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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뇨리따 Nov 03. 2019

네. 눌러주세요. 거깁니다. 시한폭탄 버튼이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11월의 겨우 셋째날.

분명 내 육신인데. 

내가 내 마음을 컨트롤하기 힘든 경험이 있을까? 


요즘 내가 겪고 있는 감정의 물줄기는 아주 엉망이다.


분명. 신경쓰지 않겠다. 생각없이 일을 끝내겠다. 퇴근하면 내 생활을 살아야지


이렇게 100번을 다짐했지만 텔레그램만 울리면 바로 감정이 뒤바뀐다.

- 지금 기획안 보고하겠습니다. 출근하세요. 

  (오조오억번 수정한 기획안을 디자이너, 개발자를 달래며 진행해 놨더니. 토요일 오전 받은 메세지.)

- 수정사항이 있습니다. 월요일에 관련자를 다 호출하세요.

  (오픈이 화요일인데... 장난하냐....)

- 주말출근은 물론이고, 연말까지 화이팅 합시다.

   (52시간 근무는 역시 남의 나라 이야기인가... 내 인권 무엇?)


네. 눌러주세요. 거깁니다. 시한폭탄 버튼이요. 


내 생활을 통제할 수 없는 생활도 수년째다.

진작에 지칠만도 했지만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로 잘 견뎌냈고, 잘 이겨냈다. 단 하루도 바람잘날 없는 조직개편으로 상반기를 정신없이 보내고, 맡을 사람이 없는 일을 떠안으며 팔자에도 없는 팀장도 달았다. (이 나이에 팔자가 얼마나 사나우면 팀장이야...) 


물론 이번 추석에도 고향집에는 못내려갔다. 그것도 나만 못내려갔지만 괜찮았고, 참을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자꾸만 감정 버튼이 고장난다.


입력값 : 넵! 넵! 알겠습니다. (넵충)

출력값 : 이런 회의는 주중에 하면 안됩니까?? 언제까지 다 맞춰줘야 하나요? 



오늘도 기도한다.

제 버튼 누르시려는 분들~~

지금 지점에서 오른쪽 2센치, 네네네 그리고 아래로 0.5센치만 내려서요. 네 아주 좋습니다. 거기를 누르세요!

 

내 시한폭탄 버튼이 빗겨 눌러지기를. 





To. 나 

.... 나님아(me).... 출력값 계속 오류난다.... 회사생활 오래하고 싶으면 적당히 해야해... 자자자.... 한번더 심호흡을 하자.... 밖에 나가서 좀 걷다 오는건 어때? 달달한 음료로 당을 보충해도 좋아. 아니면 '시발비용'을 좀 써보자. 그래그래 너 옷사고 싶었잖아. 이미 썼어?? (부지런도 하네... 이번달 카드값이 얼마더라...) 그렇다면... 그래 글을 써. 글을 쓰면 기분이 좀 나아질꺼야.   


* 여전히 나는 '회사는 별책부록'의 회사에 재직중이고, 역시나 많은 사람들을 스쳐갔다.

  회사는 별책부록 >> 바로가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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