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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ER Nov 30. 2015

<할머니의 먼 집>

93살,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다. 할머니가 사라질까 두렵지만 작별의 시간이
아름답고 따뜻하기를 바라며
지금을 함께 보내고 있다.


“가자 인자. 깐닥 깐닥.
구경 잘 했다.
어디 먼 디 구경 온 놈 맹이로.”
집 근처 가까운 저수지를 구경하고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며 하셨던 말씀이다.
삶은 어쩌면 ‘어디 먼 디 구경 온 놈 맹이로’ 세상 구경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나에게 아직 죽음은 멀고 두려운 존재이다.
하지만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이제 저승으로 시집가야겠다’며 해맑게 웃으시는 할머니를 보며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죽음에서 공포와 두려움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
죽음이 이제 세상 구경을 마치고 본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나는 할머니를 기꺼이 즐겁게 보내드릴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언젠가 찾아올 소중한 이들의 죽음을 그렇게 맞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날을 축제처럼 맞이하기 위해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놀랍고, 환상적인 시간. 더 없이 부러운.

"늙으면 죽어야 돼"

백골만 덩그러니 남은 할머니를 보는 순간 화장실로 도망치는 달려 들어 갔다.

울다, 토하고, 울다 토하고. 울음소리가 새어 나갈까 턱을 있는 힘껏 다물었다가 입을 벌려 소리도 울음도 삼키고 있을 때 생전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만 계속 들려왔다.


"늙으면 죽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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