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친구의 궁금증에 대한 대답문
몇 년 전, 멸종위기종 복원에 대해 한 학생의 문의가 왔었습니다. 당시에 대답했던 글을 올려봅니다.
멸종위기종과 외래종, 복원에 대한 글입니다.
1. 국내에서 종복원 연구를 언제 시작했고, 그 대상은 어떤 종이었나요?
우리나라에서 복원종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1990년대 이후입니다. 멸종위기종에 대한 복원 연구는 1996년 황새복원센터가 설립되면서, 국내에서 멸종된 황새에 대한 복원을 시작으로 여러 종들이 추가되었습니다. 황새는 과거 우리나라에 많이 서식하였는데, 일제 강점기, 전쟁, 전쟁 후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1971년 우리나라에서 멸종한 상태였습니다. 현재는 성공적으로 복원이 진행되어 충남 예산을 중심으로 많은 개체가 야생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후,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2001년 사육곰을 최초 시험방사한 이후, 2004년 러시아로부터 6 개체를 도입하여 방사를 시작하였고, 현재 지리산에는 약 50여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복원되어 서식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국립공원에서 산양, 여우 등이 복원 중에 있고, 우포늪에서는 따오기가 복원 되고 있으며,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는 소똥구리 등의 복원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지자체나 기관별도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및 개체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1989년 최초 '특정야생동식물'이란 이름으로 92종이 지정된 이후, 1998년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명칭이 바뀌어 194종을 지정하였고, 2011년부터는 멸종위기야생생물로 명칭이 바뀌어 현재(2022년)는 총 282종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환경부에서는 우선복원대상종을 선정하여 지속적으로 복원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 종복원 연구원을 하려면 필요한 기술이나 자격이 뭐가 있나요?
생물의 복원에는 다양한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우선 대상 생물종의 생태연구가 필수적이므로, 관련 생물학 전공자가 가장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에서 생물학 관련 분야(생물학과, 생명과학과, 조경학과, 산림학과 등)를 전공하고, 그중에서도 각 생물종을 연구하여 학위(석사, 박사)를 취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상 생물종의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복원 방법에 대한 기준도 필요합니다. 관련 기술 자격증으로는 생물분류기가, 생태복원기사 등이 있습니다.
행정적인 지원도 필요하므로, 각 기관에는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분들도 필요합니다.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 규정에 맞게 지출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물을 사랑하고, 우리 주변 생물들의 특성과 생태를 관심 있게 지켜볼 수 있는 자세가 되어있다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복원 연구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국내 종들의 DNA는 멸종위기종만 보관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생물종의 유전자(DNA) 정보는 향후 생물종의 생태나 유용성, 복원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유전정보의 확보는 멸종위기종뿐만 아니라 어떤 종이든 계속해서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환경 변화 시에 어떠한 종들이 멸종위기에 처할지는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미리 유전정보와 생태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면, 멸종위기를 사전에 막을 수 있고, 복원과정에도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멸종위기종은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의 유지를 위해서는 여러 생태정보의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한 종의 복원을 위해서는 연관된 다양한 생태계의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전정보의 확보가 멸종위기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생물종의 유전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는 매일 다양한 생물종의 유전정보가 등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적으로 다양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가 있으며, GenBank, NCBI 등이 있습니다.
4. 현재 복원 중인 생물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국립공원에서 반달가슴곰, 여우, 산양 등을 복원하고 있고, 황새생태연구원에서 황새를 복원하고 있습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는 소똥구리, 나도풍란 등을 복원하고 있습니다. 창녕 우포늪에서는 따오기를 복원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관에서 여러 생물들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5. 4번 답의 생물을 복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생태계는 모두 연관되어 있습니다. 미국 환경부(Fish and Wildlife Service)에서는 한 종의 멸종은 기타 30여 종의 멸종을 촉진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 종의 멸종은 그 한 종의 멸종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생물 중에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으로 볼 수 있는 생물이 있습니다. 특정 서식지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종을 의미하는데,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는 과거 늑대가 사냥에 의해 사려졌는데, 이후 초식동물들의 증가로 인해 생태계가 황폐화된 적이 있습니다. 추후 늑대를 복원하자, 초식동물의 개체수가 유지될 수 있었고, 생태계도 다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늑대는 이 지역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물을 우산종(Umbrella species)이라고도 부르는데, 특정 생태계 피라미드의 최상층에 있는 생물로 이러한 종을 보호함으로써 생태 피라미드의 아래에 있는 동식물이나 생물다양성을 우산을 펼치듯 보호하는 데서 비롯한 개념입니다.
멸종위기종은 대부분 핵심종과 우산종의 역할을 하는 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종을 복원함으로써 해당 서식지의 생물종을 폭넓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주로 생태계 피라미드의 상위단계에 있는 생물종을 복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식물의 경우 생태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요한 생산자입니다. 식물의 다양성이 유지될 때 상위단계의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식물의 보호 또한 중요합니다.
각 생태계의 특성을 파악하여, 복원종을 선정하고 있고, 이런 종을 결정할 때 우리나라의 과거 기록이나 사람들의 인식 등도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6. 가장 복원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종이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생태계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현재 성공적인 복원이라 할지라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향후 어떻게 될지는 예상하기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복원 성공종을 예로 든다면, 반달가슴곰과 황새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한차례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던 종들이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개체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산림의 유지자로서 반달가슴곰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하천과 농지의 환경적인 유지를 위해서 황새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7. 복원 후 방사에 성공한 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복원과 방사가 다른 의미는 아닙니다. 야생에서 사라진 종들의 경우 다른 곳에서 개체를 확보하여 증식하여 서식지에 다시 풀어주는데, 이를 방사라고 합니다. 방사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완전히 멸종한 지역에 풀어주는 경우, 개체수가 극히 소수가 남아있는 경우에 증식한 개체를 이용하여 개체수를 증가시키는 경우, 새로운 서식지에 풀어주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현재 서식지에서 환경을 복원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개체가 늘어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도 있습니다.
앞선 질문의 답변에서 언급한 종들은 대부분 개체를 확보하여 증식한 이후 방사를 하여 개체수가 늘어나도록하는 방법입니다. 반달가슴곰, 황새, 따오기, 여우는 한번 멸종되었던 종을 다른 곳에서 데려와 증식하여 다시 풀어준 경우이고, 산양의 경우 개체수가 감소한 지역에 개체수를 늘려주기 위한 방사를 실시한 경우입니다.
물고기의 경우에는 소수의 개체가 서식하는 지역에서 개체를 포획한 후 인공증식으로 개체를 증식하여, 다시 풀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여울마자, 흰수마자, 임실납자루, 꼬치동자개 등 다양한 종의 방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위 질문에서 언급한 종들은 성공사례로 들 수 있겠고, 성공여부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증식, 방사행위 하나하나가 모여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활동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특정종의 성공과 실패가 현재의 판단으로 성공과 실패라고 단언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요.
8. 외래종도 복원하나요?
외래종의 문제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외래종은 그 생태계에 원래 없던 생물종을 말하는데, 외래종이 위험한 이유는 다른 잘 짜인 생태계에 침범하여 그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시박이라는 식물의 경우 다른 식물집단을 뒤덮어 식물 생태계를 단순화하고, 결국 생물다양성을 떨어뜨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물속에서는 큰입배스나 블루길, 황소개구리 등의 사례도 있지요. 전 세계적으로 보면, 지중해담치(검은색 홍합이라 불리는 조개)나 굴의 확산에 따른 생물다양성 파괴의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한 외래종 위해야생생물은 제거하기 위한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지요. 그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 지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환경에 변화에 따라 생물들도 이동합니다. 철새들이 이동하면서 다양한 생물들(기생충, 식물의 종자 등)이 붙어서 같이 이동하고, 사람들이 이동함에 따라서도 생물들은 같이 이동하게 됩니다. 생물들이 다른 생태계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다만, 일부 생태계에 영향을 심하게 미치는 생물들의 이동은 조심해야 되겠지만요. 외래종이라 할지라도 특정 생태계에 적응할 경우 그 나라 생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 생물들이 원래부터 우리나라 생물인지는 전 세계적인 추세를 봐야 합니다. 각 지역에만 있는 생물은 고유종이라고 합니다. 고유종이 사라지면, 그 자체로 멸종이기 때문에 고유종의 보호를 위해 외래종의 관리를 더 철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래종도 언젠가는 그 생태계 내에서 먹이사슬의 한 역할을 하게 되고, 편입될 수 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더 이상 외래종이라 부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 생물종이 멸종위기에 빠진다면, 복원의 가능성도 생기겠지요?
생물은 단순히 종 자체로 판단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종이든 그 생태계 내에서 역할이 있습니다. 외래종이라 할지라도 생태계에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복원하지 못할 이유가 없겠지요. 또한, 다른 곳에서 멸종에 처한 생물이라면 외래종일지라도 복원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예로, 제주도에 살고 있는 피뿌리풀이란 식물이 있습니다. 이 식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멸종위기 상태로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복원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곧 멸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식물은 몽골지역에는 매우 흔한 종이지요. 전 세계적으로 보면 복원의 가치는 낮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멸종위기에 있는 제주도에서는 복원을 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전 세계적으로 흔하므로, 그냥 제주도에서는 멸종하도록 놔두는 게 맞을까요? (확실하진 않지만, 수백 년 전 몽골에서 조랑말을 제주도로 도입하면서, 피뿌리풀도 같이 왔다고 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원래는 외래종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종이지요).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9. 복원하고 있는 종을 방사하면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나요?
생태계가 변하도록 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생태계가 유지되고, 생물다양성이 보존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생물다양성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물건들, 식량, 의약품, 건축물의 재료, 앉아있는 의자까지 생물다양성의 혜택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지구는 탄생 이후로 다양한 생물들이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어 온 행성입니다.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생물들이 나타나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사람에 이르기까지 지구를 만들어온 것은 모두 생물들입니다. 현재 우리는 제6차 대멸종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5번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공룡의 멸종을 예로들 수 있습니다. 과거의 대멸종의 원인은 대부분 생물 외적인 문제였습니다. 지질이동에 따른 화산과 지진의 발생, 외계로부터 기인한 운석의 충돌 등 외적인 요인으로 생물들이 멸종했습니다. 다만, 현재의 대멸종은 과거와는 다릅니다. 바로 인간의 원인이 가장 큽니다. 다른 모든 생물들이 주변환경에 적응해 진화하고 살아왔다고 하면, 인간은 주변의 환경을 적극적으로 인간의 서식지로 개발하고, 발전시켰습니다. 그 과정은 생물들이 적응하기에는 너무 빠릅니다. 인간이 만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보전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더 잘 살기 위해서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생물이 향후 지구 환경을 보전하는데 유리한 인자를 가지고 있을지 아직 인간은 잘 모릅니다. 최대한 자연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만이 우리의 미래도 보장될 수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우리가 당면한 다양한 질병이나 바이러스의 문제에서 지구의 어떤 생물이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우리는 아직 다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 가능성이 남아있다면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여 미래를 담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은 가장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종들일뿐입니다.
방사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그 종의 지속성을 유지시키고 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으로 인한 멸종을 최대한 늦추는 것은 우리가 파괴해 온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될 수도 있다고 자기 위안을 삼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환경이 변하고 있고, 그에 따라 생태계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천은 풀밭이 되어 다양성을 잃고, 녹지는 아스팔트와 아파트에 덮이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의 복원과 방사는 무분별한 개발행위로부터 환경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0. 앞으로 복원 예정인 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환경부는 2018년 멸종위기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2018-2020)을 발표했습니다. 멸종위기종은 어떤 종이든 복원대상종이 될 수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했거나, 가까운 미래에 멸종가능성이 높은 종을 우선복원대상종으로 선정했습니다. 현재 복원 중인 반달가슴곰, 산양, 여우, 황새 등뿐만 아니라, 무산쇠족제비, 양비둘기, 남생이 등 총 25종을 우선복원 대상종으로 선정했습니다. 현재 이들종에 대한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이들 종 우선의 복원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종들의 복원이 같이 진행될 것입니다.
멸종위기종 복원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지구의 환경변화는 더 민감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와 생물다양성의 위기가 지속될수록 생물들의 보전에 대한 가치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미래의 생물학자가 되어 우리 지구의 공동 운명체로서 생물들의 복원에 큰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