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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마케터 Nov 09. 2020

잘 만든 브랜드란 무엇일까

‘마케팅이란 결국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말씀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란 무엇일까. ‘브랜드’란 고대 노르웨이어의 'brandr'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불에 달구어 지지다(to burn)라는 의미로 쓰이던 브랜드는 본래 가축이나 창작물에 소유주나 제조자를 표시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제는 그것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목적으로 바뀌었다. 브랜드는 어떤 상품이나 회사를 나타내는 상표와 표지를 뜻하게 되었다. (출처: 식품외식경영, 진익준 칼럼) 현대 세상은 브랜드로 이루어져 있다. 당장 내가 입은 옷과 사용하고 있는 펜이나 노트만 보아도 그렇다. ‘이름’과 ‘상징’이 박혀 있는 상품, 즉 브랜드다. (출처: BRAND, B자 배우기, 권민 지음)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는 잘 만든 브랜드는 믿음과 신뢰 즉, 충성 고객을 만들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판촉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다른 할인 프로모션 없어도 ‘해당 브랜드’이기 때문에 이용하는 고객들을 만든다. 

브랜드는 ‘브랜드 철학’을 기반으로 하여 ‘콘셉트’를 기획하고 로고, 컬러, 패키지 등으로 브랜드 ‘시각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구축된다. 브랜드는 쉽게(?) 탄생할 수 있으나, 오래 지속되고 탄탄한 브랜드는 단기간에 형성되기 어렵다. 결국 많은 마케터의 꿈은 마케팅이 불필요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외식 마케터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처럼 마케팅 없이도 매출이 높은 외식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의 사례를 국내에 적용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의 사례를 읽으며 고전(古典)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잘 만든 명작(名作)이지만 실무에 적용시킨 어려운 사례였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통해 잘 만든 국내 외식 브랜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바르다 김선생’



‘바르다 김선생’이 2013년 처음 나왔을 때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과감하게 프리미엄 김밥 시장을 시작한 것도 놀라웠지만, 세밀한 브랜드 전략이 매우 흥미로웠다. 한동안 나에게는 브랜드를 만들 때 참고하는 일종의 교과서가 되기도 했다. 

내가 국내 외식 브랜드 중 ‘바르다 김선생’이 잘 만든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브랜드 철학에서 출발한 콘셉트와 스토리텔링이 탄탄하다. 둘째, 김밥 시장의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형성했다. 셋째, 5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바르다 김선생’은 글쓴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미리 밝힌다.)


(1) 탄탄한 브랜드 콘셉트와 스토리텔링

먼저 브랜드 이름을 살펴 보자. ‘바르다 김선생’의 이름에는 브랜드의 철학 ‘바르다’와 김밥의 ‘김’ 그리고 ‘선생’이라는 존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름 안에 철학과 메뉴,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메뉴를 어떻게 팔고 싶은지 한 번에 알 수 있다.


‘바른 사람’, ‘바른 마음’, ‘바른 재료’


홈페이지에 따르면 ‘바르다 김선생’은 ‘바른 사람’이 ‘바른 재료’로 ‘바른 마음’으로 만든 김밥이다. 이 세 가지 핵심 가치에는 ‘바르다’는 철학 아래 고객에게 제공하는 기능적 혜택(Functional Benefit) ‘바른 재료’와 감성적 혜택 (Emotional Benefit) ‘바른 마음’, ‘바른 사람’을 고루 들어 있다. 제품적 특징이나 감성적 소구 포인트에만 치우쳐 있지 않다는 뜻이다. 


‘소풍날 새벽부터 일어나 정성으로 싸주셨던 그 김밥 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속이 터져라 옹골지게, 참기름 냄새 솔솔 풍기던 정갈한 그 김밥.
 누구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그런 먹거리. 바르다 김선생이 만들겠습니다.’


스토리텔링에도 추억을 자극하는 동시에 믿을 수 있는 먹거리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콘셉트는 사용된 서체에도 잘 드러난다. DX경필명조체는 바르고 정직한 느낌을 주면서 손맛이 느껴지는 감성적인 서체다. 브랜드 전체와 조화가 잘 이루어지며 가독성도 좋은 편이다. 

놀라운 점은 유니폼도 ‘콘셉트’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흰색과 검정색으로 된 심플한 유니폼은 ‘김밥’의 두 가지 색에서 차용한 것이다. 유니폼만 보아도 정갈한 김밥을 파는 집을 유추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바르다 김선생’은 콘셉트가 세밀하게 설계된 잘 만든 브랜드이다.


(2) 제품의 차별화로 프리미엄 김밥 시장

‘바르다 김선생’ 이전에는 기본 김밥은 ‘1,000원’이었다. 전국 분식점들이 단무지와 야채 몇 개를 넣은 김밥을 1,000원에 판매 했다. 김밥은 제대로된 요리라기보다 한 끼 때우기 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에 더 비싼 김밥은 경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바르다 김선생’ 런칭 이후 기본 김밥을 3~4천원대로 올리면서 새로운 프리미엄 김밥 시장을 형성했다.

그냥 단순히 똑같은 김밥을 3천원에 파는 것이 아니었다. 이전에 없던 프리미엄 김밥의 가격을 고객에게 설득시키기 위한 작업은 매우 세밀했다. 일단 재료가 기존과 다르다는 것을 어필했다. 청정해역의 김, 도정 15일 이내의 쌀과 일반 노란 단무지 대신, 식품 첨가물이 적은 하얀 단무지, 무항생제 달걀 등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또 매운 제육, 크림 치즈, 랍스터 등 기존 김밥에서 없었던 고급 재료를 활용하여 김밥을 만들었다. 

사진마저 다르게 찍었다. 일반 김밥 사진은 ‘한 줄의 김밥’을 비스듬히 담긴 모습이었다. 그러나 ‘바르다 김선생’은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담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김밥 한 알’만 정면으로 찍었다. 김밥 한 알만 보이니 재료가 더 부각되었고 먹음직스러워 보일 수 있었다. 이후 많은 분식점에서 이러한 사진 구도를 볼 수 있었다.


(3) 5년 이상 지속되는 브랜드

외식업의 트렌드는 매우 빠르다. 일 년이 안 되어 반짝 유행하고 사라지는 브랜드도 많다. 하지만 ‘바르다 김선생’은 아직까지도 브랜드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2013년 ‘바르다 김선생’ 런칭 이후 로봇김밥, 압구정 리김밥과 같은 프리미엄 김밥 전문점들이 나타났고 후속 브랜드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제 프리미엄 김밥 시장은 완전히 자리 잡았다. 아니, 기존 김밥 시장을 잠식시켰다. (물가가 오른 탓도 있겠지만) 전국에서 1,000원짜리 김밥을 파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바르다 김선생’을 시작으로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김밥전문점만 살아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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