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을 읽고 씁니다.
고통의 크기, 정도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죽을 만큼 아파',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속이 울렁거려' 등 흔히 고통을 말로 표현하지만, 고통을 정량화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강도와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 소개해 드릴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는 작가님께서 두 개의 병을 겪으며 이 고통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의 오희승 작가님은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경계에서 부유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샤르코-마리-투스(이하 CMT)'라는 희귀병과 '퇴행성 고관절염'이라는 상대적으로 흔한 병 사이에서 말이죠.
작가님은 어린 시절, 선천성 고관절 이형성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관절염 통증을 느끼긴 했지만, 그럭저럭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겪게 되면서 작가님의 통증은 점차 심해졌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100일쯤 되었을 무렵, 작가님께서는 두 번째 병, ‘샤르코-마리-투스’를 진단받게 됩니다.
아픔을 이야기하기 위해 설명해야 했던 이 병명들은,
하나는 너무 드물어서 이해시키기 어려웠고
또 다른 하나는 너무 흔해서 변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관절염은 누구나 알고 있는 병입니다. ‘삭신이 쑤신다'라는 표현으로 상태를 표현할 수 있고, 사람들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께서 겪는 CMT는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아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오해를 하곤 했습니다. 작가님은 두 개의 질병 사이에서 피어난 고민을 책에 담았습니다. 질병을 겪는 과정에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쌓아왔던 감정을 섬세한 글로 풀어냈습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던 내 모습이 어쩌면 남들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불안전하고 단단하지 못한 위치에 서게 된다. 꼭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취약함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는 모두 취약함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취약함의 종류와 정도는 다르더라도 단단하지 못한 무언가를 안고 삽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 취약함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자신의 취약함을 표현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 그리고 다른 이에게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이 과정이 결국 나 자신을 진정으로 헤아리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