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기아에서 직장 다니시던 때에는 지금의 프로농구가 '농구대잔치'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열었다. 마침 기아가 잘 나가던 시절이기도 해서 응원하면서 농구 경기를 많이 봤다. 많이 보다 보니 애정과 관심이 생겨서 집에 농구공이 들어오고, 밖에서 아이들을 불러 농구하며 노는 것 까지가 으레 정당한 수순이었다. 아직 태어나서 유일하게 공을 가지고 논게 농구였고, 스포츠라는 개념을 알리 없던 시절 그저 손으로 공을 잡는 것과 골(= 공에 그물이 출렁이는 것)을 많이 넣는 것이 공 가지고 노는 것의 전부였다.
TV로 축구를 처음 봤을 때는 그것이 '축구'라는 것을 몰랐다. 일단 손을 안 쓰고 발로 공을 움직이는 게 낯설고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인가 농구보다 골대가 크고, 사람도 많았고, 경기장도 넓었다. 나는 그게 일종의 어드밴티지라고 생각했다. (아마 그때 어드밴티지, 이점이라는 단어를 알기보다 놀이할 때 배려해 주는 느낌 정도로 이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골도 어린 꼬마의 도파민을 유도하기에 한참 못 미칠 정도로 안 들어갔다. 그래서 골이 하나 들어가면 저렇게나 한참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축구 골대만 있고 농구 골대가 없어 불만이었다. 상대적으로 내게는 농구가 친숙했지만 초등학생이 쓸 만한 높이의 골대는 문구점에서 사서 어디 적당한 높이의 벽에 못을 박아 거는 게 최선이었고, 운동장에는 그럴 벽 같은 곳이 없었다. 축구는 어려운 스포츠였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도 발 대는 게 익숙지 않아서 수비자리에 머물렀다. 축구는 뭔가 답답하고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