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kArt Oct 17. 2023

엄마와 여행

엄마의 세 번째 스무 살, 환갑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아빠는 말레이시아 쿠알라 룸푸르에 계신 고모네에 언젠가 다 함께 가면 좋겠다고 했었다.


 작년에 결혼한 동생 부부도 인사할 겸 추석 연휴에 가면 어떠냐고- 엄마의 환갑 여행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동생과 일정을 짜며 코타 키나발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고모네와는 쿠알라 룸푸르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정을 계획했다.


 엄마에게 미안했다. 늘 우리의 의견이 먼저인 엄마. 환갑 여행인데 괜찮냐, 다른 가고 싶은 곳은 없냐 물어도 다 괜찮단다. 딱히 가고 싶은 여행지도 없고 오랫동안 못 본 고모 너희도 보고, 그냥 다 같이 시간 보내는 게 중요하지 장소는 상관없다시며.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족 여행 일정 뒤로 태국이나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하며 문득 조금 일찍 출발해서 엄마랑 둘이서 근교를 돌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에게 바로 전화했다. 동생네 보다 좀 더 일찍 출발해서 여행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니 일을 열흘 가까이 빼기가 쉽지 않다며 불편한 내색을 비추셨다가, 아빠는 고모네 있고 엄마랑 나랑 둘이서 말라카라는 근교의 도시를 보면 어떻냐고 물으니 좋다고 잠시만 기다리면 일정을 맞춰보고 다시 전화하겠다며 밝게 끊으셨다.


 아무래도 엄마는 다 좋은 게 아니었던 거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