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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ER Dec 30. 2016

봄, 길상사


올 초에 어느, 날 좋은 아침에 충동적으로 '길상사'로 향했다. 동네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길상사는 성북동 높다란 언덕에 있다.


'길상사'하면 더러 '법정 스님'을 떠오른다. 하지만, 그분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사람은 '길상화'로 알려진 '김영한'이었다. 그 이유는 부촌에 절을 세우도록 부지를 법정 스님께 시주했던 그녀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시인 '백석'의 '나타샤'.
눈이 푹푹 쌓이는 밤에 백석은 그녀와 사랑의 도피를 시로 써서 남겼다.
그래서 길상사가 유명한 스님께서 계셨던 사찰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말로 풀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와 상상에 상상을 더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왔다.

사찰은 봄날처럼 따뜻하게도, 여름처럼 시원하게도, 기분 좋은 푸르른 바람 안에 갇혀 있었다. 나뭇잎이 부딪혀 나는 소리로 청량감은 더해져만 갔다. 이리저리 절 안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꽃을 보고, 풀잎을 쓰다듬었다.


'이런 곳이라면 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겠다'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이 공간만으로 깨닫는다. 무어가 더 필요하겠는가?

풀잎들 펄럭이는 봄에 흰 당나귀 타고
길상사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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