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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ER Apr 17. 2019

다섯 번의 봄 <1>

광화문 광장과 보안여관

세월호 5주기를 기해 서촌 한 갤러리의 추념전을 다녀왔다.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는 지금, 여전히 규명되어야 진실과 미수습자들과 치유라는 크고 무거운 숙제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 전시는 그렇게 세월호가 뒤흔든 감각을 구체화하는 것에서 출발하려 한다. 그런 감각은 참사 이후 예술가들이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앞으로도 망각에 저항하고 세월호가 남긴 질문들을 되묻기 위한 기본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전시 기획 중


전시는 그 기획대로 예술가들이 함께 지내온 그 시간을 그림으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이 전시는 서촌 일대의 여러 갤러리에서 하나의 주제로 각기 다른 작품들을 모아 추념전을 관람하도록 둘레길을 기획했다.


걷기 좋은 봄날이었다. 바람은 덥지 않게 불어왔다.

광화문역을 빠져나와 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까지 그날 이후로 광화문 광장을 지키던 천막은 모두 사라지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광장 한편에 '기억과 빛'이라는 목조 추모벽이 세워져 있었다.

추모벽은 세 개의 칸으로 한쪽은 추모영상, 가운데는 추모작품, 그리고 아이들의 사진, 다른 끝에는 사무실로 이루어졌다.

한 낮, 광장을 찾는 사람들. 추모 영상을 보고, 그림과 사진, 글을 읽고 있었다.



추모벽에 빼곡히 적힌 이름들. 한 명 한 명 읽어 내릴 때마다 가슴이 일렁이고, 이내 덜컹 내려앉는다. 그리고 곰곰이 지난봄들을, 4월들을 기억하고 싶었다(이 기억에 대해서는 다음 편 글로).


발길을 옮겨 추념전이 열리는 서촌 보안여관으로 향했다.




천장이 낮고 작은 공간의 여관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묻어있었다. 앙상한 구조 때문인지 들어서자마자 당혹스러웠다. 첫 번째 방부터 맞은편 방으로 교차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사실 관람을 하기엔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작품보다 공간이 갖고 있는 분위기에 더 압도했기 때문이다(방마다 창이 뚫려 있어 채광이 밝아 좀체 작품에 집중하기 어렵기도). 마치 쓰러져가는 폐가에 몰래 들어와 엿보는 것만 같았다.


보안여관 옆으로 신축 갤러리 지하로 전시는 이어졌다. 좁은 통로와 층계단을 비집고 내려갔다. 간간히 창에는 한 편의 시 연작처럼 날씨를 들려준다.



그렇게 따라 내려가니 홀 중앙 바닥에 박힌 두 점의 사진.


이의록 작품 <침묵의 거리>, 구글 어스(위성사진 서비스)를 통해 본 세월호 참사 장소


짙고 옅은 푸른색을 얼마간 지켜봤다.

그날을 수평이 아닌 수직이라는 새로운 시점을 작가가 말하는 것 같았다.

위에서 바라본 진도 앞바다는 그렇게 서슬 퍼런 빛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한 빛을 하고 있었다.


-

추념전을 보고 돌아와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지금. 좀처럼 알아차릴 수 없는 기분이다. 슬픔도 분노도 마치 거대한 침묵 속에 들어선 것 같다.

다섯 번의 봄이 지났건만 아직도 난 그날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우주를 부유하며 그날, 그 바다 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지켜만 봐야 하는 무력감인 듯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자리고, 목이 터져라 외쳐봐도 어디 하나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공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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