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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남 Jun 04. 2018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한 환경만들기

지적 성장을 위한 북러닝 05

환경 변화가 행동 변화를 만든다


조직행동설계 전문가 칩히스와 댄히스 형제는 그들의 저서 ‘스위치’에서 손쉽게 극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환경을 바꾸는 것을 제안한다. 이들은 극장에 모인 관객들에게 일부러 맛없게 만들어진 대형, 중형 사이즈 팝콘을 제공한다. ‘과연 맛없게 만들어진 팝콘을 누가 많이 먹었을까?’ 결과는 대형 사이즈 팝콘을 받은 관객이었다. 대형 사이즈 팝콘을 받은 관객이 중형 사이즈 팝콘을 받은 관객보다 평균 53% 더 먹었다. 맛이 없어도 그릇이 크고, 처음 담겨있던 양도 많았기 때문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다이어트 밥그릇을 들 수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먹는 양을 줄이려면 그릇 크기를 작게 하면 된다. 이처럼 약간의 환경 변화만으로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 보통 새해가 시작되거나 분기가 시작되면 – 의욕적으로 시작하지만 하루, 한주, 한 달이 지나면 시작할 때의 의욕은 사라진다. 의지만으로 행동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힉스 형제 식 행동설계다. 나의 경우는 독서 행동을 유지하기 위해 3단계 환경설계를 했다. 


1단계, 텔레비전을 없애고,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책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기본적으로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방해받지 않고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하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이 가장 큰 방해 요소였다.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은 텔레비전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 집은 텔레비전이 없다. 2013년 가족회의를 통해 텔레비전을 없애기로 했고, 마침 부모님 댁 텔레비전이 고장 나서 부모님께 드렸다. 사실 지금 와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텔레비전 없애는 것에 큰 결심이 필요했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 시청까지 생각할 정도로 쓸데없는 걱정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집에 텔레비전이 없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없애고 나니 생각보다 쉽게 금방 적응했다. 습관적으로 틀어 놓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영상과 소리가 집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가족과의 대화와 독서가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꼭 텔레비전을 없애기를 추천한다. 당장 없애기 어렵다면 보지도 않으면서 습관적으로 틀어 놓는 것만 줄여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요즘은 텔레비전보다 무서운 것이 스마트폰이다. 전화기이다 보니 꼭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중독성이 강하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의 ‘2016년 스마트폰 사용통계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만 18세 이상 성인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30분 정도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들 하는데, 스마트폰 이용 시간만 줄여도 하루 3시간 이상 독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SNS를 거의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새로 구매하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앱을 설치하지 않았다. 카카오톡과 이메일의 경우 푸시 알람을 꺼놨다. 업무 특성상 외근이 많은데, 외근 다닐 때는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어두고, 대신 책을 손에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을 아예 안 할 수 없으니, 되도록 손에서 멀리하고, 책을 가깝게 두는 것이다. 이렇게만 해도 독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독서환경은 만들어진다. 


2단계, 가족, 직장동료 등 주변 사람과 함께 한다. 


회사 직장 동료 중에 한 명은 요가학원을 친구와 함께 다닌다. 혼자 다닐 때 보다 둘이 다니면 서로 의지하고, 때론 강제하면서 빠지지 않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주변을 둘러보면 친구나 지인과 함께 헬스장이나 어학 학원에 다니거나 다이어트, 자격증 공부 등을 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독서습관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자신이 한 주간 읽은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책은 추천해 주면서 읽다 보면 독서 습관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독서의 경우는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 나의 경우도 가족과 함께 독서 레이스 표를 만들어 책을 읽을 때마다 스티커를 붙이고, 스티커를 다 붙이면 가족여행을 가거나 외식을 한다. 처음에는 가족 각자가 누가 빨리 스티커를 붙이는지 경쟁을 했다가 어린 두 딸이 서로 다투는 바람에(^^) 나중에는 전체가 함께 레이스를 완성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렇게 가족이 함께 책을 읽으면 서로가 강제되는 것은 물론, 다 함께 책을 읽는 분위기도 만들 수 있어 좋다. 


3단계, 블로그, 독서토론 모임 등 외부 활동을 한다. 


몇 년 전부터는 블로그에 읽은 책의 리뷰와 토론 주제를 정리해서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블로그에 글이 늘어나고, 뉴스레터 신청자도 늘어나면서 나름 규칙을 갖게 됐다.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블로그 글과 뉴스레터를 정기적으로 보내기 시작하면서, 마음가짐이 바뀌게 되었다. 대부분은 큰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뉴스레터 보내는 날이 다가오면 마감 앞둔 작가의 심정으로 부담을 가지고 책을 읽고 자료를 정리하게 됐다. 나와의 약속이자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과의 약속이라는 생각에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독서토론도 마찬가지다. 독서모임을 하면 당연히 책을 읽고 참석해야 하므로 읽게 된다. 책을 읽고 주제를 정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토론이다 보니 책을 안 읽을 수가 없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평소에 읽지 않던 종류의 책도 읽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의지만으로는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의지로만 극복하기 어려운 유혹과 현실이 매일매일 닥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3단계 환경 설계는 수많은 유혹으로부터 나의 의지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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