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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ER Jan 02. 2017

축, 1월!

시절은 한꺼번에 가버리지 않네.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물, 한 사물
어떤 부분은 조금 일찍
어떤 부분은 조금 늦게
...

나는 중얼거리네 나 자신에게
그리고 신부님이나 택시운전수에게 하듯
그대에게.

축, 1월!

<연하카드, 황인숙>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얼마나 진정으로, 진심으로 첫날 첫해에 이 인사를 건내는가? 황인숙 시인의 시에서 '신부님', '택시운전수'에게 건내는 새해 인사가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진실로, 온전함과 간절함을 꾹꾹 담아 건내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처로움에 몸이 닳아 마음 이곳 저곳 그들을 생각하면 저리는게 되는. 그런 사랑에게 건내는 인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한 동안 이 인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든, 그렇지 않든.




새해 첫날 어김없이 교회에 들렀다. 언제나 같이 예배를 드리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많지 않으나 이 세상 먼저 떠나간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러다 예배의 끝순으로 교회에서 파송된 에티오피아에 있는 선교사님 한 분의 소식이 영상이 예배당 벽에 띄워졌고, 그 분의 이야기가 잔잔히 흘렀다.


영상이 중간 여기저기도 탄성과 한숨, 그리고 짧게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지구 어느 곳 보다 뜨거운 아프리카에서 족히 40대로 보이는 젊은 선교사님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의술을 알려주고 계셨다. 한국에서 누구나 아는 대학에 큰 병원에 소아외과의사셨다. 그런데 훌쩍 아프리카로 떠나 학생들에게 의술을 가르치신다고 한다.


예배당은 순간 깊은 침묵과 탄식, 흐느낌의 근원을 찾는데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루게릭

선교사님은 사역 중에 이 병이 발병되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발병으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 가운데서도 에티오피아를 떠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선교사님은 발병 후 어느 날 산책 중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길가 풀숲으로 몸을 피하고 있던 중 하나님의 음성을 통해 '이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된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선교사님들의 후원을 권하시던 목사님은 결국 울먹이시고, 나도 울고, 많은 교인들은 훌쩍였다.


덧없이 흘러보내는 새해 건강을 기원하는 이 인사가 괜히 부끄러워졌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인사가 되려 내게 얼마나 무책임하고, 위선적이였는지. 달리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인사를 멈출 수 없다. 이제는 이 인사를 다발로 사람들에게 풀게 아니라, 단발로 진심을 담아 묵직하게. 우린 지금 누구나 건강하지 않다. 발병만 되지 않았을 뿐, 현실과 일상 속에서 크고 작게 상처를 받아 왔으며, 받고 있으리라. 이 질병이 발병되어서 안타까운 것이 아니며, 발병되지 않아서 다행인 것이 아니므로.


온전히 진심을 담아 다시 건낸다.


축, 1월!

당신에게 평안이 있길.

295+9,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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