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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Art Oct 18. 2023

PPP의 여행 계획(feat. 부모님 여행 10 계명)

떠나기 전 여행 계획하기

 그동안의 무계획에 가깝던 혼자 떠나는 여행과는 달리 엄마와 둘이서 보내는 말라카에서의 나흘간은 시간대 별로 랜드마크의 이용 시간이나 동선 고려해서 식사할 장소까지 미리 계획해 뒀다.

엄마와의 여행 계획(좌)과 평소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전 날 밤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계획(우)

 1일 1 한식을 약속(생각보다 한식당 많음)하며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부모님 여행 10 계명’을 엄마에게 보냈다.

<부모님 여행 10 계명>

하나. 아직 멀었냐 금지
둘. 음식이 달다 금지
셋. 음식이 짜다 금지
넷. 겨우 이거 보러 왔냐 금지
다섯. 조식 이게 다냐 금지
여섯. 돈 아깝다 금지
일곱. 이 돈이면 집에서 해 먹는 게 낫겠다 금지
여덟. 이거 무슨 맛으로 먹냐 금지
아홉. 이거 한국 돈으로 얼마냐 금지
열. 물이 제일 맛있다 금지

 엄마는 10 계명을 보곤 ”나는 안 할 거 같은데?“라고 하셨다. (실제로 엄마는 쇼핑할 때 한국돈으로 얼마인지만 물어보셨고, 오히려 내가 음식이 짜다, 물이 제일 맛있다를  많이 말했?!)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엄마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별로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내 손에 이끌려 억지로 가듯 해도 기꺼이 즐기고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담으려 했다.


 엄마라는 존재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떠오르게 한다. 늘 해보고 싶은 여행 중 하나였던 엄마와의 여행이지만, 쉽게 도전(?)할 수 없었던 것도 그 감정들과 연결되는 거 같다. 막연히 엄마와의 여행을 떠올리면 이미 다녀와서 어느 정도의 정보가 있는 휴양지로 베트남 다낭이나 냐짱, 가까운 일본 정도로 시작하려 했었다. 갑자기 정해졌고 나 또한 가본 적 없는 나라라 걱정도 됐지만, 결과적으로 다녀온 지금은 다음 여행지를 엄마와 같이 상의하고 있다.


 물론 엄마와 가면 숙소, 교통편 등 혼자 떠나는 여행보다 더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한다. 혹시나 갖고 있는 짐을 소매치기를 당하진 않을까, 앞장서 걸어가면 길을 잃을까 더 가까이 가며 신경 쓰는 내 모습에서 문득 ‘어린 시절 나를 엄마도 이렇게 바라봤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하나하나 관찰하고 궁금해하며, 점점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어 하시는 모습에 내가 어린 시절 받은 지지를 엄마에게 하고 있었다.


 엄마의 ”~도 괜찮다. “가 아닌 “~가 좋다.”가 더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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