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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영 Aug 24. 2019

긍정적인 변화를 부르는

애플 워치 시리즈 4 LTE 스페이스 그레이



‘소영 님, 어제는 움직이기 링의 진척도가 부진했습니다. 오늘은 꼭 완성해주세요.’


애플워치가 내게 원하는 것은 제법 많다. 움직이기를 통해 하루에 350칼로리 이상을 소비해야 하고, 한 시간에 한 번씩, 총 열두 번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야 하며, 30분 이상의 운동을 매일 같이 반복하라고 부추긴다. 업무에 집중한 와중에도 잊지 않고 심호흡을 해 정신을 가다듬어야 하고, 어제보다 많이, 내 친구들보다 더 많이 활동하기를 원한다.





작년 가을, 나는 애플워치 시리즈4를 구매하기 위해 가로수길 애플 스토어에 방문했다. 직원 분께서 내게 애플워치를 구매하려는 이유에 대해 물었고,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단순히 예쁘기만 해서 사겠다는 건 아닌데, 왜 스마트워치를 사려고 했을까.



애플워치는 일반적인 전자 기기와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나의 삶과 삶으로부터 고착화된 나의 생활 습관에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나는 촬영을 하고, 사진을 편집하며, 때때로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구매 당시 나는 운전을 해 출퇴근을 했고 운동을 전혀 즐기지 않았다. 한번 자리에 앉으면 몇 시간이고 자세를 바꾸지 않았으며 그리하여 어깨와 팔에 만성적인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직원분께서는 그런 내게 애플워치가 다른 전자기기보다 훨씬 더 필요한 것임을 강조했다. 나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애플워치를 사용하고 가장 먼저 느낀 장점은 전보다 더 많이 움직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더라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알림'에 죄책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한 자세로 이렇게나 오래 앉아있었다는 사실에 기함을 토할 수 있었고, 옳지 못한 자세로 인해 유발된 근육통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벼운 걷기 운동은 필수가 되었으며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 뛰었는지, 움직였는지 유심히 관찰하게 했다.



‘겨루기’ 기능을 통해 승부욕을 발동시켜 움직임을 유발하기도 했다. 애플워치의 겨루기 기능이란, 일주일 동안 상대방보다 많이 움직이면 메달을 주는 일종의 움직이기 게임이다. 그런데 이게 또 은근히 이기고 싶어 진단 말이지.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겨루기에서 지면 은은하게 느껴지는 분함과 실망감이 있다. 실제로 겨루기에서 이기기 위해 저녁시간마다 빠른 걸음으로 산책로를 누비기도 했다.



또한 놓치는 연락이 없게 되었다. 가방 속 깊숙히 처박아둔 핸드폰을 도무지 찾아낼 엄두가 안 날 때, 그때 걸려 온 전화도 애플워치로 편하게 받을 수 있다. 작업실을 운영하며 걸려오는 다양한 의도의 수신 전화를 단 한 통도 놓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마음 놓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피할 수 있는 전화가 없다. 장점이라면 장점, 단점이라면 단점일 것이다.)



그 밖에도 애플워치 전용 앱을 이용해 단숨에 노래 제목을 찾을 수 있고,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를 액정 터치 한 번으로 알아낼 수도 있다. 더운 여름날 손목에 애플워치를 찬 상태로 시원한 계곡 물에 들어갈 수도 있고, 손에 거품을 내 마구 씻어내려도 전혀 부담이 없다. 장점을 쓰자니 끝도 없지만 직접 구매하고 착용해야 와 닿는 것임으로 애플워치의 장기자랑은 이만 줄이겠다.



스마트 워치의 필요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애플워치를 9개월 간 착용해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사용 전엔 알지 못하는 분명한 장점들이 존재하고, 나는 그 점이 내 삶에 굉장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확신이 있다. '명확한 용도'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는 기기이므로 일단 가지고 있으면 생활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뚜렷한 목적성을 띄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확실한 변화를 부르는 기기, 단숨에 건강해질 순 없지만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전에 없던 욕망을 부르는 기기이다. 당신의 일상과 생활 습관을 자연스레 바꾸어놓을 어떤 것을 찾고 있다면, 의심하지 말고 구매해보길 바란다. 더불어 내 개성까지 드러낼 수 있는 예쁜 시계를 찾는다면 애플워치 구매, 더 미룰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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