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지침서
[육아휴직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우선 나는 살면서 휴직이라는 개념을 머릿속에 담아본 적이 없었다. 휴직이라는 것은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로만 여기며 살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남자들의 육아휴직이 직장 문화가 되고, 입법이 되고, 일부 기업에서는 의무가 되고 있다.
나도 그런 문화에 맞춰, 결국 육아휴직을 활용하게 됐다. 이유는 매우 다양했다. 현재 직장의 비전,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갈망, 못다 한 공부에 대한 필요성.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강한 집념. 살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매우 값진 일이다. 얼마 전 배우 권오중 氏가 출연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 이 세상에 그 어떤 부모도 자기 자식을 1,000억 아니 그 이상을 줘도 바꾸는 부모는 없다. 직장에서는 많은 협박(?) 아닌 협박이 있었다. 지금 휴직을 들어가면, 커리어에도 안 좋고 승진기회도 놓치고, 본인에게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둥. 그래도 가겠느냐. 등등. 하지만 1,000억을 줘도 안 바꾸는 아들을 두고, 더 값진 추억을 선물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란 그런 것 같다. 무엇보다 아들을 위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세상에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수만 가지이지만, 내 아들은 하나이기 때문에.
[남자의 육아휴직을 준비하는 과정]
무엇보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남자들의 육아휴직은 매우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회사에서 복직 후에 겪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사상의 불이익이나 업무상의 불이익이 있는데, 이런 것을 모두 감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은 필수다. 많은 협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속으로는 부러워한다는 것.
그 어떤 선택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다. 인정하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다. 누구를 우선순위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최대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는 것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시작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족, 자녀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굳은 마음가짐이 준비되었다면, 남은 것은 회사에 알리는 것. 한 가지 팁을 풀어보자면, 담당자가 누구든 본인만의 주장을 펼치면 결국 언급되는 것은 법적 분쟁까지 갈 우려가 크다. 휴직을 내는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국가에서 보장해주는 법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것이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법적 분쟁을 운운하며 회사와 관계가 틀어진다면, 설령 휴직을 들어간다 해도 복직해서 차가운 냉기 속에 직장생활을 이어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인도주의 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것은 '치킨 리틀'과 같다고 생각한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 본인의 업무에 더욱 자신이 있다면, 휴직도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하면 된다.
[국가가 보전해주는 합법적 자기 성찰의 기회]
자녀의 연령에 따라 육아에 할애해야 할 시간이 달라지겠지만, 나의 경우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내 나름대로의 시간도 확보하는 방법을 택했다. 내가 현재까지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족했던 부분,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에서 보전하는 기본적인 급여까지 더해, 안 할 이유가 없다.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한다. 이 핑계, 저 핑계가 있지만,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본인이 가진 인사이트 안에서 무엇이든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한계가 찾아온다.
그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본인이 가진 능력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발전 없이 현재 상태에 머무르려는 사람이다. 경쟁력이 점점 없어진다. 더 젊고, 더 유능한 인재들이 유입되고, 누구나가 대체 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통해 소홀했던 '가족'과 '나'를 돌봐야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큰 성공을 거두어야 좋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큰 성공을 거두어야 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