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마다 서울에서 강릉에 당일치기로 가서 반나절을 바다수영을 하며 8월 한달을 보냈다는 친구가 있었다. 나에게 수영을 전도한 장본인이다. 지인 따라 바다수영을 하게 됐는데 정말 재밌다는 것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바다수영과 수영장 수영을 연결고리 짓는다는 것은 나에게 다소 생경했다. 바다에서 하는 수영은 영법 수영이 아니지 않나? 그런 맥락에서였는데 내가 편협한 사고를 하고 있었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됐다. 아무튼 친구 덕분에 나는 바다수영이 너무나 하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휴가지를 갑작스럽게 3박 일정의 '제주'로 선정했고 나는 빠르게 스노쿨링 해변을 검색했다.
리스트를 적어놓았다. 휴가철 극성수기에 놀러가는 것도 처음인데 바다 수영은 또 처음이라 여러모로 준비할 것이 많았다. 심지어 바다 수영의 진수를 느끼고 싶어서 캠핑의자, 파라솔 실어 자가용을 끌고 갔다. 사람 많은 곳은 피하고 싶으면서 바다수영은 놓치고 싶지 않은 열망이 담겼다. 도착한 당일은 수영하지 않고 남은 이틀을 해변에서 놀기를 계획했다.
<제주 남쪽>
- 자구리 담수 공원
- 태웃개
- 논짓물
- 황우지선녀탕
- 월평포구
- 대평포구
- 대포연대(중문단지축구장)
<제주 북쪽>
- 김녕해수욕장
- 세기알 해변
- 코난 해변
- 청굴물
태풍 6호가 올 수 있다는 예보가 떨어졌다. 오후에 대포연대-도리빨에 도착했는데 간조였다. 바닷속으로 들어가기까지 많은 돌을 넘어야한다는 뜻이었다. 또, 날씨는 아주 좋았는데 파고가 좀 높았다. 첫 바닷속 입수를 하려는 나에게 난이도가 좀 있었다. 참고로 짝꿍은 입수하지 않고 나만 한다.
파도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파도가 셌고 수심이 깊어졌다
귀찮지만 바위돌을 더 넘어 결국 사람이 더 많은 곳으로 갔다. 왠지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빠르게 모자와 물안경을 끼고 다른 사람들처럼 바닷 속에 뭐가 있는지 헤엄쳐다녔다. 작고 귀여운 물고기가 꽤 많았는데 정말 신기했다. 고였던 물이라 많이 차갑지는 않았다. 시야가 완전 좋지는 않았지만 앞전에 갔던 파도치던 곳과는 다르게 안정된 마음으로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다음 날에는 숙소가 함덕쪽이었는데 풍랑주의보가 동,서,남해안으로 내려져 북쪽 해안밖에 갈 수 없었다. 사람이 늘 많은 함덕해수욕장은 리스트에 없었는데 사람이 더 많겠지 싶어서 우선 이쪽 해안가 부터 물놀이 할 곳을 호시탐탐 노려봤다. 의외로 함덕해수욕장 진입 직전, 그러니까 함덕해수욕장이 보이는 해안 모서리 부분으로 작게 음식점과 주차장이 보였는데 여기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의외로 사람이 적어보였고 주차 자리가 몇 군데 보여서 바로 진입했고 빠르게 해변으로 짐을 풀었다. 우리 차와 자리 잡은 곳이 바로라 짐을 풀기에 아주 수월했다. 그에게 모든걸 맡기고 나는 오리발을 신고 바다로 뛰쳐갔다.
처음으로 스노쿨링 물안경과 호흡기를 써봤다. 썬크림을 많이 발라서 물안경 흡착이 잘 안됐다. 금세 콧속으로 물이 들어왔다. 또, 이미 간조가 많이 진행되어서 물이 많이 얕아졌다. 오리발이 돌에 걸리적거려 앉았다가 일어서기가 불편하였다. 얕은 바다에서는 오리발은 안쓰는거다. 그래도 샀으니 써보고 싶었다. 마지막날이라.., 얼굴을 다 덮는 스노쿨링 장비를 쓰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아지트로 돌아와 가져온 물안경과 아쿠아슈즈로 바꿔신고 다시 바다로 나왔다. 너무 편하고 좋더라.
이렇게 얕아보이는 바다인데도 작고 예쁜 범돔떼, 손바닥만한 쥐치 세 마리, 누군가 말해준 참돔새끼, 파랗고 예쁜 놀래기 새끼들을 봤다. 잠수만 하면 보인다. 정말 정말 재밌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다 위에 떠다니는 내 모습을 잘 담아줬다. 가끔 살다가 답답할때 꺼내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날 것 같다.
래쉬가드, 등 절개가 되어 입고 벗기가 편한줄 알았는데... 등이 다 탔다. 다 박음질 해야지^^
나는 30분 정도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 반이 흘러있었다. 북쪽 해안은 풍랑주의보는 내리지 않았지만 파도가 잔잔하지는 않았다. 용기가 붙은 나는 하얀 물보라가 생기는 곳으로 호기롭게 갔다가 안정적으로 바위를 짚지 못해서 무릎이 바위에 쓸리는 상처를 입었다. 그리곤 다시 얕은 곳으로 총총...
짝꿍은 내 물놀이를 서포트하는 임무를 맡았다. 나중에는 김밥까지 사다주고. 아이스박스에서 맥주를 꺼내줬다. 이곳이 지상낙원이지 어디겠냐 싶었다.
현지분들이 많이 계셨던 우리의 스팟. 어디라고 공유드리지는 못하겠고 대신 힌트를 드린다.
오전에 물놀이를 하면 오후 시간에 피로할 것이 염려돼 오후에 물놀이를 계획하고 씻고 저녁먹을 구상을 했는데 앞으로는 만조시간대에 놀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아니면 하루종일 물놀이를 하던가!
간조가 더 진행되자 바다가 멀어져 흥이 떨어졌다. 아니면 좀 지쳤나?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하는 도중 깜짝 놀랐다. 등이 생각보다 많이 탔다. 전날부터 누적된 것이겠지만... 그런데 붉게 타버린 내 등이 이렇게 뿌듯할 줄은 몰랐다. 얼마나 재밌었으면 이렇게 타는 줄도 모르고 계속 엎드려 헤엄치고 다녔을까?
혹시 몰라 가져온 알로에겔 듬뿍 발라줬다
그렇게 이틀간 첫 바다수영을 마치고 유적지, 미술관 탐방도 놓치지 않았다. 짝궁과 함께한 세번째 제주 여행이었는데 처음이었던 것이 참 많았다. 알차고 즐거웠다. 아직 8월이 지나지 않았는데, 친구와 강릉에 가볼까? 두번째 바다수영 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