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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재의 사업가 Dec 11. 2023

나는 6년 걸렸지만, 지금 바로 창업하는 방법 2탄

사업하는 이야기

[다시 회사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스타트업에서 다시 도전해 볼 것이냐?]

 나는 보기보다 겁이 많았다. 왜냐하면 가진 것도 별로 없지만, 과거에는 내가 그나마 갖고 있는 것이 매우 귀중한, 지금 내 인생에 가장 잭팟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가진 것은 매우 하찮은 미물에 불과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매우 값진, 귀한 것이라고 하지만 나중에 또는 조금은 다른 상황에서 바라보면 놓칠 수 없는 절대적인 것들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육아휴직을 신청해서 스타트업에 잠시 발을 걸치고 있을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할 상황이 왔다.

 "이제 결정합시다. 계속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일할 수 있겠나요?"

 처음 스타트업에 합류할 때, 내가 육아휴직 중이라는 사실을 미리 고지했고, 이를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친구가 먼저 창업한 회사였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꽤 좋은 조건-사실 조건을 따지고 스타트업에 합류한 것은 아니다-으로 합류했었다. 그래서 나름 의미도 있었고, 일을 '배우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사업하려고 육아휴직 쓴 거니까, 다시 돌아가면 의미 없어. 그래, 스타트업에서 짧고 굵게 일 배우자.'


 뭘 그렇게 배우겠다고 다짐했었는지는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이 글을 쓰면서 가만 생각해 보니, 명확한 마일스톤이나 배울 점들에 대한 리스트가 없었기 때문 아닐까 생각된다. 구태여 좋은 뜻으로 해석하기는 싫다. 사실 세상물정을 너무 몰랐고, 온실에서 자란 화초로서 세상에 나와 던져졌기 때문에 온몸으로 야생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제안을 따라갔고, 본격적으로 소속을 바꿔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스타트업 라이프는 시작됐다.

 과거 4년 전 경력직으로 이직했을 때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사회 경험과 나이가 들어차다 보니,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이 많아졌고, 수평적인 업무 문화라고는 하지만 뿌리내린 수직적 업무역할 분담은 스타트업에서 이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대표님, 이거 설문하나 해주세요!'

 스타트업에서 업무를 시작하고, 관리자로 업무를 이어 나가는데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했다. 제 아무리 스타트업, 수평적 업무 문화, 직급을 없앤 영어이름 호칭 등 나름 스타트업에서 하는 문화를 모두 적용한 회사라고는 하지만 어디 감히 신입사원이 그것도 아직 수습이 끝나지도 않은 대학 갓졸업한 신입사원이 대표한테 업무를 다시 들고 올라간다는 말인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중간관리자 다 뛰어넘고 바로 대표-이 대표가 사실 내 친구다-한 테 올라간다는 것은 중간관리자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경험이 없는 신입사원이라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래서 나는 신입들 앉혀놓고 교육했다. 회사생활 노하우.

 본인에게 믿음이 있어야 사업도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알 것이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얼마나 값어치 있는 결정을 진솔되게 내리는지. 정말 감정에 치우쳐서 내리는 결정인지, 이성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득과 실을 따져서 내리는 결정일지. 분명한 것은 주먹구구식으로 내리는 결정으로는 해답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확률이 급격히 낮다는 것이다. 마치 학창 시절, 5지선다형 문제를 풀면서 밑도 끝도 없이 찍으면 거의 틀렸던 경험처럼...


 나에게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쌓겠다는 결정은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MZ세대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방법으로 일하는지, 회사의 경영진 최근접에서 실제 자금 조달이나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이라든지, 그 의사결정의 질이 낮을 때는 온몸으로 어떤 결과를 감당해 내야 하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매우 신중히, 되도록이면 이성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후회하지 않게끔, 실패하더라도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아들어갈 수 있게끔 일하는 습관이 생겼다고나 할까.


 누가 그러더라,

 '대표님(나를 지칭한다)은 정리를 매우 잘합니다. 그게 큰 장점입니다. 그래서 같이 일할 때, 헷갈린 적이 없어요.'

 내가 좋아하는 한 대표가 사적인 자리에서 한 이야기인데, 조금은 인정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면서 겪는 역할분담과 책임소지를 가려내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명확한 계획과 정리하는 습관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사업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라]

 누구에게나 '겁'이 있다. '두려움'이 있다. 그 두려움은 항상 선택의 순간에 등장해서 내면의 본성을 드러내게 만든다. 나에게도 겁이 있'었'다. 커리어, 경력, 직장, 취업, 이직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나에게 경제적 활동이란 오로지 '직장의 네임밸류'로 평가받는 삶으로 방향이 기울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회사에서 일하느냐를 가장 우선시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딱히 적성과는 먼 일들을 했었고, 그 안에서 순종적으로 순응하고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사치였고, 일단 부장님, 팀장님이 시키는 것을 빨리, 정확히, 잘 해치워내야 일 잘하는 다음 승진대상자로 올라갔다.


 이런 경험에도 장담점이 있다. 분명히.

 '따박 따박', '진득하니', '계획적으로',

 누구나 한번쯤은 자라오면서 들어본 단어들 일 것이다. 내 주변에 어른들은 그랬다.

 '따박 따박 월급 받는 그런 삶을 사는 게 최고다.'

 '진득하니 자리 잡고 열심히 일하다 보면 승진도 되고, 집도 사고, 결혼도하고'

 '월급을 받아서 살면, 계획적으로 살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한 사람의 자아는 뭉개져 간다.

그래도 이런 삶을 살다 보면 나름 만족스러운 순간이 있긴 하다. 그래서 그 자리에 머물렀던 것 같다. 그 머무름에 시간이 내 안에는 '두려움'을 키워냈다.


 '사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이대로 나가서 돈을 못 벌면 어떻게 하지? 다시 이 자리로 못 돌아오면 어떻게 하지?'

 지난 편에서 왜 사업을 하게 됐는지는 충분히 밝혔지만-아직 보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참고해 보면 좋겠다-나는 '돈'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돈은 결국 성적표라고 생각한다. 성적표에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으로 과감히 두려움을 안고 이직했다.


 나는 사업을 하기 전 '겁'이 난다면, 스타트업-어디든 상관없다. 목적은 어떤 직장이냐가 아니라, 경험이기 때문에-으로 이직을 적극 권한다. 그래서 손수 조직을 직/간접적으로 운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누려라. 그리고 그 경험 안에서 '내가 만약 대표라면'이라는 수식어를 끊임없이 붙여 질문하고 답을 하는 것이 옳다.


 스타트업을 경험해 보면 특히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을 지냈던 사람들에게는 큰 이질감이 든다는 것에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여기서 이런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을까 한다. 당장 눈앞에 돈을 좇는다면 대기업을 가고, 가능성과 잠재력을 쫓는다면 스타트업에 가는 게 맞을듯하다.


 사실 나는 국내 대기업 출신도 아니고, 어찌 보면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지내보려 고군분투했으나 그들의 리그에는 오르지 못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돌아 돌아 지금은 '대표'가 됐지 않은가? 본인의 방향성을 세우고 그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삶의 자세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specialist가 되기에는 근본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열정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근본적으로 마움에서 우러나오는 나의 wanna be 아이덴티티인 generalist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밝은 미래만 보고 덤비지 말 것,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팀과 일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내가 만난 대표들은 열명 중 여덟, 아홉은 모두 원대한 본인의 포부를 마치 실제 일어난 것 마냥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처음에는 사기꾼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무리들 중에 사기꾼이 있으니까. 그런데 사업과 사기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가 맞는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니, 제한적인 리소스 안에서 검증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도 몰랐다. 그래서 정말 순백색의 때 묻지 않은 내 자아가 야생에서 받아들인 충격은 솔직히 컸다.

 모든 사업하는 대표들은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본인이 진행하는 사업아이템에 대해서는 매우 열정적이고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고집이 세기도 하고, 거짓말처럼 들리는 이야기도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감사하게도 나를 매우 탐내는 대표들이 몇몇 있었는데, 모든 대표들이 매우 밝은 미래를 그리면서 말 그대로 '꼬셨다.'


 '우리가 같이 힘을 합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겁니다.'


 본 지면에서 이 주제를 언급하는 이유는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가 부를 쌓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는 사실 부자들에게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적성에 맞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겠지만, 사실 사업을 하다 보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조금은 새롭거나 임시방편으로 해야 할 일들이 분명히 생겨난다. 그래서 어떤 일만 하겠다는 프레임으로 사업을 접근하면, 내 경험상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쌓지 못한다. 결국 포트폴리오의 저변이 넓은 기업, 다시 말해서 업력이 오래된 기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만큼 급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어떤 일을 하는 회사, 어떤 일을 하는 사업으로 한정 짓기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더 가치를 둬야 할 것이다. 나는 그게 바로 '누구'와였다.


 직장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 직장을 졸업해야 할 순간은 분명하다. 급여가 밀리거나, 자연재해에 휘말리는 어쩔 수 없는 일 이외에 내가 그 직장에 최고 일 잘하는 사람한테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그 직장은 그만둘 때라고 생각한다.

 '이럴 거면 그냥 내가 내 사업하지!'


 사업을 하면 결국 혼자 모든 것을 해내지 못한다. 결국 아웃소싱을 하든, 인하우스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팀빌딩이 값지면, 투자자들은 그 팀에 투자를 한다. 그리고 그 팀이 만들어오는 아이템은 대부분 성공할 확률이 높다. 성공한다는 것이 아니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을 창업했던 초기 창업팀이 새롭게 아이템을 구상했고, IR자료를 들고 투자자를 만난다. 또 다른 팀은 새롭게 조직된 팀으로 사실 그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거나, 경험이 있지는 않다. 그런데 IR자료를 들고 투자자를 만난다. 극단적이고 매우 단순한 예이지만, 질문의 의도를 생각하면 전자가 투자자들한테 선택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보다는 누구와 일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커리어가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도무지 직장 안에서 그런 파트너가 안 보인다면, 내가 찾아 나서는 수밖에.

 결론은 빠르고 정확하게, 행동은 민첩하게.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부를 향한 지름길이 아닐까.


 억지로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행동도 금물이다.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 누구나 상대방을 평가하는 방식이 있다. 스스로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판단하고, 팀을 꾸리는 것이 사업가에게는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주주 간 계약서라는 것]

 스타트업, 사업과 같은 야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과 친해져야 한다. '법'이 있어도 당하는 시대인데, '법'없이 살면 눈뜨고 코베이기 쉽다. 나는 명확한 선을 긋고 계약이라는 제도 안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감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고, 계약 관계에 입각해서 회사를 바라보고, 사업을 바라볼 수 있었다. 냉정하다고 할 수 있으나, 어떻게 하나? 세상사는 이치가 다 그런 것을.

 매우 사적인 내용들이라 모든 것을 이 지면에 다룰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주주 간 계약이라는 것은 필수라는 것이다.

 결국 스타트업이든 어떤 것이든 혼자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팀이 필요하다. 그 팀은 단순히 월급으로 보상받지 않는다. 법적인 테두리에서 미래에 본인들에게 가능성 있는, 보장되는 이익이 있어야 움직인다. 그 내용들을 일일이 담아 주주끼리는 계약을 해야 한다.


 주변에 친구 녀석들끼리 동업을 했다. 그런데 도무지 3자로서 지켜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투성이다. 법인으로 회사를 설립해 동업을 했는데, 그 주주로 참여 중인 친구 3명은 딱히 역할분담이나 주주 간 계약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단순히 세금을 위한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정확히 1/3씩 자본금을 대고 모호한 경계 속에서 그냥 하루하루 일을 한다. 문제는 시작할 때의 생각이 변한다는 것. 유경험자로서 매우 안타까운 것이지만, 당사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아 더 이상의 강조는 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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