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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영 Aug 14. 2019

매우 충동적인 선택

아이폰 X에서 아이폰 XR product Red로

 아이폰 X이 공개되던 날의 반응을 잊지 못한다. 전작에 비해 많이 달라진 디자인이 모두를 경악하게 했었지. 당시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세로로 길쭉해진 카메라와 사라진 홈 버튼, 더불어 M자 탈모라 불리던 베젤리스 액정 디자인까지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폰 x을 구매한 앱등이가 있었으니, 바로 여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다.


<사진=apple store 공식 홈페이지>

­나는 새로운 전자 기기를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그렇다. 디자인이 전작에 비해 어떻게 변하든 간에 새로 나왔다는 얘기를 들으면 애정이 마구 샘솟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신제품을 다 구매하는 건 아니다. 경제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않기도 하고, 제법 잘 구축된 소비 습관(?)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내가 아이폰 텐의 구매를 고민하던 시절, 3년 정도 사용한 나의 아이폰 6은 외출한 지 20여 분만에 배터리가 방전되기에 이르렀고, 터치가 잘 되지 않아 지도 앱을 못 켠 채로 초행길을 한껏 방황하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마치 악몽과도 같은 나날이었다. 핸드폰 없는 삶은 더 이상 상상조차 어렵다는 걸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아이폰 텐의 디자인이 어쨌든 간에 나는 더 이상 아이폰6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많은 혹평을 받은 아이폰 텐도 그 시절 내 눈엔 완벽 그 자체의 전자기기로 보였으니 말이다.



교체를 결심하고, 그 어느 때보다 들뜬 마음으로 대리점을 방문했다. 추억 팔이 좀 하자면, 아이폰 x과 함께한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최초 구매'한 아이폰 x 블랙 색상은 참 많은 사진과 셀카를 남겼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셀카 찍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아, 여기서 ‘최초 구매’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두 번째 구매한 아이폰 x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친구의 자그마한 실수로 인해 그만 깊은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버리는 인생 최대의 충격 사건과 마주해서였다. (그토록 뭔가가 슬로 모션으로 재생되던 순간은 내 평생 처음이었다.) 아무튼 들어놓은 단말기 보험 덕분에 정가의 반값에 아이폰 x을 재구매하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아이폰 x 실버 컬러와 함께하게 된다.



아이폰 x을 쓴 이후로 쭉-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면 늘 내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게 되었고, 굳이 무거운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늘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지금껏 내가 사용한 핸드폰 중 가장 만족하며 사용한 핸드폰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들이 초기에 불편하다 말했던 홈 버튼이 없는 디자인도 난 매우 좋았다. 앱 간의 이동도 자유로워 좋았고, 아이폰 텐의 해상력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직업 특성상 고화소의 사진들을 많이 보는데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다 좋은 액정에 비춰 보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M자 탈모도 처음에만 낯설었지 나중엔 그저 무난하게 느껴졌다. Face ID는 뭐, 두말할 것 없이 신박했고. 기술의 발전을 사랑하는 내게 완벽하게 잘 들어맞는 핸드폰이었으므로 질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두 개의 아이폰 텐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사진=apple store 공식 홈페이지>


필자는 전자기기를 살 때 늘 검은색 아니면 흰색을 구매하는 인간이었다. 실은 흰색 보다도 검은색을 선호했고. 검은색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저 무난하고 질리지 않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최근 교체한 아이폰 XR product red 제품을 보면 이제 그런 주장도 더이상 펼치지 못한다. 주변에선 무슨 바람이 불어 빨간색의 핸드폰을 구매했냐 묻는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문득, 불현듯, 미친 듯이 빨간색의 핸드폰이 갖고 싶었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때의 나는 빨간색 핸드폰을 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꼭 아이폰의 레드 컬러 제품을 내 것으로써 만끽하고 싶었다.


<사진=apple store 공식 홈페이지>


시간이 지나면서 안 하던 짓도 많이 하고, 안 사던 것도 사고, 안 듣던 음악도 듣게 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이번 결정은 눈에 띄는 '취향의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를 아는 인간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다. 그저 갑작스레 예뻐 보여서 오손도손 정 붙이며 잘 살고 있던 아이폰 텐을 처분했고, 막상 교체하고 나면 후회할까, 아쉬울까 싶었는데 그런 부정적인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제품의 판매 수익 일부분이 에이즈 환자를 위해 모금된다는 사실도 좋았다. (물론 구매 이전에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다. 양심 고백이다.) 앞서 말했듯 기술의 발전이 매우 중요한 내게 아이폰 x에서 아이폰 xs가 아닌 아이폰 xr을 구매하게 한 것은 전적으로 디자인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충동 때문이고, 나는 지금 현재 내 아이폰 xr red컬러에 매우 만족하며, 이런 선택을 한 나 자신에게 나름의 칭찬을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전자기기 하나 바꾸는 데에 사족이 이리도 길었지만, 어쨌든 안 해본 것을 시도했다는 것, 그 자체로 나는 지금 많은 것들이 만족스럽다.



<사진=apple store 공식 홈페이지>


앞으로도 혁신적이며 다양한 디자인의 새로운 전자 기기들이 날 행복하게 할 것이다. 그것들을 매우 유심히 지켜보고, 나의 니즈에 맞는 제품들을 골라 구매하고, 그것에 강한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취향은 변한다. 내 취향은 소나무처럼 평생 변하지 않을 거라 굳게 믿었지만, 변하고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약간 혼란스럽지만 생각보다 유쾌하니 겁 먹지 않기로 했다. 문득 책상 위에 올려진 나의 빨간 아이폰을 보며 나 자신의 선택에 놀라움을 느껴 써내려간 약간은 오버스러운 글이지만, 이 순간 나보다 설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전자기기를 얻음과 동시에 새로운 선택을 한 나 자신에게 만족하는 순간. 내가 여러 제품들을 구매하면서 느끼는 감정 중에서도 최상위의 기쁨. 이 기분 그대로 30개월 잘 지내보자, 나의 빨간 아이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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