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2,000명 가까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며 팬데믹(pandemic) 현상은 어느새 엔데믹(endemic)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회, 문화,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만간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짧고 유동적인 변화를 자주 겪으며 시장 분위기는 불안정한 상태를 보인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주요 산업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온라인 전환을 시행했고, 미디어 시장에서는 단시간 내 비대면 서비스가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미디어 시장은 이제 비대면 환경에서 사용자 요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다시금 실감 미디어를 주목하고 있다. 고도화된 가상융합기술,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망, 그리고 코로나가 촉발한 비대면 서비스의 활성화로 실감 미디어의 가치와 필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시작된 대규모 비대면 전환은 고도화된 가상융합기술(XR, eXtended Reality)을 바탕으로 미디어 환경과 콘텐츠 제작을 실감 위주로 크게 바꾸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시대적 맥락과 시장의 요구로 실감 미디어가 다시 부상하며,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전망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PwC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실감 콘텐츠 규모는 2019년 78.9억 달러로 집계되었고, 해마다 76.9%로 높은 연평균 성장률(CAGR)을 예상했다.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 2020)에서도 실감 미디어 관련 매출이 2025년에 2,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실감 미디어가 연관 산업들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까지 포함하면 2030년에는 GDP의 약 1.8% 수준에 해당하는 1조 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연관 일자리도 2,336만 개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내 시장은 2019년 2조 8,112억 원으로 추산되며 실감 콘텐츠를 이용한 다양한 신사업 발굴과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궁극적으로 실감 미디어의 육성과 지원은 비대면 미디어 환경에서 현실감을 강화하여 기존 디지털 콘텐츠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 이는 코로나로 제한된 일상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고립감을 실감 미디어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즉 실감 미디어는 가상융합기술을 적용한 콘텐츠를 통해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서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때, 이용자의 현존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실제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할 수 있다. 실감 미디어를 향한 새로운 기대감은 초기 시장에서 게임,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특정 산업을 위주로 구성된 형태에서 점차 교육, 제조 등 일상생활과 밀착된 실용적인 산업들로 확장하고 있다. 실감 미디어 콘텐츠는 주로 몰입감, 상호작용, 지능화 등 특징에 따라 고위험, 체험 불가, 고대가성, 고비용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활용하여 오프라인 현장에서 대면 커뮤니케이션 비중이 높은 산업들은 온라인 비대면 환경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중에서도 실감 미디어 콘텐츠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분야는 바로 교육이다.
이미 교육 분야는 PC나 노트북,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컴퓨터 디바이스를 이용한 비대면 원격 수업을 병행해왔다. 코로나 일상으로 비대면 수업의 의존도가 크게 증가하며 실습 과목, 직업 훈련 등 현장 체험 비중이 높은 과목들은 질적 수준에 대해 지적받고 있다. 이에 실감 미디어로 기존 시각 교육 중심이 아닌 실제 체험 경험을 구현해서 학습 효과를 높이는데 주력한다. 실제로 2018년 6월 메릴랜드 대학 연구에서 가상현실을 이용한 기억이 PC를 이용한 기억보다 더 향상되었는데, 이는 교육에서 실감 미디어 콘텐츠 효과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결과이다. 또한 직업 훈련을 위한 산업 현장에서 첨단기기나 고가의 대형 장비에 대한 부담감과 안전사고 발생 우려를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무교육에서 더욱 활용도가 증가하며 2030년에는 약 2,942억 달러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럼에도 국내 교육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실감 미디어를 도입한 사례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실감 미디어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적인 여건 마련에서 제약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개발 환경에서 특정 하드웨어나 개발 플랫폼을 위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호환성이 낮은 편이었다. 또한 실감형 교육 콘텐츠가 서비스될 수 있는 적합한 플랫폼을 찾기 어려웠고, 단체 혹은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디바이스 성능과 종류가 각각 달랐기 때문에 실행 환경에서 제약이 있었다. 최근 교육 분야의 실감 미디어 콘텐츠를 활성화를 위해 개발 환경 개선과 이용자 인터페이스의 표준을 정립하여 환경 여건을 마련하는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교육 분야에 실감 미디어 콘텐츠 지원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시행하고 있으며 민간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그 일례로 교육부에서는 디지털 뉴딜의 초석 마련을 위해 초중고 대상으로 과학실험공간을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경찰 훈련에서 특공대원을 대상으로 AR 기반 복합테러 상황 대응 교육 시스템 개발을 논의 중이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초등학생,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EBS 실감형 교육 콘텐츠 제작 지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양한 지원 방안과 실험적 서비스를 통해 실감 미디어 교육은 시장 규모를 키워가고 있지만, 과연 가시적 성과로 나타날지 예견하기 어렵다. 실감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의 성과는 오프라인 현장이 지닌 대면 상황의 장점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직업 현장 교육처럼 특수 교육 분야에서 가상 실현을 통해 실무자의 숙련도를 높이는 용도로 매우 유용하게 활용한다. 그러나 교육 격차가 나날이 양극화되는 상황에서 학교 교육 분야의 실감 미디어는 여전히 주요 과정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한계를 쉽게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실감형 콘텐츠를 통해 학습자와 교수자 간의 원활한 상호작용과 지식 전달과 습득의 효율성에 주력하고, 생애주기별 교육 커리큘럼과 개인별 수준을 반영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실감 미디어를 이용한 교육 환경 구축에서 벗어나 사용자 편의와 경험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는 성장 가능한 사업 방향 모색이 중요해 보인다.
본 내용은 저자가 학자로서 지닌 개인적인 견해이며, 저자가 귀속된 사측의 입장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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