영향력을 보면, 굿즈량은 2018년 대비 321%가 증가했고, BTS가 광고한 레모나의 제품량은 2019년 11월 대비 12월에는 한 달 만에 190%가 상승하였다. 즉 BTS 경우, 핵심 콘텐츠는 음악과 음원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부가 산업들과 연동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차세대 실감형 콘텐츠로 시장을 정비하여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육성하고자 한다. 일찍이 정부 주도하에 공공산업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실감 콘텐츠를 접목하는 ‘가상·증강현실(XR)+알파(a) 프로젝트’를 기획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되는 특정 분야를 선별하여 VR, AR, XR 등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국방 분야의 증강현실 원격 전투 지휘, 교육 분야의 대학 홀로그램 원격 교육, 의료 분야의 가상현실 수술 시뮬레이션, 제조·정비 분야의 증강현실 매뉴얼 정비, 문화·관광 분야의 체감형 콘텐츠 및 체험 공간 등 각 분야별 특성에 맞는 실감형 콘텐츠 기획과 활용 방안으로 구성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 전략에서는 확장 현실 융합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비대면 환경에서 원격회의, 교육, 전시 등에서 수요가 높은 실감 기술을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지원하고자 한다. 또한 실감 콘텐츠에 필요한 글래스나 마운트 등 부가적인 장비 개발 기술력도 확보하고자 한다.
또한 기존 콘텐츠 자료 활용과 신규 콘텐츠 창작에 효율성을 높인다. 이는 콘텐츠 데이터와 아카이브 구축을 통해 유연한 작업 환경과 품질력을 높일 수 있다. 구체적인 정책안은 1) 영화 빅데이터 플랫폼, 2) 영상 콘텐츠 원천 자료 데이터 구축, 3) 웹툰 및 애니메이션 자료 아카이빙을 지원한다. 아울러 다양한 산업에서 인공지능과 확장 현실을 적용할 수 있도록 현장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자 한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는 한국판 뉴딜에서 범정부적 추진 정책 계획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핵심 직업군으로 높게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의하면, 2025년까지 인공지능 실무인재를 3만 7천 명을 양성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지역 인재 3000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다양한 콘텐츠 산업의 정책안들은 방송·미디어 분야에 초점을 두면 주로 OTT에 대한 논의들로 귀결된다. 코로나 일상으로 대부분의 영상 콘텐츠를 OTT로 소비하면서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지난 8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콘텐츠 소비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에 통감하고 국내 주요 OTT 사업자(웨이브, 시즌, 티빙, 왓챠)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실시하였다. 그들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사업자들의 성장이 가속화됨에 따라 정부가 주도하는 K OTT 지원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였다. K OTT 지원의 요구사항은 국내 콘텐츠 경쟁력 제고에 목적을 두고, 펀드 조성, 수익보장 방식 등 대작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지원 방식을 개선하며 제작비 세제지원, 콘텐츠 R&D 등 간접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위한 M&A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요구되었다. 이를 위해, OTT 활성화 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속적으로 협의해가며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460억 원 상당의 영상 콘텐츠 전용 펀드를 신설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국내 OTT 해외 진출 협의체를 신설하였다. 또한 그들은 국내 OTT 플랫폼이 해외에 진출하여 현지화할 수 있도록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한다. 그밖에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을 신설하여 짧은 형식의 숏폼 콘텐츠 등에 대한 제작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과연‘콘텐츠’라는 용어의 의미처럼 각 산업 분야와 주요 초점에 따라 콘텐츠의 쓰임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콘텐츠 산업 동향은 많은 부분이 K 브랜드, 즉 K 콘텐츠에 집중된 경향이다. 분명, 대한민국은 1990년대 한류 1세대에서 지금 4세대 K 콘텐츠까지 탄탄한 문화적 기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차세대 미래 기술이 적용된 콘텐츠 육성에서도 많은 부분이 K 콘텐츠에 연결되어 자칫 본질적 내용이 한류에 가려질까 봐 우려된다. 방송·미디어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OTT도 한류 카드를 꺼내 들어 해외 OTT 대응과 차별화를 내세웠지만, 내수 시장에서의 차별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의문이다. 그러나 우리 일상이 아직은 코로나로 인해 제한적인 점에서 K 콘텐츠의 마술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넷플릭스는 법인세 문제와 망사용료, 국내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는 정부와 사업자가 문제를 의식하고 서로 연대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있는 모습이었다. 국내외 OTT는 내수시장에서 조화로운 경쟁을 위해 여전히 큰 숙제를 남겨둔 상황이지만, 올해 4분기와 내년에는 구체적인 방안들로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본 내용은 『방송과 기술』 2020년 11월호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게재하였습니다.
또한 저자가 학자로서 지닌 개인적인 견해이며, 저자가 귀속된 사측의 입장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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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2020. 9. 24).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성장 전략 발표.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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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신문 (2020. 4. 29). K-POP 온라인 전용 콘서트 “새 시대 열었다” 전세계 극찬.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8. 21). 코로나 19와 콘텐츠 이용: 변화와 전망. kocca focus. 128호.
KBS NEWS (2020. 2. 15).‘기생충’ 수상에 세계도 ‘깜짝’…언론들 “오스카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