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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남 Jun 05. 2018

내 독서법은 내가 만든다

지적 성장을 위한 북러닝 06

2011년 미국교육평가원(ETS)은 전 세계 토익 응시인원이 6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그해 우리나라 토익 응시인원은 210만 명으로, 전세계 응시자의 40%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다. 토익 응시 인원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졸업, 입학, 취업, 승진에 점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영어가 필요한 학과, 직무가 아니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젊은이와 직장인들이 토익을 응시한다. 이러다 보니 전국의 많은 영어학원에서 토익 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한 요령을 가르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영어가 목적이 아니라 시험이 목적이 된 것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독서법’으로 검색을 하면 수백 권의 도서가 검색된다. 하루 한권 독서법, 일천 권 독서법, 일만 권 독서법, 기적의 독서법, 질문하는 독서법, 초의식 독서법, 퀀텀 독서법 등 정말 다양한 제목의 독서법 책들이 있다. 제목에 독서법이 들어간 책들만 이정도 이고, 독서법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은 아마도 수천 권은 있을 것이다. 토익처럼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독서법 책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독서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독서법과 관련된 책은 꾸준히 출간되니 책읽는 것이 방법을 알아야 할 만큼 어려운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토익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은 기본적인 영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일정 정도 요령도 필요하다. 시험 패턴에 따른 요령을 익히면 실력보다 높은 점수도 얻을 수 있다. 더구나 토익이 중요한 시험이나 취업에 영향을 미치니 이런 식의 공부가 필요할 수 있겠다 싶고, 상황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독서는 그렇지 않다. 일단, 책 읽기의 목적이 많이 읽거나 빨리 읽는 것이 아니다. ‘나 책 이만큼 잃었다. 부럽지?’라고 남에게 자랑할 것이 아니라면 빨리, 많이 읽는 것을 목표로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사람마다 주어진 환경, 지적인 수준, 가치관 등이 다르기 때문에 독서에 대해 특정한 법칙이나 패턴을 적용할 수도 없다. 같은 책을 읽고도 어떤 사람은 깊은 감흥과 동기부여를 받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읽다가 중간에 책장을 덮을 수도 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책을 읽고도 작년에 읽었을 때와 올해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를 수도 있다. 결국 독서는 현재의 나에게 맞는, 적당한 책을 선정해서 읽고, 이해하고, 느끼면 되는 것이다. 독서법 책은 나에게 맞는 독서방법을 찾기 위해 참고삼아 몇 권 정도만 읽어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나의 경우도 몇 년간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법칙을 가지게 됐다. 읽고, 토론하고, 실천하는 3단계 독서법이 나의 독서법이다. 일부러 무언가를 만들려고 했다기보다는 익숙한 방법과 순서로 읽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 패턴이 만들어진 것이다. 각 단계를 조금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읽기 단계는 책 선정부터 시작한다. 나의 경우는 먼저 관심 분야를 정하고, 해당 분야의 도서 중 요약, 정리까지 하는 책과 읽기만 하는 책을 정해서 동시에 읽는다. 예를 들어 독서법과 관련된 책을 읽어야겠다고 정하면 먼저, 인터넷에서 관련 분야 도서를 검색한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한다. 보통 도서관은 같은 분야의 책을 같은 책장에 비치하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제목을 보면서 한번 더 찾는다. 이렇게 5권 ~ 10권 정도의 책을 빌려서 요약할 책과 읽기만 할 책을 구분한다. 요약할 책은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거나 토론모임에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도서관이나 커피숍 등에서 정독을 한다. 읽기만 할 책은 주로 지하철로 이동하면 가볍게 읽는다. 같은 분야의 책이기 때문에 한번에 두 권을 동시에 읽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설사 다른 분야의 책을 읽게 되더라도 한 권은 이동 중에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쉬운 책을 선정하기 때문에 별 문제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요약하는 책이 어렵거나 분량이 있는 경우 가벼운 책이 지루함을 달려주는 역할을 해서 나의 경우는 더 효율적이었다. 


토론하기 단계는 생각 나누기 이다. 여러 번 말했듯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비슷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사람마다 읽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다 다르다. 따라서 독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같은 소설책을 읽을 때, 누군가는 A라는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고, 누군가는 B라는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책을 읽는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황이나 등장인물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여러 가지 해석을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책을 읽었을 경우나 읽기 어려웠던 책,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책, 상 받은 작가의 책 등은 별도로 정리를 하고 독서토론 모임에서 토론을 한다. 


실천하기 단계는 현실에 적용하는 단계다. 나의 경우는 책에서 공감 가는 내용이나 괜찮다고 생각되는 방법이 있으면 일단 무작정 따라 해 본다. 물론, 저자의 상황과 나의 상황이 다르고, 책에 소개된 사례와 나의 사례는 다르다. 따라서 책의 방법이 나에게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일단 해본다. 최근의 경험을 소재하면, 2017년 연말에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 – 1만 시간의 법칙을 깬 거인들의 61가지 전략’이라는 책을 읽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저자가 각 분야의 성공한 사람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책 내용 중 작은 성공의 경험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가서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명상을 시작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8년 5월 현재까지 매일 아침 명상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방법은 나의 일상, 회사 업무 등에 적용해 보고 맞는 것은 꾸준히 실천하고, 맞지 않는 것은 그냥 중단한다. 


읽고, 토론하고, 실천하는 3단계 독서법은 나만의 독서 습관이다. 거창하게 OOO 독서법을 익히려 하기보다는 꾸준히 독서를 하는 독서 습관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 습관이 축적되면 나만의 독서법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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