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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ER Jan 25. 2019

언어의 정원, ‘지구’ <1>

창조創造의 언어와 자연自然의 언어

Andreas Cellarius(1596 – 1665), <Heliocentric universe>

지구와 우주에 대한 이해가 모자랐던 과거의 기독교인들은 우주와 지구의 지금 상태를 상당히 정적인 것으로 이해했다. 즉 하나님의 천지창조와 종말이라고 하는 격변적 역사 사이에 있는 비교적 평온하고 안정된 물리적 상태가 지금의 세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의 발견들은 이러한 정적인 세계관이 너무나 단순하고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게 드러났다.



CLAUDIOVENTRELLA VIA GETTY IMAGES | purple nebula and cosmic dust in star field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점점 가속되고 있는 우주의 팽창, 새로운 지각의 형성과 지각의 이동 등의 과학적 발견들은 우리가 사는 이 작은 행성과 우주가 지속해서 격렬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주 구성 요소의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류에게 깨닫게 해 주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별이라고 부르는 태양과 같은 항성들이 생성되거나 소멸하고 있으며 또, 그러한 항성들로 구성된 거대한 은하들이 서로 충돌해서 새로운 형태의 은하를 만들기도 한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팽창 속도 또한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땅, 즉 지각도 끊임없이 생성되어 움직이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지구 내부로 사라지고 있다.



출처: WOOJOOSOO | 히브리어 성경, BHS 비블리카 헤브라이카 슈트트가르트 한국어 서문판

이러한 현대 과학의 발견들은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생각하도록 해 준다. 성경은 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말하고 있는가? 성경의 언어는 과학적 진술인가? 이 두 질문은 필연적으로 성경의 기록 목적이 무엇인가.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며, 이 우주 구성 요소의 대부분(96%)이 우리가 그 정체를 알지 못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성경은 이런 중요한 우주적 사실들에 대해서조차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성경은 세상의 모든 것, 우주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지 않는다. 성경은 인간의 모든 호기심과 의문에 분명히 대답하진 않는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탐구하고 그 비밀을 알아가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성경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해 많은 것을 얘기하지만, 다른 것에 대해서는 일일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고 우리가 그 답을 찾아가도록 열어 두고 있다.


시편 93편 1절은 “세계가 견고히 서서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선포하며, 시편 104편 5절은 “땅에 기초를 놓으사 영원히 흔들리지 않게 하셨다”라고 말한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이와 같은 성경 말씀들을 지키기 위해 지각이 맨틀 위에 떠 있어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충돌한다는 판구조론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별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말씀들을 문자적으로 보면 분명히 현대 과학의 큰 성과 중의 하나인 판구조론과 배치된다. 특히 판구조론은 지구의 오래된 연대를 확정하는 데도 이바지한 이론인데, 6000년 전 6일 창조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판구조론에 대해서는 벌떼처럼 달려들지 않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이것은 사람들이 이런 구절들이 성경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이런 구절들을 (문자 그대로가 아니 라) 신앙 고백적 언어로 이해하기 때문이다(만약 이런 구절들이 성경의 중간이 아니라 창세기 1장쯤에 있었다면 더욱 많은 근본주의자가 판구조론을 부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판구조론에서 말하는 지구 움직임의 메커니즘을 몰랐던 과거의 신자들은 아마도 이 구절들을 사실 그대로의 묘사라고 믿었을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우리는 이런 구절들을 과학적 서술이 아닌 신앙 고백적 언어로 이해한다.


그러면, 과거의 사람들은 이러한 진술을 과학적 진실로 믿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이 말씀이 전에는 참이었다가 이제는 거짓이 된 걸까? 물론 아니다. 이 구절들은 지구의 땅에 관한 과학적 설명을 위해 써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은 기본적으로 과학적 언어가 아니라 신앙 고백적 언어로 쓰인 책이다. 오늘날과 같은 ‘과학’이라는 개념은 근대의 산물이다. 근대 초기에 이르러 과학자들은 (우리가 볼 때는 과학을 한 것이지만) 자신들이 ‘자연철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성경이 기록되었던 고대에는 어땠을까?



성경의 여러 기자가 나타내고자 했던 것은 기본적으로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였다. 물론 이것은 성경이 기록되고 보존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연에 대한 어떤 과학적 지식을 주고자 글을 남긴 것이 아니다. 성경의 서술들이 과학적 발견들과 문자적으로 일치하지 않으면 마치 성경의 권위와 가치가 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런 발견들을 부정하거나 성경의 서술들을 (그것이 기록될 당시에는 그 개념이 있지도 않았던) 과학에 억지로 짜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성경의 진술이 과학적 사실들을 그대로 진술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성경 기자들의 의도와 목적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과학적 설명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었다. 과학과 성경은 세계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창이다. 일부 근본주의자들이 성경의 문자적 진술이 과학적 사실과 어긋나면 성경의 권위가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대 과학의 많은 성과를 부정하지만, 이것은 성경의 권위를 높이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성경의 권위와 가치를 과학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는 행동이다.



Cognitive Science

현대 과학의 여러 분야 중 종교와 과학을 둘러싼 논의와 관련해서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인지 과학이다. 과학과 종교와의 관계를 다루는 학자들의 논의에서 앞으로는 인지 과학이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인지 과학은 과학의 다른 주제들에 비해 상당히 최근의 연구 분야라 지켜봐야만 할 것이 많고, 외부의 사물이나 현상이 아니라 그 사물과 현상을 인식하는 인간의 인식 작용 그 자체를 다루는 것이라 그에 대한 접근이 그리 쉽지가 않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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