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영주 Mar 19. 2023

스펙터클한 도시 연출과 즐거운 경험, 미디어 파사드

미디어로 구현된 도시 공간의 입체적 몰입감과 경험

도시는 언제나 각양각색의 건축물과 조형물로 시각적인 즐거움이 가득하다.


도시에서는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지루할 틈이 없다. 단지 도시 경관의 이색적 볼거리로 인해 거리를 거닐며 주변을 구경하기만 해도 시간이 금세 흘러가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여러 가지 미디어는 어느새 일상 속으로 스며들며 현실과 다른 감각적인 경험으로 야외 공간에서 또 다른 몰입감을 제공한다. 도시공간은 현실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감각적 경험이나 도시라는 거대한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그 자체가 시각적인 연출의 기능을 수행하며 일상에서 스펙터클(spectacle)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본래 스펙터클의 사전적 의미는 인상적인 광경이나 구경거리, 혹은 행사를 뜻하는데, 광의의 개념으로 연극이나 영화의 화려한 장면, 화려한 쇼나 이벤트도 포함한다. 최근 스펙터클한 도시 공간의 연출은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로 입체적인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이나 장소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도심 속에서 환상적인 미디어 예술을 경험하게 해 준다.



미디어 파사드는 무엇인가?

미디어 파사드는 ‘대중매체’를 의미하는 미디어(media)와 ‘건물의 정면, 혹은 중심부’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파사드(facade)’가 합쳐진 용어이다. 미디어 파사드는 디지털 경관 조명, 미디어 보드, 미디어 월, 디지털 사이니지 등과 같은 용어와 혼재되어 사용되지만, 기술적 구현과 활용 수준을 감안할 때 미디어 파사드로 통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이러한 미디어 파사드는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건물 외벽에 부착되거나 투사되는 형태를 말하는데, 주로 LED 조명패널, LED 디스플레이, 프로젝션 맵핑, 키네틱 등의 4가지 디스플레이 기술을 접목해서 구현된다. 순식간에 건물 외벽이 커다란 대형 스크린으로 재탄생되며 빛과 영상을 이용한 그래픽 요소는 하나의 스토리나 메시지를 담아 미디어 콘텐츠로 제공된다. 이처럼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건물 외벽은 정보 전달은 물론이고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전달하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제공하게 된다. 그 모습은 도심 한복판에서 초대형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시각적인 즐거움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서 미디어 파사드는 광고, 홍보와 같은 상업적 용도로 관심을 두고 활용해 왔다. 최근 들어 미디어 파사드는 도시 경관과 어우러지는 공공 예술의 범주로 개념을 확장하며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오래된 미래의 기법, 미디어 파사드

미디어 파사드는 최근에 생겨난 개념은 아니며, 이미 20년 전부터 실·내외 공간에서 미디어 아트(Media Arts)로 활용해 온 방식이다. 그동안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미디어 아트는 각종 전시회에서 빛과 영상을 통해 입체적인 몰입감을 제공하던 방식이다. 지금도 이 방식은 활용도가 높은 편인데,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적인 전시회 CES 2023에서는 LG 전시장 입구에 S자로 휘어진 패널 260장을 이어 붙여 눈앞에 거대한 파도가 다가오는 생동감을 구현하였고, 여러 미술 전시회에서는 인터렉티브를 통해 관람객에게 명화 속을 거닐 수 있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와 유사하게 미디어 파사드는 실내 공간의 미디어 아트가 실외 공간에서 구현되는 것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 아트에서 공공예술 분야로 확장하고 있으며 광고, PR, 마케팅, 이벤트, 공연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림 1. CES 2023 LG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   *출처: 서울신문 (2023. 1. 5).

최초의 미디어 파사드는 1982년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처음으로 개념이 등장하였고, 이것이 일본 도쿄의 ‘큐프런트 빌딩(1998)’과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나스닥 빌딩(1999)’을 통해 실제로 현실에서 구현되면서 주변 경관을 이용한 하나의 미디어 기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국내 최초의 미디어 파사드는 2004년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건물 외벽에 설치된 홀로그램과 LED를 이용한 형태였다. 당시 갤러리아 백화점의 미디어 파사드는 백화점 이벤트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으며 이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시청역, 삼성화재 빌딩, 역삼동 GS 타워, 서울스퀘어 등 주요 장소에 설치되기 시작하였고 경복궁과 같은 문화재 건물과 지역 관광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 사파드는 이색적인 콘텐츠를 통해 주요 장소들과 결합하여 상징적 의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미관상 스펙터클한 도시 경관을 연출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재창출해서 경제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미디어 파사드의 연쇄적 상승효과

야간에는 어두워서 관람이 어려운 관광 명소나 문화재를 미디어 파사드가 화려한 조명으로 식별할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입혀 낮에 보는 느낌과 다른 이색적인 매력과 즐거움을 전달한다. 이러한 점에서 미디어 파사드는 문화적 가치를 재창출하여 관광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경제적 효과를 추구할 수 있다. 실제로 1989년부터 시작한 프랑스 리옹(Lyon) 시의 ‘빛 축제’는 미디어 파사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관광 효과를 극대화하였고 도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축제로 알려져서 매년 12월이면 해외 각지에서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유명 관광 코스가 되었다. 이처럼 미디어 파사드가 도시와 어우러지며 문화, 관광, 경제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림 2. 프랑스 리옹시 ‘2023 빛 축제’ 미디어 파사드   *출처: FÊTE DES LUMIÈRES 2022 official web page


미디어 파사드로 연출한 스펙터클한 도시 경관은 특별한 날에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명동 신세계 백화점의 외관을 화려하게 수놓은 미디어 파사드는 이제 인스타그램 등을 비롯한 SNS 인증샷 코스가 되었고, 이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도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볼거리가 되었다. 백화점 외관 전면을 휘감은 LED 칩은 2021년 140만 개에서 2022년에 350만 개로 늘려서 화면을 확장하며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영상미를 보여주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3분 남짓 짧은 영상이 상영되었지만, 그 안에는 기획, 스토리, 음악, 영상미 등 종합적인 미디어 예술이 녹아있었다. 이러한 상업적 시설의 미디어 파사드는 콘텐츠를 통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공간 마케팅의 요소로써 기업과 브랜드를 상징하며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미디어 파사드로 인해 신세계 백화점의 매출이 상승하였는데 2021년 12월의 경우 2020년 12월과 비교해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3. 명동 신세계 백화점의 미디어 파사드   *출처: 뉴시스 (2022. 11. 24).


미디어 파사드는 대형 디지털미디어로 구현된 예술작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심의 스펙터클을 추구하는 미디어 파사드

단순히 건물 외관에 조명으로 밝히는 것을 넘어 대형 디지털미디어 예술작품으로 진화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역 앞에 있는 ‘서울스퀘어’ 빌딩이다. 이 건물은 대우센터 빌딩을 리모델링하며 폭 99m, 높이 78m의 전면부에 약 6만여 개의 LED도트를 통해 대규모의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하였다. 이를 통해 ‘줄리언 오피’를 비롯한 다수의 미디어 아티스트 작품을 선보이며 거리에서도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경이로운 광경을 실현하였다. 서울스퀘어 사례를 비롯한 다수의 미디어 파사드에서는 일상과 예술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좁힐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도 함께 수행해 왔다. 미디어 파사드는 빛의 색상과 동적인 연출에서 자연적 요소나 예술적 표현 등으로 표현기법과 기술적 구현이 발달함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었다. 상업적 용도에서 벗어나 공공 미디어 예술로 생활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미디어 파사드는 단순히 하나의 건물이나 장소만 고려해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경관과 연결되는 맥락적인 표현에 주목한다. 이처럼 지금의 미디어 파사드는 광고 전광판과 같은 상업적 용도와 구별되는 공공성을 지향한다. 서울시 강남구에서는 2018년 3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사업의 일환으로 삼성동 SM 타운에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하였는데, 이는 아나몰픽 일루전(Anamorphic illusion), 즉 착시현상을 이용한 입체적 표현 기법을 통해 생생한 현실감과 압도적인 입체감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2020년 여름에 선보인 ‘웨이브(wave)’라는 작품은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CNN을 비롯한 외신에도 보도되며 크게 주목받았고, 그 열기에 힘입어 2021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서 비공모부문 후보에 오르며 우수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그림 4. 공공 미디어 파사드 사례, 웨이브(wave)   *출처: 유튜브 채널 ‘d'strict’ 영상 캡처


이제 미디어 파사드는 일상생활에 흔히 볼 수 있는 도시 경관 중에 하나이다.


진화 중인 미디어 파사드

이제 미디어 파사드는 대형 이벤트 이외에도 생활 중심권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 경관 중의 하나가 되었다. 건물 외관에서 미디어 파사드가 시작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다시금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미디어 파사드는 디지털 기술 발전과 함께 이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입체적인 몰입감을 구현하며 도시 경관의 스펙터클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구현 범위에서도 과거에는 정면과 입면으로 표현이 한정되었지만, 지금은 건물의 입면 전체에 표현이 가능해졌다. 이는 입면의 표현과 건물 자체가 미디어 파사드의 범위로 넓어진 것을 의미한다. 미디어 파사드는 고정된 건축물이 지닌 정적인 요소를 해체하고 움직이는 빛으로 내러티브를 입힘으로써 본연의 의미와 가치를 강화하거나 새롭게 변환시킨다. 건축물의 물리적 형태에 미디어 콘텐츠가 더해지고 추가적인 기능들이 구현되며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거나 간접적으로 인지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하루에도 수십만 개의 광고성 메시지를 회피하느라 바쁘지만, 미디어 파사드로 구현된 강력한 메시지는 회피가 어렵고 오히려 대중들이 일부러 찾아서 즐기면서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이 때문에 미디어 파사드가 초기에 광고와 정보 전달에 집중해서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되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공공 예술의 일종으로 일상생활과 익숙한 공간까지 예술적인 입체적 표현으로 공간의 가치를 재창조할 수 있었다.


디지털 환경에서 입체적 구현과 몰입을 위해 가상 세계나 가상 객체의 표현 기술이 고도화되며 미디어 파사드에 새로운 기법이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일례로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은 새로운 디자인을 예술적인 콘텐츠로 재해석하며 모바일과 연동한 증강현실(AR)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이 사례는 장소와 미디어 예술에 신기술과 대중의 참여를 추가하며 이전보다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었다. 또한 프랑스의 음료 브랜드 ‘Contrex’의 홍보를 위해 시민들의 능동적인 상호작용으로 건물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를 구현하게 함으로써 공간 자체에 대한 경험 마케팅 효과를 강화한 바 있다. 이는 건물 외벽의 LED와 연결된 자전거가 서로 연결되어서 시민들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 미디어 파사드의 조명을 밝히고 콘텐츠의 움직임을 지속시킬 수 있었다.

그림 5. 프랑스의 음료 브랜드 ‘Contrex’ 미디어 파사드 홍보   *출처: 유튜브 채널 ‘UltravioletMusic1’ 영상 캡처

마치며

미디어 파사드는 스펙터클한 도시 연출을 통해 공간의 창의적 경험을 추구하며 정보의 연결, 미디어의 연결, 그리고 대중이 참여하는 동시적 경험의 연결까지 미디어와 현실을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다. 잠시나마 미지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화려한 도시 연출만큼, 미디어 파사드의 연출에서는 조명 불빛에 의한 공해, 유지·보수 비용, 관리 등에 대한 문제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긍정적 관점에서 미디어 파사드가 논의되는 이유는 건축, 조명, 그래픽, 영상, IT, 서비스, 경험 등 이종 산업의 종합적인 융합 미디어 예술의 결합체로써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통해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미디어 파사드는 도시 공간에서 혁신적 이미지로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고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미디어 파사드는 광고와 같은 상업적 요소를 희석하고자 예술과 미학, 그리고 공공성을 품으며 일상에서 만나는 도시 경관의 일부로 탈바꿈하여 계속 진화하고 있다.


본 내용은 『방송과 기술』 2023년 2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수정해서 게재했습니다.
또한 저자가 학자로서 지닌 개인적인 견해이며, 저자가 귀속된 사측의 입장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참고문헌

김용수 (2022. 12. 17). <넷플릭스 IP 독점···국내 콘텐츠산업 기반 악화 우려>. 시사저널e.

뉴시스 (2022. 11. 24). "크리스마스 한달 앞" 백화점 연말 장식 경쟁 '4사 4색'.

대홍기획 (2020. 10. 22). 미디어 파사드, 공간을 전환하는 힘. TREND/M Report. 대홍기획 공식 블로그.

서울신문 (2023. 1. 5). [CES 2023] 올레드 대형 조형물 이번엔 ‘지평선’… LG전자 행사장, TV로 기선제압

신문과 방송(2019. 12. 31). 미디어 파사드: 옥외광고로 실현된 ‘벽 없는 미술관’.

임소남·조정형 (2022). 도시 경관조명에서 미디어파사드 디자인 활용유형과 현황. <공공디자인연구>, 통권 4호, 19-29.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2. 2). [기획] 도심 속 예술작품, '미디어파사드'. 공공디자인 소식지, 15호.

유튜브 채널 ‘d'strict’, https://youtu.be/T6Ji1lgxq7w

유튜브 채널 ‘UltravioletMusic1’, https://www.youtube.com/watch?v=65-V4_iY71Y

FÊTE DES LUMIÈRES 2022 official web page. http://www.fetedeslumieres.lyon.f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