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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ER Aug 26. 2017

이화우(梨花雨)

“젖은 배꽃이 흩날릴 제”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매창(梅窓, 1573~1610)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꼬박꼬박 보고 있는 팬텀싱어. 지난 시즌에서 참가자들의 멋진 커버곡들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도 어김 없이 소름 돋는 곡들이 눈에 뛴다.

그 중에서 박상규, 김지원의 <이화우>​는 줄곧 듣고 싶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원곡과 달리 세련된 편곡과 두 바리톤의 소리가 귀를 휘감는다. 매창의 시를 곡에 어울리도록 다시 쓴 가사도 어디하나 아쉬운 부분이 없다.

젖은 배꽃이 흩날릴 제
눈물 비 되어 떨어지네

가을바람에 흩어지는 잎을 보면
그대 그대 날 생각할까

멀리 저 멀리 외로운 그대만이
꿈에 꿈엔들 보일까

멀리 저 멀리 외로운 그대만이
꿈에 꿈엔들 보일까

멀리 저 멀리 외로운 그대만이
꿈에 꿈엔들 보일까

비가 눈물이 되고 한숨 꽃바람 되어
아 아 아
내 맘에 그대가 지네
꽃비 속에서 우리
다시 만날까
다시 만날까

꽃비 속에서 우리 다시 만날까
꿈에 꿈에
젖은 배꽃은 비 되어 흩날리고

원작으로 돌아가 매창이 어떻게 이 시를 쓰게 됐는지 찾아본다.

매창은 스무 살이던 때에 자신보다 스물 여덟이 많은 유희경을 만나게 된다. 당시 매창과 유희경은 시로 높은 인정을 받고 있던 터라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다.

부안에서 매창을 만난 유희경은 그녀에 대해 이런 시를 남긴다.

남쪽 지방 계랑의 이름을 일찍이 들었는데
시와 노래 솜씨가 서울에까지 울리더군
오늘 그 진면목을 보고 나니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하구나
—유희경, [촌은집], 권 1, <증계랑(贈癸娘)>

신병주 교수님은 그들을 시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도 나눈 애틋한 사랑을 이렇게 짚고 있다.

그는 매창의 매력에 흠뻑 빠져, 마치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다고 표현했다. 시에 능통했던 유희경과 매창. 둘은 서로를 사랑하는 감정을 시를 통해 주고받았다.

유희경의 문집에 실려 있는 시들 중에 매창을 생각하며 지은 시는 7편. 유희경은 28세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매창을 연인처럼 무척이나 사랑했던 듯하다.

매창이 삐쳐서인지 얼굴을 찡그렸을 때, 자신에게 선약(仙藥) 하나가 있어 고운 얼굴의 찡그린 흔적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그것을 주고 싶다고 하였다. 찡그린 모습까지도 귀여워하며, 그녀를 달래주고자 하는 유희경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사랑을 나누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이내 매창을 떠나 상경한 유희경은 그녀가 죽기 얼마 전에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런 유희경을 그리워하며 썼던 글이 <이화우>로 알려진 시. 매창은 서른 여덟의 짧은 생을 마친다.

한철 피고 진 배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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